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전시 오픈을 하고

강형구 2021. 10. 29. 12:54

   최근 제5회 산업과학기술사 특별전을 오픈했다. 작년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과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이신 기우항 교수님을 기리는 전시를 오픈했고, 올해는 우리나라 전자산업에 중요한 공헌을 하신 4명의 인물들(오명 전 부총리,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권욱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종부 NUC전자 회장)을 기리는 전시를 오픈했다. 확실히 매번 전시를 할 때마다 경험치가 쌓이고 실력이 는다. 물론 이번 전시에서도 부족한 부분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많은 세상 일들 중 단번에 이루어지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매번 조금씩 배우고 익히고 더 정밀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전시 준비하느라 한동안 학위 논문 작업을 하지 못했다. 올해 남은 두 달 동안에는 학위 논문 작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11월에 하나의 장(章, chapter), 12월에 하나의 장을 쓰는 것이 목표다. 하나는 1920년대 초기에 진행된 라이헨바흐와 카르납의 물리 철학 연구를 비교하는 내용, 다른 하나는 라이헨바흐가 상대성 이론을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재구성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를 상세히 논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미 관련 문헌들에 대한 분석은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글을 구조적으로 쓰는 일만 남아 있다. 상대성 이론의 철학적 의의에 대한 라이헨바흐와 아인슈타인 사이의 논쟁에 대해서도 글을 써야 하나, 아마도 올해 이 글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년 초를 기약해본다.

 

   일단 올해까지 모든 논문자격시험들을 마무리했다. 이제는 논문을 제출하여 심사를 통과하는 일만이 남았을 뿐이다. 졸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천천히 차근차근 의미 있는 논문을 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급하게 하려고 해서 제대로 되는 일은 없다. 물론 열심히 할 때는 해야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과 급하게 하는 것은 질적으로 엄연히 다르다. 이제 전시 준비가 끝났으니 한숨 돌린 후, 과학철학 연구로 조금씩 되돌아가야 하겠다. 관련 논문들과 책들을 읽으면서 천천히 준비를 하고자 한다. 매일 조금씩 목표를 세워 이를 실천해나간다면 과학철학 연구 모드로 모드 변경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에 번역한 책들의 출판은 모두 내년으로 미뤄질 것 같다. 리 스몰린의 [다시 태어난 시간], 존 그리빈의 [여섯 가지 불가능한 일들] 모두 출판사의 사정으로 인해 내년에야 출판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이 다소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힘으로 일정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기에 천천히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한다. 언젠가는 번역 출판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라이헨바흐의 [경험과 예측]을 번역해서 출판해야 하는데, 과연 언제 번역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학위 논문 작업을 끝내고 난 다음에 새로운 번역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 종류의 일에서 다른 종류의 일로 전환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모드 전환을 빠르게 하고 싶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이번 전시를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상당한 보람을 느낀다. 다음 전시에는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나의 일에 애정을 느끼며 열심히 해야지만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4년 3개월 전에 나는 전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초보에 불과했다. 이제 나는 3급 정학예사로서 지금까지 7회 이상의 특별전시를 개최한 경험을 가진 전시기획자가 되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전시기획 경험을 쌓는다면, 5년이 지나 수준급 전시기획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특정 분야에서의 노련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요즘 자주 생각하는 내 삶의 중요한 목표다. 과학기술사 관련 전시 기획 및 운영, 과학철학 중에서도 20세기 전반기의 물리 철학에서 진정한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 철을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더 단단해지고 예리해지는 것처럼, 나 또한 지치지 않는 단련으로 좀 더 탄탄한 실력을 갖춘 전문가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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