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Making Self-Documentary

강형구 2024. 6. 4. 08:18

   나는 블로그에 일주일에 두 개 정도의 글을 올린다. 글 하나를 쓰는 데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계산을 해 보면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서 블로그를 꾸려 나가고 있는 셈이며, 이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시간 투자이다. 부담 없는 글쓰기라서 굳이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기 때문에 쉽고 짧은 시간 내에 솔직하게 작성할 수 있다. 내 생각에 이런 형태의 글쓰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한글 프로그램을 열고 내가 평소에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생각한 것들을 30분 정도 쓰는 것이다. 분량은 A4 용지로 1쪽 정도 된다.

 

   이 정도의 글쓰기도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건 정말로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꾸준하게 블로그에 글을 쓰면, 그 블로그는 글쓴이에 관한 일종의 다큐멘터리가 된다.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나보다 나 자신의 삶에 대해 더 정확하게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강의 때 학생들에게 종종 말한다. 나보다 더 나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모두 자신의 삶에 관심을 가질 뿐, 타인의 삶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여기서 누군가는, 때로는 나보다 제3자가 나에 대해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완전히 옳을 수는 없다. 내가 아닌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내 생각과 감정을 나보다 더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류학자가, 사회학자가, 심리학자가, 정신분석학자가 나보다 더 내 생각과 감정을 더 잘 알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나의 시선, 나의 느낌, 나의 감성을 나보다 더 잘 아는 누군가가 있을까? 심지어 나조차도 나와 가장 친밀한 사람인 아내와 아이들, 부모님의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알지 못한다. 누군가가 자신이 나보다 더 나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냥 헛소리이며 그 사람의 생각(오류인)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렇게 공개적인 형태로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일까? 사실 나의 가장 개인적인 기록을 남기는 문서는 별도로 있다. 그것은 너무 개인적이어서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다. 그런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모든 인간에게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어떤 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어떤 사람은 노래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어떤 사람은 글을 쓴다. 실로 나는 그저 글쓰기를 통해 나를 표현하는 데 익숙한 사람일 뿐이다. 내 생각에 나는 철저히 민주적인 방식으로 글을 쓴다. 왜냐하면 블로그 글쓰기는 포털(다음, 네이버 등)에 가입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데 돈이 필요하지도, 권력과 권위가 필요하지도 않다.

 

   블로그 글쓰기는 나에게 사회적 자본을 제공하는 행위가 아니다. 나는 강의하고, 논문을 쓰고, 책을 번역하는 등 교수로서의 사회적 행위를 통해 사회적 자본을 얻지,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사회적 자본을 얻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이렇게 글을 쓴다. 나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와 삶에 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 중 하나라 믿는다. 그리고 이는 나를 넘어서서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남기는 기록이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특히, 가족에게) 나는 소중한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에게는 남편,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소중한 사람이 아닐 수 있는가? 그런 이유로 나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이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나 스스로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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