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2021년의 막바지

강형구 2021. 12. 6. 23:15

   2021년이 저물어 간다. 간단하게 올해를 돌아보려 한다. 우선 2020년 6월에 태어났던 쌍둥이가 무사히 돌을 맞았다. 쌍둥이는 어린이집에도 잘 나가고 있다. 다행이다. 셋째의 왼쪽 눈 위가 찢어지고, 둘째가 왼쪽 허벅지에 화상을 입는 등 몇몇 일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 일들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으레 겪는 일들이라 생각한다.

 

   과학관에서는 내가 올해 계획한 일들을 충실하게 했다. 과학관의 과학기술자료들을 700점 이상 추가로 등록했고, 대구 경북 의학사 연구를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와 협력하여 진행했다. 자격루 전시관 조성을 위한 자격루 복원설계를 영남대학교 기계공학과와 협력하여 진행했고, 2년에 걸친 산업과학기술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올해 10월 말에 전자산업 특별전을 무사히 오픈했다. 11월 말에 열린 특별전 기념식에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님, 권욱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님, 김종부 NUC전자 회장님을 모셨다. 오명 전 부총리님도 모시려고 했으나 갑작스럽게 코로나 자가격리 통보를 받으셔서 참석하지 못하셨다. 나는 기념식 후 따로 찾아뵙고 특별전 협력에 대한 감사패를 전달해 드렸다.

 

   2021년 국제과학관심포지엄(ISSM)에서 우수논문상(국립부산과학관장상)을 수상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이번에 나는 1980년대 전자산업 관련 과학기술자료 수집 방법론에 관한 논문을 썼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전자산업 분야에서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고, 따라서 이 시기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인 조사연구 및 자료수집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전자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 전자산업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적인 시기인 1980년대에 대한 연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설혹 그 시기의 대부분이 전두환 대통령 재임 기간이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이 시기에 대한 연구를 과학기술사 전문가들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본다.

 

   나의 전공 분야인 과학철학과 관련해서는 두 편의 논문을 썼다. [상대성 이론의 출현과 이에 따른 철학적 문제들](철학연구), [상대성 이론에 대한 슐리크와 카시러의 철학적 분석 비교 연구](과학철학)가 바로 그것이다. 학술지에 지금까지 총 3편의 논문을 게재했으니 졸업 요건은 충족시킨 셈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박사학위 논문 초고를 완성하여 내년 하반기에 논문 심사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매년 2편 이상의 학술논문을 투고하여 학술지에 게재하려고 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조금이나마 한국 과학철학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라이헨바흐가 쓴 [물리적 지식의 목표와 방법], [세계의 인과적 구조와 과거와 미래 사이의 차이], [바일의 리만 공간 개념 확장과 전기의 기하학적 해석(시간과 공간의 철학 부록)]을 번역한 것 역시 나에게는 중요한 경험이었다. 이는 출판을 전제로 하지 않은, 개인적인 연구를 위한 번역이었다.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존 그리빈이 쓴 양자역학 대중서 [여섯 가지 불가능한 일들]을 번역한 것 역시 즐거운 경험이었다. 라이헨바흐의 [경험과 예측]을 올해 번역하려고 했지만 좀 더 미뤄야 할 것 같다. 내년 하반기에는 번역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올해가 지나고 내년이 되면 나의 육아휴직이 시작된다. 그와 동시에 아내는 오랜 육아휴직을 끝내고 직장에 복직할 예정이다. 이제 올해도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12월에 학위논문을 위한 글을 한 편 쓰겠다는 나의 계획은 아직도 유효하다. 연말이라고 마냥 바쁘게만 보내지 말고 틈틈이 책과 논문을 들여다보고 글을 써야겠다. 요즘 자주 부지런함에 대해서 생각한다.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부지런히 계속 어떤 일을 한다면 분명 그 일과 관련하여 조금이나마 가치 있는 성과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부지런하게, 조심조심, 무리하지 말고, 평정심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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