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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의 학예사?

작년에 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관하는 학예사 직무교육에 참석한 바 있다. 올해 나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주관하는 학예 전문인력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온라인으로 교육을 진행 중이다. 교육을 통해 민속박물관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참 재미있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예 분야의 업무에 관한 한, 비록 과학관에서 3년 이상 근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초보다. 사실 과학관에서 학예업무를 배우고 익히기가 쉽지는 않다. 과학기술자료를 모으고, 관리하고, 조사하고, 연구하고, 전시하는 일이 아직까지 중앙과학관을 제외한 다른 국립과학관에서는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왜 과학관이 학예업무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물론 ..

일상 이야기 2020.08.26

이해하는 것

뉴턴에 관한 과학관 특강을 준비하며 예전에 사 둔 리처드 웨스트폴의 책 [뉴턴의 물리학과 힘 : 17세기의 동역학](차동우․윤진희 번역, 한국문화사, 2014년)을 읽는다. 갈릴레오의 역학, 데카르트의 역학에 관한 장을 막 읽었다. 과학사학자 웨스트폴의 문체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고 조경철 박사님께서 번역하신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찾아서 읽은 적이 있다. 물론 나는 그때 [프린키피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도서관에는 멍청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과학책들이 아주 많았다. 나는 그 시절부터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과학이 있고, 이 교과서에서는 배우지 않는 책들 속의 과학이 있다. 나는 책들 속의 과학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이 이러한..

일상 이야기 2020.08.22

자유로운 애호가의 윤리

나는 지금껏 살아오며 시선을 나에게서 바깥으로 향하기도 했지만 중간 중간 적절한 시기에 그 시선을 내 안으로 향했다. 나는 내 밖에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내 의식의 초점을 외부보다는 내부로 맞춤으로써 나 자신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하고자 했다. 나는 오래 전 학생 시절부터 나 자신의 개인적인 자유와 나의 사회적인 의무를 이항 대립의 관계로 여겼다. 학생 시절 나의 사회적인 의무는 공부를 하는 것이었고, 나는 공부를 하는 대가로 개인적인 자유를 얻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홀로 산책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자연의 비밀, 내가 존재하고 있는 이 세계가 작동하는 이치를 탐구하는 것을 즐겁고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탐구가 나의 사회적인 의무와 완벽하게 합치하는 ..

일상 이야기 2020.08.19

글쓰기에 대한 욕망

사람들은 각자 자기 고유의 강한 욕망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음식에, 어떤 사람은 차에, 어떤 사람은 음악에 대해 강렬한 욕망을 갖는다.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끝까지 그 가게에 찾아가서 음식을 맛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고, 어떤 음악가의 음반이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그 순간부터 자나 깨나 그 음반을 듣는 생각만 하며 지내다 결국 그것을 듣고 마는 사람이 있다. 나는 옷에 별로 관심이 없다. 크기가 맞고 너무 추레하지만 않으면 거리낌 없이 입고 다닌다. 음식도 웬만해서는 다 잘 먹는다. 딱히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이 없다.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이나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도 크지 않다. 나는 좋은 컴퓨터, 좋은 ..

일상 이야기 2020.08.17

(서평) 시간의 본성에 관한 잊혀진 논쟁의 성공적 소환

Jimena Canales, The Physicist & Philosopher : Einstein, Bergson, and the debate that changed our understanding of time(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5) 2020. 8. 14.(금) 국립대구과학관 강형구 연구원 1922년 4월 6일,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의 한 회의실에서 저명한 프랑스 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과 함께 시간의 본성에 관해 논쟁을 벌였다. 이 논쟁은 이후 사람들이 시간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그 영향이 오늘날에까지 이르고 있지만, 놀라운 것은 이 논쟁의 의의와 이 논쟁이 완결되지 않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 ..

과학사 이야기 2020.08.14

어렵게 어렵게, 겨우 겨우

중학교 1학년 때 이문열씨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독후감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나의 독후감은 이 소설의 핵심을 전혀 제대로 짚지 못한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정에 넘쳐서 독후감을 썼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이문열씨의 소설에서 제법 감동을 받았던 나는 이문열씨의 소설들을 찾아서 한 권 한 권씩 읽어 나갔다. 그렇게 그의 소설들을 제법 읽고 난 뒤에야 나는 비로소 내가 예전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하게 독후감을 썼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것을 잘못 이해하고 그것에 엉뚱하게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파고들어 시간이 제법 지난 후에야 겨우 겨우 그것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것, 이는 나와 같..

일상 이야기 2020.08.07

반복, 우연, 확장

고등학생 시절 나를 매료시켰던 책의 제목은 [시간과 공간의 철학]이었다.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철학, 특히 과학철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연히 고등학생 시절에 나는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충분히 똑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젠가 꼭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다. 똑똑해지기는 어렵지만 무엇인가를 계속 해나가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똑똑하지 못했던 나는 이 책과 관련된 주제들로 계속 돌아오는 길을 선택했다. 비슷한 책을 읽고, 비슷한 주제를 생각하고, 이런 일들을 계속 반복한다. 마치 기계와도 같이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한스 라이헨바흐의 [시간과 공간의 철학]을 보면, 책 속에 그의 예전 저작들인 [상대성 이론과 선험적 지식]..

일상 이야기 2020.08.02

시공간의 철학 강의에 관한 단상

2020년 가을학기에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대학원)에 “시공간의 철학” 강의가 개설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철학 전공자로서 나는 시공간의 철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비록 모든 강의에 참여하기는 어렵겠지만, 여건이 닿는 한 많은 강의에 참여해서 이 영역에 관한 나의 생각을 가다듬으며 발전시키고 싶다. 아마도 유클리드 기하학에 관한 논의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에서 최초로 연역적 기하학이 시작된 이후, 기원전 3세기에 이르러 알렉산드리아의 수학자 유클리드는 당대의 수학 지식을 집대성하고 체계화했다. 유클리드는 5개의 공준, 5개의 공리, 23개의 정의를 토대로 465개의 기하학 정리들을 연역해냈는데, 이는 당시에 알려진 기하학 지식을 총 망라하는 것이었다. 공준은 논리적 규칙에..

일상 이야기 2020.07.27

과학관에서의 3년, 앞으로 남은 25년

나는 31살부터 직장에서 일을 했다. 5년 6개월 동안 한국장학재단에서 일했고, 3년 동안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일했다. 한국장학재단에서는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일하는 법을 배웠다. 연간 계획 수립, 사업 진행, 사업 결과 보고 등 일련의 업무 처리 과정을 배웠고, 공문서 쓰는 법을 숙달했다. 국립대구과학관에 입사한 이후 나는 지금까지 과학관의 연구원이자 학예사로서 일하는 법을 배웠다. 과학사·과학철학을 전공한 연구원인 나는 과학기술자료를 수집해 조사‧연구하고,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바탕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전시 콘텐츠를 만들어 실제로 전시를 운영하는 경험을 쌓았다. 나는 내가 앞으로 25년 이상 과학관에서 근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년이 65세로 연장될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향후..

일상 이야기 2020.07.25

세 아이의 아빠

2016년 12월 8일에 아내와 나 사이에서 첫째 아이(지윤)가 태어났고, 2020년 6월 16일에 둘째와 셋째 아이(서윤, 태현)가 태어났다. 쌍둥이 출생 이후 유가읍사무소에 방문해서 아이들의 출생신고를 마쳤으니, 우리 가족은 이제 공식적으로 5인 가족이 되었다. 서윤이와 태현이가 아내와 함께 산후조리원에서 나와서 우리 모두 한 집에서 함께 살게 된 지도 1주일이 넘었다. 지윤이 때 이미 경험했던 신생아 육아지만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특히 아이 하나가 아니라 아이 둘이라, 중간 중간 틈틈이 쉬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아내와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쌍둥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둘째 서윤이는 순하다. 분유를 주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 이외..

일상 이야기 2020.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