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소소한 의견 표명

강형구 2022. 8. 24. 09:48

   바쁘게 살고 있다. 집안일 하고 애들 돌보고 논문 수정하고 틈을 내어 번역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밤에 가족들이 자고 난 후에는 집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린다. 아침에는 가족들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세탁기로 빨래를 돌린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집 상태가 유지된다.

 

   이렇게 바쁘므로 뉴스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의 연구 분야 이외의 글들을 제대로 읽지도 못한다. 그렇기에 나의 정치적 견해는 극히 제한된 정보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전제한다. 사실 나는 여러 번 말한 적이 있듯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정치는 아주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라 이에 관한 의견을 형성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때로는 침묵이 많은 것을 말하는 법이다. 말을 할 때는 해야 한다.

 

   이번 수도권 폭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미숙하고 허술했다. 정부는 이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올해 들어 출범한 정부라 아직은 국민으로서 용인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다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상당히 떨어질 것이다. 잘못한 게 사실이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기회를 주며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컨설팅 비리 문제,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있다. 설혹 법적인 기준에서 볼 때 죄가 없다고 해도, 최소한 나라를 대표하는 공인으로서 국민에게 정식 사과 표명을 해야 하는 사안이라 생각한다. 그냥 대충 넘어가면 안 된다. 그렇게 넘어간다면 법이 권력에 의해 휘둘리며 권력이 한국 사회의 최우선적 가치라고 많은 국민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는 조국 전 장관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적어도 상식에 부합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정부 부처에서 시행령으로 법률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국회에서 법무부 장관이 국회의원과 말다툼 수준의 대화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대체 법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대표들이 모여서 다수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수립한 제도적 산물이 법 아닌가? 그러므로 정치에서는 무엇보다도 법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법은 법무부에서 만들지 않고 국회에서 만든다. 법무부는 실무적인 집행 기관일 뿐이다. 법과 관련된 일을 수행하기 위해 똑똑한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 사람들은 결국 시민들을 위해서 복무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 법이 우선이고, 시행령은 행정 편의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 부처에서 시행령을 통해 법률의 존재 가치를 무색하게 하고, 법무부 장관이 우리 사회 다수 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에 관해 나는 황당하면서도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이런 태도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국민을 위해 복무하는 사람이 국민 위에서 국민을 우습게 생각하고 군림하려는 것이 아닐까? 물론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에게 일종의 거만함이 없지는 않지만,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의원은 대통령조차도 존중해야 하는 사람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금씩 바뀔까 두렵다. 대통령, 법무부 장관 등은 실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각종 실무적인 행정 처리 및 대외적인 전략적 판단과 행동에서는 미숙함을 보이면서, 국가 내부적으로 비가시적인 권력 행사를 하는 것에서는 상당히 잘 계산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현명하므로 나라가 크게 걱정되지는 않지만, 나라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금씩 바뀔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