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는 것

강형구 2022. 5. 3. 23:57

   오늘 저녁에는 온라인으로 아주 유용한 워크숍에 참석했다. 한국과학철학회에서 주최한 워크숍이었다. 2명의 저명한 과학철학자께서 국제 및 국내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나는 두 교수님의 발표를 아주 흥미롭게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 역시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결코 나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않으며, 그저 매일 내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힘쓸 뿐이다. 지난 4월에는 수학사 및 리만과 헬름홀츠의 논문을 읽고 상대성 이론의 철학적 배경에 대해 글을 썼다. 이 글을 기우항 교수님께 보내드렸는데, 감사하게도 교수님께서 어제 직접 나에게 연락을 주셨다. 30분 정도 진행된 대화에서 나는 수학자 카르탕이 1940년대에 중요한 정리를 증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분 다양체에 정준 좌표계가 존재한다는 증명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더욱더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개발했던 과정에 대해 궁금증이 들었다. 이를 위해서는 CPAE(Collected Papers of Albert Einstein) 시리즈를 읽고 위르겐 렌과 미셸 얀센이 쓴 논문들 및 책들을 찾아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 이 연구는 아마도 내 생의 과제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아인슈타인 전문가가 필요하다. 상대성 이론 전문가가 아니라, 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였던 아인슈타인에 대한 전문 연구가(역사 및 철학적 관점에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인슈타인에게서 어떻게 이전까지의 기하학 철학이 종합되어 그 성과로 상대성 이론이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좀 더 자세하게 기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아마도 이런 종류의 연구작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나는 국내의 여러 국립과학관에서 과학사 연구(서양, 동양, 한국)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학사 연구를 통해 각종 전시 콘텐츠, 전시품 개념, 과학관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국립과학관에 이와 같은 과학사 연구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나는 국립과학관이 중요한 과학사 연구 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아인슈타인을 중요 연구 대상으로 삼아 추가로 더 연구를 진행해나가고 싶다.

 

   나와 같이 대학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재야 과학철학 연구자는 대학이 아닌 소속 기관의 업무를 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교수의 실적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논문이지만, 대학이 아닌 기관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나는 아마도 오늘 워크숍에서 발표하신 교수님들만큼 좋은 논문을 쓰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교수에게는 교수의 일이 있고, 일반 직장인에게는 직장인의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나에게는 내가 졸업을 할 수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지금의 나로서는 그저 학위만 받을 수 있기만 한다면 굳이 저명한 논문을 쓰는 학자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5월과 6월에는 지금까지 쓴 글들을 정리하고 수정 및 보완하여 한 편의 완성된 박사학위 논문 초고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이다. 그렇게 글을 써서 지도교수님께 제출하면, 아마도 9월부터는 논문 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 나는 올해 7월부터 나의 숙원 과제인 라이헨바흐의 [경험과 예측]을 번역하는 작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 책을 번역해야 그야말로 진정한 라이헨바흐 연구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과학관에 복직하는 내년에는 라이헨바흐의 유작인 [시간의 방향]을 틈틈이 번역하려고 생각 중이다. 물론 중간에 내게 수학, 물리학, 철학에 관한 책 번역 의뢰가 들어오면 이를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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