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다시 논문을 쓴다

강형구 2021. 10. 4. 20:33

   올해 7월에 나는 주말이면 가족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카페에 나가 열심히 논문을 고쳤다.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논평을 참고해서 논문 곳곳을 보완했다. 논문이 게재된 후 전시 준비와 책 번역에 바빠 잠시 논문 작업을 하지 못했다. 물론 그동안에도 틈틈이 논문 작업을 위해 필요한 글들을 읽고 정리하고 번역하기는 했다. 이제 다시 논문 작업을 하려고 한다. 10월 말까지 한 편, 11월 말까지 한 편, 12월 말까지 한 편을 쓰면, 내 학위논문의 주요 부분들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될 것 같다. 내년 상반기에 논문의 남은 부분들을 집필하면 내년 하반기에는 논문 심사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당연히 논문 심사를 받는다고 해서 그 심사를 단번에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말이면 직장 생활 만 10년이 된다. 나는 2012년 1월 16일부터 직장 생활을 했다. 내년 초에 아내가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하게 되면 나는 아내 대신 육아휴직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은 둘째와 셋째를 두고 나와 아내 둘 다 직장 생활을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쌍둥이들을 1년 정도 더 키운 다음,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쌍둥이가 네 살이 되는 해에 나와 아내 둘 다 직장 생활을 하는 게 어떨까 싶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아내가 너무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지 못했다. 더 이상 아내의 희생만을 강요할 수 없다. 나는 요리에는 젬병이지만 청소, 설거지, 빨래는 성실하게 잘하는 편이니, 그럭저럭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나는 1년에 논문을 두 편, 책을 한 권 번역한다고 상상해보았다. 내 나이 마흔이니 앞으로 최소한 20년 정도는 더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앞으로도 나는 40편의 논문을 더 쓰고 20권의 책을 더 번역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나는 한국어보다 영어로 된 논문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한국어든 영어든 나의 실력이 되는 만큼 논문을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향후 20년 동안 40편의 논문을 쓴다면 그 논문들을 잘 편집해서 최소한 두 권의 단행본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어떻게든 매년 2편의 논문을 쓰고 1권의 책을 번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나의 모든 여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남들이 보기에 퍽 재미없는 삶이 될지 모르겠다.

 

   이런 말은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오래전부터 공부는 그냥 내 체질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공부만큼 편한 게 없다. 나는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공부를 그냥 즐겼다. 글을 읽고 생각하고 일정한 규칙을 따르는 문제들을 푸는 것은 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아주 어려운 편에 속하는 문제들은 잘 풀지 못했지만, 내가 못 푸는 문제들의 해답을 보고 대강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익힐 수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는 학생 시절의 공부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부분이 많다. 글들을 읽으며 이 글들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고, 이후 나의 해석을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글을 쓰면 된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결코 나의 시간과 노력이 헛되는 일은 없다. 아주 조금이라도 성과는 꼭 남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안전하고 편안하다.

 

   공식 수업이 다 끝나고 혼자 책상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고 생각하고 문제를 끄적거리던 예전 생각이 난다. 그때 나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저 공부는 내가 해야만 하는 무엇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나 스스로를 공부를 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나는 공부가 나란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활동이라고 생각할 뿐, 나의 작업이 대단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열심히 성실하게 이 일을 할 따름이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나의 아내와 나의 아이들이 내가 하는 작업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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