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염두에 둔 독자

강형구 2022. 5. 11. 23:13

   나는 글을 쓰면 블로그 또는 페이스북에 올린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페이스북에 올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블로그가 더 우선된다. 그런데 나의 블로그의 경우 방문자가 많지 않고, 설혹 방문하더라도 글만 읽고 댓글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내가 독백하는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글쓰기 활동을 좋아한다. 글쓰기는 거의 돈이 들지 않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육아휴직 기간에는 상대적으로 내 주변에 대화할 사람이 많지 않아, 나는 글쓰기와 같은 형식으로라도 언어적 활동을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나는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염두에 둔 독자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의 가족들이다. 틈틈이 내가 삶에 대해서 생각하고 느낀 바들을 글로 남겨두면, 먼 훗날 가족들이 이를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가족 외 다른 사람들은 나의 글을 읽어도 되고 그렇지 않아도 된다.

 

   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나 역시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생명을 받아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났다. 그런데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거에 대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오셨는지에 대해 잘 모른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글쓰기를 즐기시지 않는 편이라, 부모님께서 나에게 남겨 주신 글이 거의 없다. 나는 그게 늘 아쉬웠다. 나는 학교나 도서관에서 뛰어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자랐지만, 실상 나는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 평범하다는 점에서 나는 부모님과 비슷하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만의 기억과 역사가 있다. 그리고 그 기억과 역사는 최소한 그 사람과 그 사람의 가족에게는 중요할 수 있다.

 

   나는 나의 가장 개인적인 생각들을 별도의 공책에 기록한다. 이러한 기록의 습관은 대학 시절부터 생겼다. 나는 대학 시절 이후 지금까지 썼던 공책 중 일부를 모아서 보관하고 있다. 이런 사적 생각들은 대외적으로 공개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나중에 내 가족 특히 나의 아이들이 나의 공책들을 볼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기록들은 오직 가족들에게만 전달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이 기록들을 소각할지 보관할지 결정하는 것은 가족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일차적으로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므로, 가족들이 나의 사적 기록들을 아예 읽지 않고 없애버린다고 해도 나는 전혀 서운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4월까지 학위 논문 원고를 쓴 이후 나는 스스로가 약간 지쳤다고 느낀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나의 원고는 그다지 수려하지 않은 글임이 분명한데, 그런 변변치 않은 글을 쓰는 것조차 나에게는 버거운 모양이다. 그래서 5월에는 약간 숨을 돌리고 게으름을 피워가며 휴식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도 6월 말까지는 공식적인 학위 논문 형태로 원고를 정리하고 수정하여 지도교수님께 제출할 예정이다. 이제 박사 학위라는 마라톤 경주의 절반을 지난 것 같다. 이미 결승선에 도착한 지인들이 많고 나는 비교적 늦게 도착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완주하는 데 의의를 두고 계속 논문 작업을 하고 있다.

 

   내가 박사 과정을 2016년 8월에 수료했으니, 규정상 올해 2022년 8월에 졸업해야 한다. 그런데 여러 사정으로 인해 졸업이 늦어져서,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학과 행정실에 학위 논문 제출기한 연장을 신청해야 한다. 나는 올해도 국내 철학 학술지에 2편 정도의 논문을 게재할 계획이다. 현재 1편을 투고하여 심사 중이고, 이번 주 일요일까지 다른 1편의 논문을 투고할 계획이다. 작년에 번역했던 책 [Six Impossible Things](존 그리빈 지음)가 조만간 바다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반갑다. 번역했던 리 스몰린의 [Time Reborn]을 김영사에서 언제 출판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육아휴직 중이지만 해야 할 일들이 계속 생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라이헨바흐의 [Experience and Prediction]을 번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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