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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논리를 따름

나는 독립적인 개인의 개념을 믿는다. 독립적인 개인은 사회적 제도와 양립가능하지만 결코 사회적 제도에 종속되지 않는다. 독립적인 개인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사회적 제도와 타협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협이지 종속이 아니다. 극단적인 경우 독립적인 개인은 사회적 제도를 자신의 의지에 근거하여 거부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의 사회 유지와 발전 역시 일종의 타협의 결과물이다. 사회는 개인이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명세화하여 제시할 수 없다. 이것은 개인의 의지와 자율성에 따라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이제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일상 이야기 2022.03.26

글 쓰는 이유

최근 학위 논문 작성 때문에 나 스스로 심리적인 부담을 약간 느꼈던 것 같다. 이렇게 부담감을 가진 상황이 며칠 정도 지속되었고, 그래서 오늘 오전에 나는 문득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약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내 나름대로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는 다시금 글을 쓸 동기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중학생 시절부터 계속 글을 썼다. 그때부터 나는 어떤 식으로든 글을 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우습겠지만 나는 중학교 시절 빈 공책을 사서 거기에 습작 비슷하게 엉망진창인 시와 소설을 썼고 독백조의 산문을 쓰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도 마찬가지다. 나는 과학고등학교에서 공부하긴 했지만, 다른 친구들과 달리 수학과 과학 문제 풀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생각을 했..

일상 이야기 2022.03.24

육아휴직을 하며

나는 올해인 2022년 1월 초부터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을 시작했으니, 3월 말이 되면 휴직 후 3개월이 되는 셈이다. 나는 지금까지 국가에서 지원하는 육아휴직 수당을 1회 받았다. 아마 이번 주 내로 2회차 육아휴직 수당이 지급되지 않을까 한다. 육아휴직을 하면 더 이상 회사로부터는 나에게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국가에서 나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세계적인 저출산 국가인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고생한다고 국가가 육아휴직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나로서는 이 제도를 매우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대통령이 바뀌게 되면 유급 육아휴직 기간이 연장되거나 육아휴직 수당의 금액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나에게 육아휴직으로 인한 금전적인 어려움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아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급여를 받..

일상 이야기 2022.03.22

소박한 연구자의 삶

철학과에 다녔던 학부 시절 나의 학점은 좋지 않았다. 다른 졸업생들은 성적이 좋아 ‘우등 졸업’ 또는 ‘최우등 졸업’을 했지만 나는 그저 겨우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면 나는 자신감 넘치게 대학원에 지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졸업 성적이 좋지 않았던 나는 ‘과연 될까’ 하는 심정으로 철학과가 아닌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석사과정에 지원했는데, 운 좋게도 합격했다. 아마 당시에 과학철학 전공 지원자가 거의 없었고, 철학과 조인래 교수님께서 특별히 나의 잠재력을 믿어 주셨기 때문에 선발되지 않았나 싶다. 석사 과정에서 나는 아주 열심히 공부했고 학점도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박사 과정에 입학한 이후 나의 자신감은 많이 떨어졌다. 과연 내가 계속 제대로 연구를 할 수 ..

일상 이야기 2022.02.20

과학적 철학과 철학의 자연화

일반적으로 ‘과학적 철학(scientific philosophy)’ 개념은 논리경험주의자들이 제시했고, ‘자연화된 철학(naturalized philosophy)’ 개념은 하버드 대학 출신의 미국 철학자 윌러드 콰인이 제시했으며, 콰인은 논리경험주의에 결정적인 반박을 가한 인물로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나는 관련 문헌들을 읽으면서 실제로 콰인의 입장은 논리경험주의 전체가 아닌 카르납의 입장에 대한 반박이었으며, 라이헨바흐가 제시한 ‘과학적 철학’ 개념은 콰인의 ‘자연화된 철학’ 개념과 그다지 상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두 개념이 완전히 같지는 않고 세부적인 측면들에서는 당연히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볼 때 두 개념은 서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 같다.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논..

1920년대 후반기의 자연철학

상대성 이론의 철학적 의의에 대한 아인슈타인-라이헨바흐 논쟁을 검토한 후, 요즘 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주제는 ‘1920년대 후반기에 과학철학자들이 생각했던 과학철학 혹은 자연철학의 역할과 기능’이다. 당시 많은 수의 학자들이 이 주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펼쳤는데, 내가 특히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슐리크, 라이헨바흐, 카르납의 견해이다. 1930년대 초반부터 나치즘을 피해 유럽의 과학철학자들이 영국, 미국 등지로 이주를 하게 되는데, 그와 같은 이주 직전까지 이들이 과학철학(자연철학)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를 들여다본다. 디테일(세부사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부쩍 많이 하게 된다. 100년과 같이 긴 시간 간격이 아니라 순차적인 시간 속에서 들여다보면 단절성보다는 연속..

대통령 선거를 한 달 남겨두고

이제 대통령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았다. 투표권을 가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시점에 선거에 대한 나의 입장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가 볼 때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 중에서 진정 정치적으로 존경할만한 후보는 오직 2명 뿐인데, 그는 바로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와 새로운 물결의 김동연 후보다. 현재로서는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낮아 그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확률이 희박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정치적 이력은 상당히 올곧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심후보의 가족들 역시 비교적 조심스레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예상해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동연 후보 또한 높게 평가한다. 김동연 후보는 보수이자 엘리트 관료의 길을 걸으면서도 상당히 바르게 살아와서 많은 존경을 받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머지 후..

일상 이야기 2022.02.03

논리경험주의 드라마

휴직 후 집안일과 애들 돌보기를 주로 하고 있는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드라마는 "논리경험주의" 드라마다. 어떻게 그런 드라마가 가능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20세기 전반기의 과학철학사를 연구하는 나에게 이보다 더 흥미로운 드라마는 없다. 철학사조로서의 논리경험주의를 서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논리경험주의자들의 특징적인 면모를 기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리크 슐리크는 막스 플랑크 아래에서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철학으로 전향했다. 플랑크의 회고에 따르면 슐리크는 매우 뛰어난 제자였다. 필립 프랑크는 어떤가? 프랑크 또한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철학으로 전향했다. 오토 노이라트는 경제학자였고, 한스 한은 수학자였다. 한스 라이헨바흐는 철학으로 박사..

카르납, 헴펠, 라이헨바흐의 성격에 대한 단상

내가 한창 과학철학에 대한 열정을 키우고 있던 대학 학부 시절의 일이다.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등과 같은 최신의 물리학 이론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성찰을 기대하고 과학철학 수업을 들었던 나는, 어쩌면 너무나 쉽고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헴펠의 [자연과학철학]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음, 그렇지’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약간 시시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과학철학자는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헴펠의 이 책은 과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사실들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서술한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그런데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헴펠은 인격적으로 너무나 훌륭하여, 그가 재직했던 프린스턴 대학에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아마 헴펠은 늘 겸손하고, 친절하고, 한..

나이 41살, 직장 생활 10년의 결론

2022년인 올해 나는 한국 나이로 41세가 되었다(1982년생). 유아원 1년, 유치원 1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등 일반 시민이 되기 위한 교육을 총 18년 받았다. 대학원 석사 2년, 박사 2년 등 총 4년은 학자로서 성장하기 위한 교육 기간이었다. 군 복무를 3년, 직장 생활을 10년 했으니, 생계를 위한 조직 생활은 지금까지 약 13년을 한 셈이다.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때부터 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는 활동을 좋아했다. 나는 별로 사교적인 편이 아니었고, 내가 해야 하는 의무적인 일들은 책임감을 갖고 해냈지만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공부와 관련해서 나는 내가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은 별로 없었고, 그냥 공부를 하는 게 재미있..

일상 이야기 202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