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과학철학을 연구할 수 있어 행복함

강형구 2022. 8. 28. 09:23

   나는 어제 논문을 수정하며 잠시 좌절했다. 나의 철학적 능력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생각을 달리했다. 내가 선택한 주제에 대해 철학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의 범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나의 부족함에 실망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다른 선생님들에게 의지하고 기대기로 했다. 나보다 훌륭하신 다른 철학 연구자 선생님들께 나의 글을 보여드린 후, 선생님들의 조언을 받아 고치고 또 고쳐 나가기로 한다. 어쩌면 논문의 통과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과학철학 연구를 하는 것, 나 혼자가 아니라 다른 분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면서 연구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SNS는 내게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가장 중요한 원천인데, 최근 나라의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이 들린다. 그런데 나는 그런 걱정들이 좀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다. A 정당과 B 정당이 있고 A 정당 출신의 인물이 정권을 잡았을 경우, B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늘 나라가 위기라고 말한다. 이는 역도 마찬가지다. B 정당 출신의 인물이 정권을 잡았을 경우, A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늘 나라가 위기라고 말한다. 나는 ‘나라의 위기’에 대한 이와 같은 평가가 다분히 정치적이라 생각하며, 이러한 평가의 기능 또한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이러한 정치적인 평가의 주된 기능은 ‘견제’에 있는 것이지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대통령을 포함)가 미숙하고 여러 실수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보수정당 출신의 대통령을 선출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작 새 정부 출범 이후 100일이 지난 기간 동안 급작스레 위기에 빠질 정도의 국가라면, 그건 우리가 지금껏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오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견해에 동의한다.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지금까지 온갖 어려움을 잘 헤쳐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나라에 대해 충분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나는 우리나라가 오직 몇몇 소수의 사람으로 인해 위기에 빠질 정도로 허술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전반적인 사회 작동의 방식 변화다. 우리 민족은 똑똑하고 강인하므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극복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회의 자율성과 민주성이 줄어들고 사회 전반이 법과 원칙이 아닌 권력에 의해 통제되는 경우,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가장 희생하고 착취되는 것은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약한 사람들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국가가 유지된다면 이후 국가의 미래는 없다. 왜 다수의 젊은이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으려고 할까? 왜 많은 사람이 정당한 노동이 아니라 투기와 비슷한 투자로 큰돈을 벌려고 할까? 나는 이것이 이미 우리 사회에 비가시적이면서 강력한 착취 구조가 상당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비관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럴수록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을 믿고 의지하고, 내가 할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며 열심히 키우는 것이 최선 아니겠는가.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직접 실천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래서 나는 소박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긍정적인 자세로 내 삶에 만족하고 열심히 실천하는 길을 택하겠다. 특히 나는 내가 과학철학을 계속 연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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