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대통령 선거를 한 달 남겨두고

강형구 2022. 2. 3. 15:12

   이제 대통령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았다. 투표권을 가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시점에 선거에 대한 나의 입장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가 볼 때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 중에서 진정 정치적으로 존경할만한 후보는 오직 2명 뿐인데, 그는 바로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와 새로운 물결의 김동연 후보다. 현재로서는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낮아 그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확률이 희박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정치적 이력은 상당히 올곧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심후보의 가족들 역시 비교적 조심스레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예상해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동연 후보 또한 높게 평가한다. 김동연 후보는 보수이자 엘리트 관료의 길을 걸으면서도 상당히 바르게 살아와서 많은 존경을 받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머지 후보들에 대해서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겠다. 만약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면 엘리트의 삶을 살면서도 검소함과 소박함을 유지한 후보, 제때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정정당당하게 가족들의 삶을 꾸려온 후보를 택하겠지만, 그런 후보가 없다. 만약 가난하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초기부터 꿋꿋하게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걸어온 후보를 택하겠지만, 그런 후보가 없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 선거 중에서 이토록 그 후보들이 실망스러운 경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정치 정당에서 내세운 후보들이 이토록 실망스러운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 수준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치는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특정한 두 개의 정당이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을 주도하고 있는 집단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 임하는 나의 진정한 고민은 이것이다. 정말 신뢰할 만한 정치인(그가 진보에 속하든 보수에 속하든 간에)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유력한 두 명(혹은 세 명)의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할 것인가?

 

   원리를 기준으로 따지자면 대통령이 되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내가 진정으로 존경할 수 있는 정치인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의 상황을 보면 그러한 원리적인 선택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걱정을 하게 된다. 앞으로의 5년이 우리나라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가 되어야 사람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고 젊은이들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더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 세대를 잇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경쟁이 더욱 가혹해지고 원칙과 논리보다는 힘이 지배하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가 더욱 심해진다면, 구성원들은 끊임없는 경쟁에 시달릴 것이고 사람들은 더 이상 결혼하여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 혼자 잘 살아내기에도 버거운 이 세상에서 굳이 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려고 하겠는가?

 

   만약 어쩔 수 없이 표의 유효성을 위해서 유력한 후보들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아마도 좀 더 공정한 후보와 좀 덜 공정한 후보를 식별하여 좀 더 공정한 후보에게 투표해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좀 더 공정한 후보란, 우리 사회 속 부와 권력의 편중 현상을 지금보다 더 완화시키는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하고자 하는 후보다. 그래야만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좀 더 평등하게 되고, 사람들 각각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나에게 이득이 될지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우리 사회가 좀 더 공정하고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될지 생각해본다.

 

   소신 있는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부족하더라도 지금껏 좀 더 공정한 정치를 추구해 온 유력 정당을 대표하는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 결국 이렇게 고민의 폭이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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