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407

누가 뭐라고 해도 매일 꾸준히

나는 과거지향적이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않고, 그저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아간다. 나는 무엇인가를 하고 싶으면 별로 고민하지 않고 그냥 하려고 시도한다. 그렇기에 내가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나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에 대해서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오늘 학생들이 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고 한다. 나는 22년 전에 시험을 치렀다. 그때 나는 그냥 일하듯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했고, 가끔 모의고사 성적이 나오면 성적에 맞춰서 내가 입학할 수 있는 대학과 학과를 확인했다. 나는 철학과에 가고 싶었으므로 모의고사를 보면서 나 정도 실력이면 고려대학교 철학과 정도를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이후 모의고사 성적이 계속 오르면서 목표 대학의 수준이 올라..

일상 이야기 2022.11.17

연구하는 아빠

나는 강의를 즐긴다. 올해 가을부터 진행하고 있는 경상국립대학교에서의 과학철학 강의는 재미있다. 특히 나는 [비판적 사고] 수업을 즐긴다. 정언 논리, 명제 논리가 재미있고, 논리적인 문제를 푸는 것이 재미있다. (물론 잘하는 것은 아님) 이와 더불어 나는 수학 문제나 물리학 문제를 푸는 것에서도 재미를 느낀다. 만약 내가 과학철학이나 과학사 강의가 아니라 다른 강의를 할 수 있다면 내가 정말 해보고 싶은 강의는 일반 물리학이나 일반 수학 강의다. 물리학사, 수학사 강의도 해보고 싶다. 구체적으로 말해 이런 강의를 준비하면서 쏠쏠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그냥 내 개인의 적성 문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적성은 연구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과학철학 연구다. 그래서 나는 내가 대학원에 ..

일상 이야기 2022.11.08

박사학위 논문 예비 심사를 치르다

어제 저녁 박사학위 논문 예비 심사를 치렀다. 만약 최종 심사를 하게 되면 그 시점은 12월 말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최종 심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열심히 수정해야 한다. 그저께 저녁부터 긴장이 되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어제 아침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난 후, 심사 초반부에 해야 하는 발표 연습을 심사 직전까지 했다. 심사에 들어가기 한 시간 전에는 진통제까지 먹었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심사가 시작되니 힘이 났고 자신감도 생겼다. 말도 당당하게 잘했다. 하지만 여전히 논문 원고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왜냐하면 글은 써도 써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도서관에 논문을 제출할 때까지는 계속 고치고 고쳐야 한다. 그렇게 계속 고치..

일상 이야기 2022.10.29

현상론적 태도

해석과 의미 부여 활동에 지칠 때면 나는 나의 태도를 현상론적인 것으로 바꾼다. 나를 일종의 기계로 간주하여, 나의 감각 기관에 주어지는 다채로운 현상들에 집중하고 의식적으로 이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상론적인 태도를 취하면 나 자신의 존재가 좀 더 경이롭게 느껴진다. 목 위에 두뇌를 달고 있는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상들을 파악하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무시하고, 계속 하나의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상론적인 태도를 취하면 나는 나라는 경이롭고 기괴한 하나의 자연을 만난다. 사람이 파충류의 감정 없는 눈과 복잡한 문양의 피부 표면을 보며 이질감을 느끼듯, 내가 나 속에서 만나는 자연은 내가 생각하던 나와는 이질적이며 내게 두려움을 준다. 그..

일상 이야기 2022.10.20

10월의 시작

어제는 처남의 결혼식(2022. 10. 1.)이라 가족들을 데리고 인천에 다녀왔다. 그래서 오늘은 다소 피곤하지만, 그래도 나는 10월 5일까지 지도교수님께 논문 수정본을 다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논문을 심사하게 되면 10월 말쯤 심사를 진행하게 될 것 같다. 논문 상태가 불량하면 심사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특히 유의해야 한다. 나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논리경험주의 시공간 철학의 역사적 재조명’이다. 논리경험주의의 대표적인 철학자 한스 라이헨바흐의 [시간과 공간의 철학]이 1928년에 출판되었다. 그러니까 대략 100년 만에 그의 철학을 재조명하는 셈이다. 내가 알기로 국내에서는 이 주제로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논리경험주의 철학자 한스 라이헨바..

일상 이야기 2022.10.02

그렇게 연구자가 된다

박사학위를 갖고 계시는 분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항일 것이라 짐작한다. 실로 진정한 연구자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그 사람이 훌륭한 연구자인지 그저 그런 연구자인지는 사실 별로 상관이 없다. 애호가를 넘어서서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독자적인 입장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독자적인 입장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우며 두려운 일이다. 뛰어난 연구자들이 이미 내어놓은 업적들 가운데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입장을 갖추어 내세운다는 것은 절대로 쉽지 않다. 자신만의 입장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우선 내 생각을 일정한 분량을 갖춘 글로 써야 한다. 그다음 그 글을 통해 표현된 내 생각을 검토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

일상 이야기 2022.09.22

순조로운 진행

며칠 전에 1년 동안 미국 피츠버그 대학 과학철학 연구 센터에 방문 연구원으로 다녀오신 지도교수님과 오래간만에 대면 면담을 했다. 내가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이 2011년이니 입학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도교수님과 졸업에 관하여 처음으로 상담을 한 것이 2019년 상반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나는 이제 내가 졸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설혹 내가 뛰어난 수준의 졸업 논문을 쓰지 못하더라도, 적당한 수준에서라도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나 역시 삶의 다른 단계로 접어들 수 있고, 교수님께서도 심적 부담을 더실 것이며, 후배들의 숨통도 트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지도교수님은 내가 학부 시절부터 알던 분이다. 학부 시절 나와 서양..

일상 이야기 2022.09.03

과학철학을 연구할 수 있어 행복함

나는 어제 논문을 수정하며 잠시 좌절했다. 나의 철학적 능력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생각을 달리했다. 내가 선택한 주제에 대해 철학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의 범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나의 부족함에 실망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다른 선생님들에게 의지하고 기대기로 했다. 나보다 훌륭하신 다른 철학 연구자 선생님들께 나의 글을 보여드린 후, 선생님들의 조언을 받아 고치고 또 고쳐 나가기로 한다. 어쩌면 논문의 통과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과학철학 연구를 하는 것, 나 혼자가 아니라 다른 분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면서 연구를 해 나가는 것이..

일상 이야기 2022.08.28

소소한 의견 표명

바쁘게 살고 있다. 집안일 하고 애들 돌보고 논문 수정하고 틈을 내어 번역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밤에 가족들이 자고 난 후에는 집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린다. 아침에는 가족들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세탁기로 빨래를 돌린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집 상태가 유지된다. 이렇게 바쁘므로 뉴스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의 연구 분야 이외의 글들을 제대로 읽지도 못한다. 그렇기에 나의 정치적 견해는 극히 제한된 정보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전제한다. 사실 나는 여러 번 말한 적이 있듯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정치는 아주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라 이에 관한 의견을 형성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때로는 침묵이 많은 것을 말하는 법이다. 말을 할 ..

일상 이야기 2022.08.24

즐겁고 여유롭게 살기

어쩌면 모든 사람의 바람은 ‘즐겁고 여유롭게 사는 것’이 아닐까. 나 또한 그러하다. 혹은 모든 사람은 ‘행복하게 사는 것’을 바란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 생각에 즐겁고 여유롭게 사는 것, 행복하게 사는 것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그저 내 갈 길을 가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내 갈 길을 가면 굳이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낼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화낼 시간이 아까워지기 때문이다. 아까운 인생이다. 시간 낭비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내가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왜냐? 나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과학철학자 라이헨바흐를 제대로 연구한 사람이 없기 ..

일상 이야기 2022.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