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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志一貫

세상에는 삶의 다양한 길들이 있다. 그 길들 중 옳고 그른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길게 이어지는 길과 짧게 끊어지는 길이 있을 뿐이다. 길게 이어진다고 해서 옳은 길인 것은 아니다. 다만 운이 좋기도 했고, 길을 걸었던 이의 의지가 강해서 그렇게 길게 이어졌을 뿐이다. 나는 내가 걷는 길이 길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길이 길게 이어지면 이 길을 걸으며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그 깊이도 깊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을 통한 사람 혹은 생각과의 만남이 그다지 실리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판매를 목적으로 쓰이는 책들도 많다. 그러나 문학이나 철학, 과학 책들 중에는 판매가 주된 목적이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한 연구와 사색이 주된 목적인 책들이 제법 많다. 예를 들..

일상 이야기 2021.11.27

과학철학에의 헌신을 다짐하며

나는 2012년 1월 중순부터 직장에서 일을 했다. 내년인 2022년 1월 중순이 되면 정확히 직장 생활을 한 지 10년이 된다. 나는 직장 생활 만 10년이 되는 내년 1월 중순부터 1년 간의 육아휴직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육아휴직 동안에는 아이들을 돌보며 틈틈이 학위논문을 써서 마무리하려 한다. 물론 이때의 마무리라는 것은 학위논문 초고 집필을 이야기할 뿐이다. 초고를 제출한 후 얼마나 더 수정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초고 집필을 끝내면 그 이후에는 계속 수정 작업을 하면서 학위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일하면서 나름 내 전공을 살려서 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관은 대학과는 다르다. 대학에서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할 수 있으나..

국립과학관 속 과학철학 전공자

대학 속 과학철학 전공자는 국립과학관 속 과학철학 전공자보다는 입장이 덜 애매한 것 같다.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교양 과학철학 강의를 하거나,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좀 더 심화된 과학철학 강의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국립과학관 속 과학철학 전공자의 역할은 퍽 애매하다. 특히 나는 서양 과학철학 전공자로서 20세기 전반기의 물리학 이론들이 갖는 철학적 의미를 연구하고 있는데, 이런 내가 한국의 국립과학관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문득 내가 이런 의문을 떠올린 이유는 오늘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근무하고 계신 한 연구관님의 행적을 찾아보았기 때문이다. 이분은 과학관에서 20년 이상 일하면서 겨레 과학의 원리와 의의를 일관되게 연구하고 계신다. 서양 과학사와 서양 과학철학을 공부한 나는 과연 국립과학..

과학관 이야기 2021.11.07

논문을 쓰며 행복함을 느낌

나는 글을 쓰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편이다. 중학생 시절에 그러한 나의 성향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그 시절 나는 시, 소설 등과 같은 글들을 썼는데, 문학적으로 전혀 훌륭하지 않았고 재미도 별로 없었다. 다만 그때 썼던 글들의 내용은 퍽 철학적이었다. 자기성찰적인 글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후 나는 계속 글을 썼다. 가끔은 글을 쓰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감정이 밀려오기도 했다. 10월 말에 전시를 오픈한 후, 다시 학위논문 작업으로 되돌아왔다. 어떻게 보면 100년 전의 유럽으로 되돌아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100년 전인 1920년대 초, 여전히 자연과학을 전공한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상대성 이론과 관련한 철학적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물리학 이론 속에는 경험적 사실들, 가설들, ..

일상 이야기 2021.11.01

전시 오픈을 하고

최근 제5회 산업과학기술사 특별전을 오픈했다. 작년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과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이신 기우항 교수님을 기리는 전시를 오픈했고, 올해는 우리나라 전자산업에 중요한 공헌을 하신 4명의 인물들(오명 전 부총리,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권욱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종부 NUC전자 회장)을 기리는 전시를 오픈했다. 확실히 매번 전시를 할 때마다 경험치가 쌓이고 실력이 는다. 물론 이번 전시에서도 부족한 부분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많은 세상 일들 중 단번에 이루어지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매번 조금씩 배우고 익히고 더 정밀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전시 준비하느라 한동안 학위 논문 작업을 하지 못했다. 올해 남은 두 달 동안에는 학위 논문 작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11..

일상 이야기 2021.10.29

육아휴직을 2달 앞두고

어느덧 2021년 10월 말을 바라본다. 나는 올해 말까지 업무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1년 동안의 육아휴직을 예상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조금 더 일찍 복직할 수 있다. 둘째와 셋째가 자라서 아내와 내가 둘 다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복직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1년을 계획하고 있다. 그래야만 나의 육아휴직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도 제대로 채용이 될 것이다. 되돌아보면 한국장학재단에서의 5년 6개월은 나에게는 공공기관의 업무 처리를 배운 기간이었다. 국립대구과학관에서의 4년 3개월은 학예사로서 전시를 기획하고 실행해 본 기간이었다. 과학관 전시를 하면서 나는 전시라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제대로 된 준비와..

일상 이야기 2021.10.21

다시 논문을 쓴다

올해 7월에 나는 주말이면 가족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카페에 나가 열심히 논문을 고쳤다.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논평을 참고해서 논문 곳곳을 보완했다. 논문이 게재된 후 전시 준비와 책 번역에 바빠 잠시 논문 작업을 하지 못했다. 물론 그동안에도 틈틈이 논문 작업을 위해 필요한 글들을 읽고 정리하고 번역하기는 했다. 이제 다시 논문 작업을 하려고 한다. 10월 말까지 한 편, 11월 말까지 한 편, 12월 말까지 한 편을 쓰면, 내 학위논문의 주요 부분들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될 것 같다. 내년 상반기에 논문의 남은 부분들을 집필하면 내년 하반기에는 논문 심사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당연히 논문 심사를 받는다고 해서 그 심사를 단번에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말이면 직장 생활 ..

일상 이야기 2021.10.04

知彼知己, 百戰不殆

요즘은 음악을 잘 듣지 않는 내가 최근에 종종 듣는 앨범이 있다. 악동 뮤지션(악뮤)의 최신 앨범이다. 이 앨범의 첫 번째 곡 제목이 ‘전쟁터’인데, 실제로 우리네 인생 속 시시각각은 전쟁터에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가끔씩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간도 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외부에서 공격이 이루어질지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특정한 적을 목표로 삼아 공격을 해도 늘 이기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고, 적과의 싸움에서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으며,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경우가 있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경우도 있다. 과연 인간의 인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돌이켜보면 나 또한 이 세상에 나의 의지대로 태어난 것은 ..

일상 이야기 2021.08.28

의식이라는 꿈 속에서

[의식이라는 꿈]이라는 책을 알게 된 것은 올해 6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근무하는 한 연구사님과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다니얼 데닛이 쓴 이 책을 내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박사님께서 번역하셨다는 사실 또한 그때 알았다. 이후 나는 이 책을 사거나 빌려 읽지는 않았지만, 책의 제목 “의식이라는 꿈”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주체의 입장에서 의식은 아름다운 하나의 꿈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게 여겨졌다. 이 표현이 주체의 나르시시즘을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마 이런 나르시시즘이 없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 We are always in our sweet dream. Its name is “consciousness”. 의식은 꿈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게끔 만들어 주는..

그저 내 할 일을 할 뿐

아이들 셋을 키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부모님, 장모님의 도움을 받아 그럭저럭 해 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무사히 자라줘서 감사하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사는 것 같다.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주된 동기도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비롯되고 있다. 나는 올해로 만 10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내가 맡은 일을 부지런히 한다. 최근 회사에 어수선한 일이 있긴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그저 나의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는 나의 모든 삶을 회사의 일로 채우려고 하지는 않는다. 회사에서는 일을 열심히 하고, 퇴근하면 회사의 일은 잊고 다른 것들로 나를 채운다. 이제는 정말 박사과정 졸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퇴근하면 육아를 ..

일상 이야기 2021.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