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과학철학의 난해함

강형구 2021. 3. 16. 23:24

   늘 느끼지만 과학철학과 관련된 정식적인 학술활동의 기준은 과학철학 애호가의 수준을 한참 넘어선다. 나는 과학철학을 좋아하기에 지금까지 애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전문적인 학술활동을 하기에는 아직까지 나의 실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나의 선천적인 재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노력만으로 만회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마냥 애호가 수준의 활동만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실력이 무척이나 부족하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 분야의 학문 발전에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호가 수준이 아닌 학술적인 수준의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특정한 주제들에 대한 연구는 계속 나름대로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에 대해서는 계속 연구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나 자신의 흥미 때문에 연구하는 것이지만, 더 나아가 나의 연구가 다른 일반인들이나 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번역서를 출간하거나 학술논문을 투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논문을 쓴다는 것이 무척 힘든 일임을 깨닫는다. 책을 번역하는 것은 우직하게 노력하면 시간이 지난 후에 그 결실이 얻어지지만, 학위논문을 쓰거나 학술논문을 쓰는 것은 번역과는 결이 다른 차원의 문제인 듯하다. 독자에게 일반적인 이해의 수준을 넘어서는 진정한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내가 그런 진정한 전문가가 되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지식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지만 아직 칼날이 예리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올해 논문 초고를 쓰겠다는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초고를 쓴 이후에도 계속 수정 작업을 거쳐야 할 것 같다. 선생님들께서 조언을 해 주시면 최대한 조언을 수용해서 계속 논문 원고를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논문 초고를 마무리하기 전에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라이헨바흐의 [물리적 지식의 목표와 방법]과 [물리적 공간 개념에 대한 바일의 확장과 전기의 기하학적 해석에 관하여]를 초벌 번역하는 것이다. 이 두 글은 라이헨바흐의 상대성 이론 분석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물리적 지식의 목표와 방법]은 이미 초벌 번역이 끝났다. 이제 [바일의 확장에 관하여]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위안이 되는 사실은 있다. 세상의 일들 중 쉬운 일이란 별로 없고,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실패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특히 내가 하려는 일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스 라이헨바흐라는 과학철학자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알기로 이 학자를 제대로 전공하여 연구한 학자도 국내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국외에는 라이헨바흐 전공자가 다수 있지만, 내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과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학자는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라이헨바흐 연구와 번역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그게 얼마나 큰 의미가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과학철학은 난해하지만 내가 이 분야를 공부하면서 후회를 한 적은 없다. 그만큼 나에게는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면서 계속 나의 한계를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아주 뛰어나고 잘 하는 사람들과 평범한 나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조금씩 나의 생각과 입장이 성장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느낄 뿐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 무엇보다도 나의 즐거움과 만족으로 되돌아간다. 즐겁고 만족스럽기 때문에 어떤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를 계속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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