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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유형의 사고

천동설을 지동설이 대체하고자 할 무렵, 다음과 같은 유형의 사고가 등장했다. “자연스러운 운동 상태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운동하고 있음을 감지하지 못한다. 원운동인 지구의 자전은 자연스러운 운동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구가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사고는 몇몇 학자들이 지구의 자전을 주장하기 위해 제시한 논증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사고가 좀 더 세련되게 발전하면 갈릴레오의 상대성 원리가 된다. “서로 상대적으로 등속 직선 운동하고 있는 기준계는 자연 법칙을 기술함에 있어 서로 동등하다.” 물론 자전은 회전 운동이므로 등속 직선 운동이 아니다. 그러나 사고의 발전 과정에서는 지구의 자전을 “자연스러운 운동”으로 받아들이는 단계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말 무렵이 되..

일상 이야기 2019.03.14

몽상가적 기질에 대하여

나는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 예전보다 더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이제는 머리숱이 많이 없어져서 아침마다 머리를 감을 때 머리숱을 풍성하게 해주는 샴푸를 사용한다. 가끔씩 등산을 하면 오르막길보다는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 더 조심한다. 가파른 산길을 내려올 때면 무릎에 무리가 간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운동을 해도 예전만큼의 지구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며 몸에 무리가 온다 싶으면 살살하거나 그만한다. 직장을 얻고 가정을 이룬 평범한 한 명의 남자로서 살아가다보니, 나이가 들면서 점점 몸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과 사람들 속에 있는 나라는 사람이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나도 이제 좀 철이 들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이상하다. 나는 학생시절에도 가끔씩 다른 사람들로부터..

일상 이야기 2019.02.24

2018년 제19회 박물관및미술관 준학예사 자격시험 후기

2017년인 작년에 나는 준학예사 자격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시험을 치를 생각은 갖고 있었으나, 딸 지윤이의 돌잔치와 시험 날짜가 겹쳐서 부득이하게 시험 응시를 포기해야 했다. 올해 나는 한국사, 과학사를 선택과목으로 삼아 준학예사 시험을 치렀다. 애초에는 자연사, 과학사를 선택과목으로 하려 했으나, 자연사보나는 한국사가 과학사와 더 연관성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선택과목을 바꿨다. 11월 23일 금요일에는 직장에서 휴가를 하루 썼다. KTX를 타고 가는 것보다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비용 상 저렴하여, 11월 23일 오전 8시 55분에 현풍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이동했다. 숙소 근처의 한 카페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 후 시험공부를 했다. 숙소에 체크인 한 후에는 숙..

일상 이야기 2018.11.25

거듭 읽어 느끼는 기쁨

나에게는 잊히지 않는 학생 시절의 기억이 있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학교를 그만 둔 이후, 매일 부산 시내에 있는 시립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없었고 인터넷을 쉽게 사용하지 못했다. 따라서 어떤 저자가 좋은 저자인지,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에 대한 정보는 지금에 비해 제한적인 방식으로만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 책을 읽어보며 책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 시절에 나는 어떤 책이 제대로 된 책인지, 어떤 저자가 제대로 된 저자인지에 대한 감식력을 조금씩 발달시키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책을 찾아낸 다음에는 그 책을 ‘떼는’ 것이 중요했다. 예를 들어 ‘수학의 정석’을 떼거나 ‘성문종합영어’를 떼는 것처럼, 한 분야에서 정평이 나 있는 특정한..

일상 이야기 2018.11.20

뛰어나지는 않되 독립적인 개인

나는 나 스스로를 사람에 비유하는 것보다는 다른 동물에 비유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예를 들어 나는, 나 자신을 덩치가 중간만한 야생 곰으로 생각하곤 한다. 곰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 어미 곰과 애비 곰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상상해보라. 실제로 곰 같은 나를 키우기 위해 나의 부모님은 적지 않은 고생을 하셨다. 나는 곰처럼 우직하면서 고집이 세고 독립심도 강한 편이라, 대학 이후에는 그럭저럭 나 스스로 내 앞가림을 하며 살아왔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볼품 있고 영리한 곰인 것은 아니다. 다만 생존을 다른 생명체에 의존하지 않으며, 부유한 상태에서 종속적으로 살기보다는 가난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살기를 원하는 평범한 한 마리의 야생 곰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비유일 뿐이라, 다른 비유를 사용하여 ..

일상 이야기 2018.05.20

과학관에서 학예사로 살기

대학원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했던 내가 학교를 나와 처음 취직한 곳은 공공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이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5년 6개월 일한 후, 나는 나의 전공을 살리고 좀 더 나답게 살기 위해 작년 7월에 국립대구과학관으로 이직했다. 이직한 나를 맞아주었던 것은 수장고 한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던 32점의 구식 저울들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과연 이 저울들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계속 저울들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묻고 책도 읽고 하다 보니 저울들에 숨겨져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찾았다. 그런 이야기들을 내 나름대로 풀어내어 ‘저울, 질량을 말하다’라는 어설픈 첫 전시를 열었다. 최근에는 ‘땅!땅!땅! 세상을 흔들다’라는 제목의 지진재난특별전을 시작했다. 대구경북 지역의 거점 ..

일상 이야기 2018.05.15

2018년 서울여행(4)

(2018년 1월 8일) 서울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아내와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토요코인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7시 20분에 토요코인 앞에 정차한 김포공항행 리무진에 탑승했다. 8시 20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영화 [1987]을 보기 위해서 롯데시네마로 서둘러 이동했다. 영화는 2시간이 넘게 진행되었다. 이 영화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 간선제를 유지하려는 군사 정부의 호헌 조치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궐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내용은 바람직하고 좋았으나, 선과 악의 구분이 너무나 뚜렷하고 이미 정해진 결말을 상투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곧바로 부산행 비행기 탑승 수속에 들어..

일상 이야기 2018.02.18

2018년 서울여행(3)

(2018년 1월 7일) 어느덧 서울여행 3일차가 시작되었다. 2018년 1월 7일 일요일 아침,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찍 일어나 7시에 맞춰서 호텔 로비로 나갔다. 로비에서의 아침 식사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여행 3일차에 우리는 서울 중심가 위주로 돌아다니기로 했고, 우리가 제일 먼저 선택한 목적지는 바로 덕수궁이었다. 덕수궁 안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신여성, 도착하다]라는 전시를 하고 있었고, 아내에 따르면 전시는 9시 30분부터 시작이었다. 덕수궁이 9시부터 운영을 시작하기에, 우리는 9시에 맞춰서 덕수궁으로 갔다. 덕수궁 내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전시를 관람할 예정이었다. 9시에 입장권을 구입해서 아내와 나는 덕수궁 안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몹시 추웠다. 오래간만에..

일상 이야기 2018.02.18

2018년 서울여행(2)

(2018년 1월 6일) 아침 일찍 일어난 나와 아내는 몸을 씻고 조식을 먹기 위해 정확히 오전 7시에 토요코인 로비로 나갔다. 예상했던 것처럼 토요코인에서 제공하는 조식은 깔끔하면서도 푸짐했다. 잘게 자른 사과, 주먹밥, 쌀밥, 된장국, 각종 반찬에다 서양식 아침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토스트, 잼, 오렌지 주스도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매우 만족하면서 아침 식사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로비에서 식사를 끝내고 무료로 제공되는 모닝커피 한잔을 마시며 경쾌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2일차 여행의 첫 번째 일정은 과천에 있는 국립과천과학관을 방문하는 일이었다. 아내와 함께 서울에서 지낼 무렵(2012년~2013년), 아내는 과천과학관에서 1년 정도 일을 했다. 아내가 과천에서 일을 할 때 나 역시 아내를 ..

일상 이야기 2018.02.18

앤드루 로빈슨 지음, [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발췌

① 1장: 세상, 흔들리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영국에도 지진이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지구상의 어떤 지역도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둔하고 무딘 영국조차도 말이다. (18쪽) 하지만 1923년 간토 대지진이 일어났을 무렵에는 서양의 개념과 과학이 빠르게 퍼져서 옛날 전설을 믿는 일본인들이 거의 없어졌다. 나마즈에가 쏟아져 나왔던 1855년과 비교하면 1923년에는 거의 팔리지 않을 정도였다. 초자연적인 메기 대신 많은 도쿄 주민들은 조선인 이민지 집단으로 비난의 눈길을 돌렸다. 화재 이후, 조선인들이 불을 질렀으며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이 검게 탄 도시를 휩쓸었다. 심지어는 일본 황가를 암살할 계획이라는 이야기까지 실렸다. 그 이후 6천 명에서 1만 명 사이의 조선인..

과학관 이야기 2018.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