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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라는 정체성에 적응하기

국립목포대학교로부터 내가 교수가 될 것이란 통보를 받은 이후 대략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 2주 동안 정말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3월 4일인 어제 총장님으로부터 교수 임명장을 받았고, 오늘은 내 연구실(정보전산원 A10동 319호)에 책상과 책장이 들어왔다.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 시스템에는 대략 모두 가입했고 이제 조금씩 시스템을 이용한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오늘 오전에는 목포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강의했다. 오늘의 출근과 퇴근 모두 목포대학교 통학 버스를 이용했다. 학교 내부 건물들의 위치에도 조금 더 적응한 것 같다. 이렇게 조금씩 목포대학교의 교수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

교육 공무원인 과학철학자로서의 마음가짐

어제인 2024. 3. 1.부터 나는 대한민국의 교육 공무원으로서 일하게 되었다. 내 나이 마흔 셋(연 나이로는 42세)의 일이다. 물론 나는 국립대학교에 소속된 교수이긴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교수’라는 이름보다는 ‘교육 공무원’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자 한다. 나는 대한민국의 고등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등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초․중․고등학교(중등 교육)가 아닌 대학교이며, 그중에서도 나는 사립대학교가 아닌 국립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행정’ 업무가 아닌 ‘교수’ 업무를 하게 된 것이다. 우선 나는 나의 행운에 너무나 감사한다. 왜냐하면 나는 박사과정을 거쳐 계속 대학에서 강의 및 연구 경력을 이어오지 않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교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강의 ..

큰길에는 문이 없다

국립목포대학교 교양학부 과학기술철학 전공 교수 합격 통보를 받은 지난 2월 20일 저녁 이후, 나는 일주일 동안 실로 참 바쁘게 지냈다. 국립대구과학관에 퇴직 의사를 밝히고, 국립목포대학교에서 요구하는 여러 행정적인 서류들을 준비했다. 공무원 채용 신체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특이 사항은 없었고, 마약류 중독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지난 2월 26일 월요일에는 아내와 함께 휴가를 써서 광주에 있는 한 투룸을 숙소로 구했다. 목포대에서도 다른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이제 정말로 대학교의 교수가 될 것임을 조금씩 실감한다. 나는 나 자신 개인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주 오래전부터 느꼈다. 아마도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사와 과학철학이 재미있었고, 나는 이 분야를 연구하는 것에 대..

일상 이야기 2024.02.28

국립대학교의 교수가 되는 일

사실 나는 내가 대학교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작년 2023년 2월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과학철학에 대한 의무감을 깊이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과학철학 전공 박사로서 내가 할 도리를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책을 번역하고,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는 것은 박사학위를 가진 과학철학 연구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바람직한 이력을 가진 과학철학 연구자는 아니다. 일반적인 직장을 다니면서 계속 공부하여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결국 오랜 시간이 걸려 학위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강의 경력 또한 직장을 다니면서 쌓았다. 그렇기에 한결같이 연구에만 매진해 온 연구자에 비해 부족함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

일상 이야기 2024.02.24

만족하는 삶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참 행복했다. 물론 아이들이 끊임없이 집을 어지르는 바람에 계속 청소 등과 같은 집안일을 해야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었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찬송을 부르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기쁜 일이었다. 나는 아내와 나로 말미암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세상의 모든 일은 그 나름의 이유와 합리성을 가지고 이루어진다. 내가 세상에서 태어나서 이렇게 살아가는 일, 내가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일 또한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합리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완전하..

일상 이야기 2024.02.20

한스 라이헨바흐와 20세기 경험주의 과학철학(1/2)

과학철학은 현재 시점에서 인간 공동체가 수립한 과학지식 체계가 갖는 여러 측면들에 대해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학문이다. 인간 공동체가 강력한 과학지식 체계를 수립하여 자연의 여러 현상들을 예측하고, 설명하고, 조작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과학지식 체계의 ‘의미’ 혹은 ‘가치’이다. ‘의미’와 ‘가치’는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제시될 수 있으며, 우리가 과학지식의 어떤 ‘의미’ 혹은 ‘가치’를 지지하고 옹호하는지에 따라 과학지식에 관련된 우리의 실천 양식 또한 변한다.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는 뛰어는 기술 문명을 발전시켰다. 이 두 문명은 정교하고 거대한 건축물을 지었고, 계절과 천체 현상을 정확하게 계산했다. 동방에 비할 때 고대 그리스는 기..

독립성의 추구

내가 어린 학생이던 시절부터 나의 가장 큰 관심을 끈 주제는 부, 명예, 탁월함, 명성이 아니었다. 나는 그야말로 ‘독립성’에 가장 큰 관심을 가졌다. 그 무엇보다도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과도한 사교육을 받지 않으려 했고, 도서관에서 스스로 공부하려 했다. 대학 시절부터 철저하게 독립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입대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실질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해 왔다. 어쩌면 유학을 가지 않은 것은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나의 강한 의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법, 제도, 규칙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형식적이고 공식적인 규칙이자 제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을 추종하고 어떤 사람에 의해 통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상 이야기 2024.02.10

시간에 대한 생각

시간이 대체 무엇인지를 잘 설명할 수는 없어도,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2024년 2월 6일 오후 9시 14분이다. 지금 이 순간은 이제 다시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세계에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그 존재의 유지 혹은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최소한 내 주변만 보면 그렇다. 물론 좀 더 먼 영역으로 논의를 확장하면 이 이야기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내 눈에 보이는 것들, 이른바 ‘국소적인 것들과 관련한 파악’을 상당히 확신한다.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최소한 국소적 기준계의 관측자에게 그러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이러한 시간의 흘러감을 부정할까? 그렇지는 않다. 기준계 A에서 보았을 때 기준계 B의 상대 운동(등속 또는 가속)에..

그냥 하다 보면 편하게 된다

작년 2월 말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난 뒤 주변 사람들이 나를 ‘강박사님’이라고 불러준다. 아직 약간 어색하기는 하지만 참 기분이 좋다. 내 명함에도 ‘이학박사,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이라고 적혀 있다. 내가 박사라니! 아직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박사다! 학위증명서도 있다! 게다가 무려 과학사 및 과학철학 박사다! 오예! 박사학위를 갖게 되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박사학위가 없으면 강의를 못 한단다. 박사학위를 갖게 되니 이따금 주변에서 강의 혹은 발표 의뢰를 해오기도 한다. 나는 이런 의뢰를 마다하는 법이 없다. 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강의했지만 ..

꼭 필요한 만큼만

내 삶의 가능성이 청년 시절에 비해 부쩍 줄어든 만큼 내게는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 많이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식사의 경우 나는 밥 한 공기에 김치와 간단한 반찬만 있으면 맛있게 먹는다. 옷은 이미 사둔 옷들을 대충 깔끔하게 차려입는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이미 사둔 신발들이 제법 있어서, 새 신발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고 그냥 신던 신발을 신는다. 책도 비슷하다. 내가 관심을 둔 분야의 책들은 이미 대부분 구비하고 있어 굳이 새로 책을 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나의 삶을 영위하는 데는 비누, 치약 등과 같은 최소한의 생필품이 필요할 뿐이다. 내 삶에 꼭 필요한 것들 중 하나가 음악인데, 요즘은 인터넷에만 접속할 수 있으면 거의 모든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그러므로 학창 시절에는 음반을 사는..

일상 이야기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