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정치적 사고의 어려움

강형구 2021. 12. 13. 17:25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자 여기저기서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늘 그렇듯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 나는 정치적인 사고를 하는 것에서 몹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 나의 정치적 사고가 소박하다(naive)는 점을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한 나의 사고를 정교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러한 정교화를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아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집값, 특히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의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비싸고, 이러한 집값이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예를 들어 월급으로 한 달에 200만원 남짓 버는 사람들이 수도권의 집값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겠는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진 것처럼 느낄 것이다.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나의 집 하나 마련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의식주의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우리 사회는 이런 기본적인 문제 중 주거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비정상적인 사회다.

 

   정부가 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금껏 실패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요즘 집값이 덜 오르거나 약간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내 생각에 정상화된 가격까지 떨어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나는 우선적으로 주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본다.

 

   최저 임금 제도, 주당 52시간 이하 노동, 직장내 괴롭힘 금지 등에 관한 법적 제도를 정비한 것은 잘한 일이라 본다. 출산,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들을 확충한 것도 잘했다. 정규 직장이 더 많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고 최저 임금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실업 급여 제도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노동과 관련된 제도들은 많이 정비된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출산율은 생각보다 제고하지 못하고 있다. 보육제도, 교육제도에 대한 추가적인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아직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의 사교육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거대한 사교육 시장은 실로 문제다. 공교육만으로도 학생들이 충분히 학습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비용은 집값만큼이나 비정상적이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핵심 원인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견해다. 공업학교, 실업학교를 증설하는 등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하나의 좋은 방안일 수 있겠다.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의 등록금을 대폭 낮추고 대학원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이든 중소중견기업이든 전폭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 수익을 많이 창출하는 기업으로부터는 세금을 많이 걷는 게 좋다. 기업에서 수익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일정 정도 감면해주는 게 좋을 것이다. 오늘날 거의 완전하게 기업들의 시장은 전지구화되었다. 현재의 유통 구조가 유지되는 한 기업들은 서로 끊임없이 경쟁할 것이다. 기업들이 이러한 무한 경쟁 속에서 잘 경쟁할 수 있도록, 실패할 경우 쉽게 재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비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들이 시장의 세계화에 따른 각종 틈새 시장들을 발굴하고 개척하는 데 전폭적인 지지를 해야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정권 교체”를 강조하는 후보는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나. 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왔지 않나. 과거를 부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다. 잘한 것은 더 잘하고, 못했던 것은 보완해 나가는 것이 상식 아닌가.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하는 후보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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