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8

국립목포대학교 교수라는 자부심

지금 나는 내 생애의 세 번째 직장인 국립목포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나의 전 직장인 한국장학재단, 국립대구과학관 모두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 기관이다. 그렇지만 ‘과학철학 연구자’라는 나의 핵심적인 정체성에 가장 들어맞는 직장은 현 직장인 국립목포대학교다. 작년인 2023년 12월에 국립목포대학교는 공개적으로 과학철학 전공자를 모집했고, 나는 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정정당당하게 합격했다. 강의 평가와 면접 평가 과정에서 다시금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했지만, 최종적으로 나의 열정과 가능성을 보고 나를 선택해 준 국립목포대학교에 감사드린다.    전체적으로 보면 나는 점차 내 전공에 맞는 기관으로 옮겨왔다. 나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주로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했지만, 그래도 대학생의 학업을 ..

일상 이야기 2024.08.28

한반도 지식인의 전통 속으로

최근 나는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세계상이나 세상에 대한 개념들이 마치 내가 입고 있는 옷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세계상과 개념은 ‘비역사적’이고 ‘동시대적’이다. 19세기 말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한반도에 수입된 서양의 문물이다. 그 이전까지 한반도에서는 한반도 고유의 역사가 전개되고 있었다. 우리는 예전까지 진행된 역사의 연장선 위에서 우리와 나 자신의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내가 오래전 가졌던 서양적 수학과 과학에 관한 선망과 환상 역시 그다지 근거가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 것 또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2년에 태어난 나는 1980년대 대한민국 경제 호황의 수혜자다. 당시 의류도매업을 하셨던 아버지의 사업이 비교적 잘 되었고, 나는 물질적 부족함 없이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일상 이야기 2024.08.25

소소한 삶의 목표

나는 오래 전부터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마 대학 시절 나를 조금이라도 알았던 사람이라면 이러한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공식적인 학점이 좋지 않았고 그야말로 ‘A+ 모범생’은 아니었다. 그 시절 나 자신조차도 내가 과학철학을 아주 좋아하지만 부족한 나의 능력으로는 교수까지 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나는 우리나라 국립대학교의 교수가 된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과분한 행운에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나는 이제 과학철학 연구자로서의 내 운명이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결정되었다고 믿는다. 나는 2012년 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12년 1개월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나로서는 자랑스러운 공직 경험이었지만 그 기간은 그만큼 쓰라린 시..

나의 정치적인 관점

나는 스스로 서민 또는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내 가까운 가족 중 사회적으로 권위 있는 사람은 없었다. 큰아버지께서 대구에 소재한 한 농협의 지점장을 하셨다는 정도? 그런데 그 사실이 우리 가족에게 특별히 도움이 된 것은 없었다. 내가 성인이 된 이후 셋째 고모부께서 모 사립은행의 부행장까지 오르신 적이 있지만, 내가 고모부로부터 사적인 도움을 받은 일은 전혀 없다. 나는 국사와 세계사를 싫어하지 않았지만, 역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대학에서도 국사학, 서양사학, 동양사학(철학, 미학, 종교학, 고고미술사학을 포함하여)을 전공으로 선택할 기회가 있었지만, 나는 철학을 선택했으며 역사학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또한 나는 스스로 보수 성향의 인물이라 생각한다. ..

일상 이야기 2024.08.18

즐거운 과학 및 공학 공부

나의 전공이 철학인지 모른 채 나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이후 내가 철학을 전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소 놀라곤 한다. 이들은 내가 수학 또는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한다. 내가 말하는 대부분의 주제, 개념, 이야기 등이 실제로 과학 혹은 기술에 연계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들의 이와 같은 반응이 타당하며, 이는 나라는 사람의 중요한 면모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가끔 내가 수학이나 물리학을 전공했다면 어땠을지 생각한다. 그만큼 나는 명료한 개념 체계와 단순하고 분명한 문제 풀이를 좋아한다. 추상적이기만 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맹목적으로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고 문제를 잘 푸는 것에만 집중하는 관행은 몹시 싫어했다. 나는 자연이 ..

일상 이야기 2024.08.14

철학자로서 산다는 것

우리 사회의 대학에서 철학과가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철학과의 폐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제법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보는 두 가지의 시각이 있다. 첫째, 이제 철학은 우리 사회 속에서의 쓸모를 다했으므로 궁극적으로 철학이라는 학문은 사라질 것이다. 둘째, 여전히 철학은 우리 사회 속에서 그 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 쓸모의 비중이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을 뿐이므로 계속 존속할 것이다. 물론 이런 두 가지 시각 이외의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편의상 이러한 두 가지의 시각만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겠다. 그리고 나는 이때 두 번째 관점을 취한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 사회에는 철학이라는 학문이 필요하며, 그렇기에 나는 ‘철학’과 ‘철학과’가 계속 유지되리라 생각한다...

내 삶에 특권이나 반칙은 없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나와 가까운 사람이 직위 혹은 권력을 통해 특혜를 받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나의 친척 중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 약사, 변리사 등 소위 말하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건 내가 태어난 집안이 지극히 평범한 집안이었다는 것을, 좀 강하게 말하면 나의 집안은 별볼일없었음을 뜻한다. 실로 나는 정치와 권력에 관해서 오로지 글과 책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 실제를 경험하여 생생하게 실감할 수 없었다. 오직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런 뭣도 모르는 내가 대학에 들어가니, 나의 관점에서 볼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들을 접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고려대학교 법학과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험을 봐서 서울대학교..

일상 이야기 2024.08.07

소박하고 무식하게 노력하는 유형

나는 나 자신을 강인한 맷집을 가지고 있으므로 계속 자잘하게 맞아가면서도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화려하게 승승장구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며, 앞으로도 아닐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머리가 좋다는 평가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냥 무식하게 내가 원하는 일을 계속 해 왔을 뿐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추진에는 의지와 체력이 필요할 뿐, 별다른 지능이 필요하지 않다. 이 일을 위해 필요한 수준의 지능은 노력을 통해 획득할 수 있다. 누구나 나처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나의 사고방식이 약간 독특하긴 하다. 나는 부산에 있는 동해중학교에 다녔는데, 동해중학교는 불교 재단에서 설립한 학교였다. 나는 유교의 선비, 불교의 ..

일상 이야기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