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 전부터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마 대학 시절 나를 조금이라도 알았던 사람이라면 이러한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공식적인 학점이 좋지 않았고 그야말로 ‘A+ 모범생’은 아니었다. 그 시절 나 자신조차도 내가 과학철학을 아주 좋아하지만 부족한 나의 능력으로는 교수까지 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나는 우리나라 국립대학교의 교수가 된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과분한 행운에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나는 이제 과학철학 연구자로서의 내 운명이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결정되었다고 믿는다. 나는 2012년 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12년 1개월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나로서는 자랑스러운 공직 경험이었지만 그 기간은 그만큼 쓰라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