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모르는 게 약

강형구 2024. 5. 12. 00:43

   너무 많이 알면 머리가 아플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참으로 모르는 게 약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의도적으로 주식 투자에 손을 대지 않는다. 사실 의지만 있다면 주식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서도 일부러 그러한 정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멍청한 머리로 주식 투자를 해서 이익을 낼 자신이 없고, 괜히 투자했다가 열에 아홉은 손해를 볼 것이 거의 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어떤 일을 잘 못한다면, 어설프게 그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못한다고 밝히고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은 나에게는 일종의 도피처다. 책이나 논문을 펼치면 머리 아픈 일들에서 벗어나 나만의 생각 세계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책이나 논문이 더 골치 아픈 거 아니냐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이미 익숙해져 있는 담론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오히려 더 친숙하고 편하다. 물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은 한다. 나는 근 10년간 나에게 주어지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나 정치적인 문제는 나에게는 골치 아픈 문제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와 관련된 각종 토론이 이어지는데, 나는 그런 토론에는 참여하지 않고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나는 나의 주소지로 온 공식적인 홍보물을 근거로 후보를 평가한다. 이번 총선에도 그렇게 후보를 평가하여 투표(사전투표)했다.

 

   아이들 공부시키는 일도 나는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아내는 그 분야에 관심이 참 많아서 책도 많이 읽고 유튜브 영상도 많이 본다. 그런데 사실 나는 아이들 공부 문제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그냥 편하게 자유롭게 놔두면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공부했기 때문이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부모님께서 나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신 적이 거의 없다. 그냥 나 스스로 했다. 나는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것이 그저 개인적인 취향 혹은 성향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나 자신은 공부를 하며 먹고 사는 직업을 갖게 되었지만, 세상에는 할 일이 참 많으며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방식도 매우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아이의 경우 그림 그리는 활동을 좋아한다. 큰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보내봤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하는 듯했다. 아이는 영어를 곧잘 하지만, 수학의 경우에는 평범한 재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가 무던하고 튼튼한 아이라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 모습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아이는 스스로 잘 자라고 있으므로, 부모는 그냥 곁에서 응원해 주고 힘들 때 기댈 수 있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가 자기 전에 귀를 파 주거나 발 마사지를 해준다. 그러면 아이는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면서 잠에 빠진다. 내가 아이를 붙잡고 공부를 시킨 적은 없다. 그냥 가끔 나에게 무언가를 물으면 답해 줄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12년 넘게 해왔지만, 정작 직장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적은 없었다. 나는 그저 조직의 실무자로서 일해 왔을 뿐이다. 이런 나의 경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내가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일이 무엇인지는 비교적 빨리 파악하는 편이다. 그런 일은 그냥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아도 달라질 게 별로 없고, 알게 되면 괜히 머리만 아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일과 관련해서 내가 꼭 해야 하는 것만을 챙긴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다.

 

   못하는 일은 못 한다고 인정한다. 잘할 수 없으면서도 고집을 부려 잘하려고 하면 시간과 노력만 낭비하게 된다. 나는 그냥 욕심부리지 말고 내가 꼭 해야 할 일만 하려고 한다.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되,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굳이 기를 쓰고 따라가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면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다 그렇듯, 나는 힘든 것보다는 편한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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