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육아휴직을 하며

강형구 2022. 3. 22. 17:40

   나는 올해인 2022년 1월 초부터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을 시작했으니, 3월 말이 되면 휴직 후 3개월이 되는 셈이다. 나는 지금까지 국가에서 지원하는 육아휴직 수당을 1회 받았다. 아마 이번 주 내로 2회차 육아휴직 수당이 지급되지 않을까 한다. 육아휴직을 하면 더 이상 회사로부터는 나에게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국가에서 나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세계적인 저출산 국가인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고생한다고 국가가 육아휴직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나로서는 이 제도를 매우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대통령이 바뀌게 되면 유급 육아휴직 기간이 연장되거나 육아휴직 수당의 금액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나에게 육아휴직으로 인한 금전적인 어려움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아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급여를 받고 있고, 나 또한 국가로부터 수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직장에 조기 복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장모님 및 부모님께서 틈틈이 육아를 도와주고 계시기 때문에 육아에 대한 나의 부담은 상당히 줄어 있다. 덕분에 육아를 하는 틈틈이 책과 논문을 읽으면서 박사학위 논문 작업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현재 꾸준하게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논문 초고를 어느 정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논문 초고 작성은 학위를 받기 위한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초고 작성 이후 길고 어려운 논문 수정의 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마냥 학위 취득을 늦출 수는 없다. 나는 점점 더 나 자신의 지성적인 예리함이 떨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안 그래도 나는 철학을 잘 못하는 과학철학의 둔재인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 스스로의 지적 능력이 점점 더 저하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몇 년 전까지 나는 박사학위 취득 이후에 더 적극적으로 학술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나의 마지막 남은 지성적 힘을 모조리 끌어다 써야만 겨우겨우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을 것 같고, 박사학위 취득 이후에는 제법 긴 시간 동안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들 중 하나를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논문 작업은 노력 대비 성과가 확실하게 나타나는 일종의 노동이다.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투자하여 글을 쓰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생산된 글이 축적됨을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나는 오래 전부터 꾸준하게 시간을 투자하여 글을 써 오고 있는 까닭에 지금은 어느 정도 학위 논문 원고가 작성되어 있다. 문제는 과연 이렇게 작성된 원고가 논문 심사에서 통과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이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아주 겸손한 태도를 취하기로 마음 먹었다. 논문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지적해주시는 사항들을 최대한 반영하여 논문을 수정할 예정이다. 만약 그렇게 겸손하게 수정을 해 나간다면, 박사과정 수료 후 8년이 되는 2024년 8월(내 나이 43세)까지는 분명히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학부를 겨우 졸업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나는 내가 대학원 박사과정을 힘겹게 졸업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2022년 3월 말까지 원고 한 편을 쓰고, 2022년 4월 말까지 원고 한 편을 쓴다. 3월의 원고 주제는 ‘라이헨바흐의 과학적 철학 개념이 갖는 현대적인 의의’이며, 4월의 원고 주제는 ‘상대성 이론의 철학적 배경들 중 리만과 헬름홀츠의 저작들이 갖는 의의’이다. 4월에는 원고 작성을 위해 한동안 읽지 못했던 수학사 서적들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수학사에 대한 나의 관심은 중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집에 사 둔 모리스 클라인이 쓴 [수학사상사](총 3권)를 읽는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고, 리만(Riemann)과 헬름홀츠(Helmholtz)가 쓴 논문들 또한 읽을 것이다. 이렇듯 원전을 읽고 이를 내 나름대로 해석하는 작업은 과학철학사 연구를 위해서는 늘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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