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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행복

어제 오후 나는 달성도서관에서 박사학위 논문 초고의 결론 부분을 쓰면서 소박한 행복함을 느꼈다. 설혹 심사위원 선생님들께서 좋지 않은 평가를 하신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가 쓴 논문의 원고에 대해 충분히 만족한다. 당연히 원고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을 것이고, 이런 부분들은 올해 말까지 계속 수정해나가면 된다. 올해 말까지 논문을 수정한다고 해서 이 논문이 심사에서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지만, 올해 말이 되면 대략 박사학위 논문 작업의 90% 이상이 완성되리라 추측한다. 올해 말까지 열심히 작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논문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내 능력의 부족함 탓이다. 하지만 학위를 받지 못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올해 논문 작업에 실패하더라도 ..

일상 이야기 2022.05.14

퍼즐 풀이를 하는 사람

가끔 부산을 방문하여 은퇴하신 아버지를 찾아뵈면, 아버지께서 스마트폰으로 장기나 바둑을 두시거나 스도쿠 퍼즐을 A4 용지에 출력해서 풀이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유 시간에 취미로 퍼즐을 풀고 계시는 것이다. 장기는 실제 전쟁 상황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 왕, 호위무사, 대포, 전차, 코끼리부대, 기마부대 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바둑의 경우 장기보다 가능한 경우의 수들이 많아 더 변화무쌍하지만, 장기와 달리 실제의 상황과는 약간 유리된 느낌이다. 장기보다 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규칙을 적용하는 게임이라 그런 것이다. 장기, 바둑과 같은 게임 혹은 퍼즐 풀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일을 재미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일상 이야기 2022.05.12

염두에 둔 독자

나는 글을 쓰면 블로그 또는 페이스북에 올린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페이스북에 올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블로그가 더 우선된다. 그런데 나의 블로그의 경우 방문자가 많지 않고, 설혹 방문하더라도 글만 읽고 댓글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내가 독백하는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글쓰기 활동을 좋아한다. 글쓰기는 거의 돈이 들지 않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육아휴직 기간에는 상대적으로 내 주변에 대화할 사람이 많지 않아, 나는 글쓰기와 같은 형식으로라도 언어적 활동을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나는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염두에 둔 독자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의 가족들이다. 틈틈이 내가 삶에 대해..

일상 이야기 2022.05.11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난 4월까지 내 나름대로 열심히 육아와 논문 작성을 했다. 장모님과 부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신 까닭에 논문 작성 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를 했다. 이제 쓴 글을 다듬고 고치는 일이 남았고, 이 일을 5월과 6월 중에 진행하려고 한다. 하반기에는 논문 심사를 받으며 계속 논문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육군에서 3년 4개월 동안 일했다. 나는 한국장학재단과 국립대구과학관에서 10년 동안 일했다. 나는 내가 이상과 같은 13년 4개월 동안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충실하게 노동했다고 생각한다. 올해 1년 동안의 육아 휴직은 아이들과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휴직은, 국민이 있어야 나라도 있는 것이기에 미래가 될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국가가 국민에게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나는 한..

일상 이야기 2022.05.10

끝없는 싸움, 끝없는 도주

싸움은 끝이 없다. 왜냐하면 살아있다는 것은 곧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쉬는 때조차 싸우는 도중에 있다. 어쩌면 더 잘 싸우기 위해 쉬는 것인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경우 왜 싸우는지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대부분 생명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계에 태어난다. 태어나면서 직면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혹독한 경쟁이다.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싸우다 보면 어느새 싸우며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런 싸움의 과정에서 몇몇 개체들은 목숨을 잃는다.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다. 인간의 마음과 자아는 인간이 개성을 발휘하여 서로 경쟁하면서 사회를 유지하게끔 해주는 정교한 장치인데, 이 장치의 작동에 문제가 발생하면 인간은 견디지 못한다. 나는 나의 마음에..

일상 이야기 2022.05.07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는 것

오늘 저녁에는 온라인으로 아주 유용한 워크숍에 참석했다. 한국과학철학회에서 주최한 워크숍이었다. 2명의 저명한 과학철학자께서 국제 및 국내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나는 두 교수님의 발표를 아주 흥미롭게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 역시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결코 나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않으며, 그저 매일 내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힘쓸 뿐이다. 지난 4월에는 수학사 및 리만과 헬름홀츠의 논문을 읽고 상대성 이론의 철학적 배경에 대해 글을 썼다. 이 글을 기우항 교수님께 보내드렸는데, 감사하게도 교수님께서 어제 직접 나에게 연락을 주셨다. 30분 정도 진행된 대화에서 나는 수학자 카르탕이 1940년대..

일상 이야기 2022.05.03

문재인 대통령을 기억한다

나같이 정치를 잘 모르고 정치에 관심도 별로 없는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을 기억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에 방송된 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앵커의 대담을 본 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나의 기억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 제작되었던, 그의 재임 5년을 되돌아보는 5부작 다큐멘터리를 보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후 뒤늦게 그 다큐멘터리를 찾아보았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비슷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1주일 정도 계속 울었다. 쉬지 않고 계속 울었던 것은 아니고, 살다 보면 어김없이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서 하루에 꼭 한 번 이상은 울었다. 당..

일상 이야기 2022.04.29

오직 성실함만을 원리로 삼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이들 셋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위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아이들이 하원하는 오후까지는 제법 여유가 생긴다. 이 시간에 나는 설거지, 청소, 빨래 등의 일을 한 후, 책이나 논문을 읽으면서 재야 연구자로서 활동한다. 현재 내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므로, 요즘 나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주로 논문 작성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최근에 수학사 및 리만과 헬름홀츠의 논문들을 읽었으며, 이 내용을 반영하여 상대성 이론의 철학적 배경에 대해 집필하고 있다. 아이들이 돌아오면 밤에 아이들이 잠들기 전까지 계속 일을 한다. 옷을 갈아입히고, 간식을 주고, 수시로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이고, 씻기고, 논다. 그러다 아이들이 모두 잠들면 ..

일상 이야기 2022.04.27

조심해야 하는 이유

대학 입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 100점 만점의 표준화된 시험에서 95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한 사람들을 공부를 잘한다고 잠정적으로 정의한다. 10만 명의 학생들이 있다고 할 때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1천 명 정도 된다고 보자. 1천 명의 학생들은 각양각색이다. 이중 지성적 추론이 태생적으로 고도로 발달한 학생들이 100명이라면, 나머지 900명의 학생들은 보통 혹은 보통이 약간 넘는 지성적 능력을 갖고 공부를 잘하게 된 셈이다. 100명의 학생들은 태어난 지성적 능력으로 인해, 이들이 어떤 종류의 환경에 처해 있었다고 해도 공부를 잘하게 되었을 것이다. 나머지 900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게 된 이유는 지성적인 능력이 아닌 다른 것에 있다. 실제로 나머지 90..

일상 이야기 2022.04.24

제도 속에서 자유롭게 살기

나에게는 내 나름의 삶의 기준이 있는데 내 생각에 이 기준은 사회 통념적 기준과는 약간 다른 것 같다. 내가 볼 때 개인과 사회 사이에는 늘 미묘한 긴장이 있다. 나는 사회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제대로 살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회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사회적 제도가 나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으며, 늘 사회적 제도 속에는 개인이 숨 쉬며 누릴 수 있는 자유의 여지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개인은 어쩔 수 없이 사회와 타협하면서도 적절한 타협 지점을 찾은 후 자신만의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나를 부산의 한 유명한 학원에 보내주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나는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서 살았는데, 명륜동 근처에는 서전학원(구 문봉학원)이라는 유명한 학원이 있었다. 그 학..

일상 이야기 202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