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769

나다운 삶을 살고 있음

나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친구들보다 공부를 더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은 별로 갖지 않았다. 그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내용들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남들보다 조금 더 늦게까지 매달렸을 뿐이고, 그래서 성적이 그럭저럭 잘 나왔다. 하지만 나는 최고로 잘하는 집단에 속하지는 못했고 그냥 적당히 잘하는 집단에 속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내 주위에는 늘 나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물리학자가 되어 세계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는 순진한 마음으로 부산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런데 과학고등학교에 들어가 보니 그 곳에서는 가장 강한 강도의 암기 위주 교육을 하고 있었고, 과학의 의미를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으며, 머리가 뛰어난 친구들이 허다했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상 이야기 2021.03.27

사람은 그저 자신의 삶을 사는 것

나는 학술적인 나의 역량을 다음과 같이 깔끔하게 평가하고 정리한다. 나는 근본적으로 애호가다. 나는 진지하고 노력파이기는 하지만 결코 뛰어나지 않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어떤 사람은 나에게 “제발 그 이야기는 이제 좀 그만해라”고 불만을 표할지 모른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나는 거듭해서 이 이야기를 하고 싶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애호가이기는 하지만 그저 애호가의 수준에만 남아 있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학위를 받고 학술논문도 쓰고자 애쓰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참 쉽지 않다. 아마추어인 사람이 전문가의 영역에 진출하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논문을 투고해서 한 번에 게재되는 경우는 결코 없다. 대개 처음에 논문을 투고하면 당연히 게재 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엄청난 강도의 비판이 ..

일상 이야기 2021.03.20

정인경 작가의 [뉴턴의 무정한 세계]를 읽고

얼마 전 정인경 작가의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를 읽었고, 방금 막 그가 쓴 [뉴턴의 무정한 세계]를 읽었다. 둘 다 좋은 책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뉴턴의 무정한 세계]가 더 마음에 든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본 과학 이야기가 새로웠고 흥미로웠으며 퍽이나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에서의 내용들은, 내가 과학사 과학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소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내가 잘 모르는 동아시아 과학사와 한국 과학사의 시각에서 쓰인 글이 참신하게 다가왔고 사뭇 큰 자극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높게 평가하고 싶은 것은 작가가 온전한 자신의 언어로 과학사를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우리말 문장들의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힌다. 나의 기준으로 볼 ..

과학사 이야기 2021.03.19

오명 전 부총리님을 뵙기 전

오명 부총리는 1940년에 2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1958년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경기고등학교 3학년 때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결심했는데, 당시 김원규 교장선생님의 말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육사로 가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육사 생도 시절 4년 동안 이전까지의 독선적이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완전히 개조했다. 또한 군대 무기 체계가 전자적인 것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전자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1962년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에 편입하여 1966년에 졸업했다. 이후 육군사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미국으로 유학, 1972년에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육군사관학교 교수(1966~1979)..

과학관 이야기 2021.03.18

과학철학의 난해함

늘 느끼지만 과학철학과 관련된 정식적인 학술활동의 기준은 과학철학 애호가의 수준을 한참 넘어선다. 나는 과학철학을 좋아하기에 지금까지 애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전문적인 학술활동을 하기에는 아직까지 나의 실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나의 선천적인 재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노력만으로 만회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마냥 애호가 수준의 활동만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실력이 무척이나 부족하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 분야의 학문 발전에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호가 수준이 아닌 학술적인 수준의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특정한 주제들에 대한 연구는 계속 나름대로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라이..

일상 이야기 2021.03.16

바일의 리만 공간 개념 확장에 대한 라이헨바흐의 비판

[시간과 공간의 철학]의 부록 내용 중에서 발췌했다. 따라서 중력에 대한 기하학적 표상은, 만약 이것이 실제로 측정 도구들과 중력장 사이의 관계를 주장하지 않았더라면, 시각화의 한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경험적 주장은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이 갖는 인식론적 가치의 기초이다. 중력에 대한 기하학적 해석은 단지 사실적인 주장을 둘러싸고 있는 시각적인 외투에 불과하다. 몸체와 그 몸체를 둘러싸고 있는 외투를 혼동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몸체를 둘러싼 외투의 형태로부터 몸체의 형태를 추론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동일한 작업을 전기 현상에 대해 하길 바란다면, 우리는 전기장을 측정 도구들의 행태와 관계 짓는 유사한 물리적 사실을 찾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전기장에 대한 기하학적 표현이..

할아버지 할머니 묘비 기록

진주강공휘신광(晋州姜公諱信筐), 배성주이씨순호(配星州李氏順好) 지묘(之墓) 선고(先考)의 휘(諱)는 신광(信筐)이시고 자(字)는 형애(亨受)이시며 호(號)는 명제(明齊)이시다. 1921년 신유(辛酉) 3월 7일 이곳 마수동(馬水洞)에서 조고(祖考) 휘 무희(武熙)의 1남 2녀 중 독자로 탄생하시어 무후(無后)인 당숙 휘 문희 후로 출계(出系)하시고 차남인 병석을 생부의 사손(嗣孫)으로 승계함으로써 양가계의 절손을 방지하였으며 양가계의 묘소 관리 제례 등 제반절차를 차질 없이 시행케 하신 어른이시다. 왜정치하에서 가천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셨으며 8. 15. 광복 후 새마을 지도자 및 동장을 수차례 역임하셨고 가천 새마을 광역권 사업추진위원장을 역임하시면서 창천에서 마수에 이르는 도로개설에 기여한 공로로 성주..

일상 이야기 2021.02.21

일반 상대성에 대한 초기의 철학적 해석들

토머스 리크먼, “일반 상대성에 대한 초기의 철학적 해석들”(2018. 5. 7.)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에서 Thomas Ryckman, “Early Philosophical Interpretations of General Relativity” from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2018. 5. 7.) 일반 상대성 이론에 관한 초기의 철학적 해석들은 네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① 마흐주의자 : “관성의 상대화”를 실현했다고 본다. 원거리 동시성을 조작주의적으로 취급했음을 높게 평가한다. ② 칸트주의, 신칸트주의 : 종합적인 “지성적인 형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형식이 다름 아닌 일반 공변성의 원리라는 것이다. ③ 논리경험주의 : 물리적 이론의 경험적..

기록으로 남기는 일

이번 음력 설날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큰 딸 지윤이만 데리고 부모님이 계신 부산에 다녀왔다. 부산은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라 내려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아주 오랫동안 살았던 집은 이제 없어졌고, 대신 그 자리에는 새로운 아파트 단지 조성을 위한 공사를 한창 하고 있다. 부모님은 새로운 아파트가 지어질 때까지 근처에 있는 다른 낡은 아파트에 전세를 들어 지내고 계신다. 올해 나는 40세가 되었고, 아버지께서는 69세, 어머니께서는 66세가 되셨다. 아버지, 어머니, 지윤이와 함께 설 차례를 지냈다. 차례 상에 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셨으니, 나에게는 고조할아버지와 고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께 새해를..

일상 이야기 2021.02.14

글쓰기 연습

나는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을 더 즐긴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내 생각에 말하는 것은 글 쓰는 것보다 더 빠른 두뇌 회전 및 순발력을 요구한다. 나의 경우 아마도 머리가 천천히 돌아가고 순발력이 부족해서 말보다는 글이 더 편한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말에 비해 글이 갖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글쓰기를 통해서 생각을 길게 전개해 나갈 수 있다. 또한 글쓰기는 다듬을 수 있는 맛이 있다. 말은 한 번 해버리면 되돌릴 수 없지만, 글은 목적하는 대상에게 공개하기 전까지는 쓰고 나서도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다. 돌을 다듬어서 조각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면 약간 과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글쓰기는 말하기와 달리 작품 활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 간혹 예술적으로 말을 잘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일상 이야기 202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