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감사하는 마음으로

강형구 2022. 5. 10. 10:00

   지난 4월까지 내 나름대로 열심히 육아와 논문 작성을 했다. 장모님과 부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신 까닭에 논문 작성 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를 했다. 이제 쓴 글을 다듬고 고치는 일이 남았고, 이 일을 5월과 6월 중에 진행하려고 한다. 하반기에는 논문 심사를 받으며 계속 논문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육군에서 3년 4개월 동안 일했다. 나는 한국장학재단과 국립대구과학관에서 10년 동안 일했다. 나는 내가 이상과 같은 13년 4개월 동안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충실하게 노동했다고 생각한다. 올해 1년 동안의 육아 휴직은 아이들과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휴직은, 국민이 있어야 나라도 있는 것이기에 미래가 될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국가가 국민에게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나는 한 명의 국민으로서 이 육아 휴직 기간을 소중히 사용하기로 했다. 어쩌면 이 휴직이 나에게는 일종의 재충전일지도 모르겠다.

 

   박사 학위에 관한 조급함과 집착은 내려놓기로 했다. 평균적인 관점에서 보면 석사 학위만 가지고 있어도 공부를 제법 많이 한 셈이다. 부모님께서는 나를 보실 때마다 ‘그렇게 계속 공부를 하고 싶냐’고 말씀하신다. 부모님 말씀이 맞다. 일반적인 사람은 내가 공부를 아주 많이 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 나는 공부를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조금 내려놓고자 한다. 박사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꼭 올해 하반기에 논문 심사를 꼭 통과해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좀 더 느긋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박사 학위 논문은 평생 남는 문서다. 심사 위원 선생님들의 엄중한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결국 이 논문은 내가 지금까지 공부한 성과를 공공의 업적으로 남겨 놓는 일종의 공적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도, 그 어떤 심사 위원 선생님보다도, 글쓴이인 나 자신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편의 예술 작품을 창작하여 후세에 남기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예술 작품이 공을 들여 오래도록 다듬어가며 만드는 것처럼, 나의 박사 학위 논문 역시 나의 공을 들여 예쁜 형태로 세상에 내놓고 싶다. 그래서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연구 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10년 전 취직을 하면서 나는 대학 교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접었다. 그 후로 내가 계속 공부를 하는 것은 그냥 공부가 좋아서다. 나는 마음을 비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부한다. 연구 실적에 목매지 않으며,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한다. 당연히 공부할 시간은 전문 연구자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계속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박사 학위를 받게 되면 교수는 되지 못하더라도 명실상부한 연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질 것이다.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강의를 할 수 있고, 대중 강연을 할 수 있으며, 학위 논문이나 학술지 논문을 심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박사 학위를 받으면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대외적으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행정 업무를 해보았고 학예 업무도 해보았지만, 결론적으로 볼 때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것보다 내 적성에 맞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박사 학위 취득 이후 과학사와 과학철학 연구자로서의 내 전문성을 살려 사회생활을 해 나가고 싶다. 계속 과학관에서 근무한다면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토대로 전시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고, 이 분야에 관련된 서적들을 번역할 수 있으며, 이 분야에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강연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석사 학위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가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박사 학위를 받게 되면 자신 있게 내가 과학사 및 과학철학 연구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해 나갈 것이다. 올해 말까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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