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순조로운 진행

강형구 2022. 9. 3. 16:02

   며칠 전에 1년 동안 미국 피츠버그 대학 과학철학 연구 센터에 방문 연구원으로 다녀오신 지도교수님과 오래간만에 대면 면담을 했다. 내가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이 2011년이니 입학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도교수님과 졸업에 관하여 처음으로 상담을 한 것이 2019년 상반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나는 이제 내가 졸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설혹 내가 뛰어난 수준의 졸업 논문을 쓰지 못하더라도, 적당한 수준에서라도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나 역시 삶의 다른 단계로 접어들 수 있고, 교수님께서도 심적 부담을 더실 것이며, 후배들의 숨통도 트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지도교수님은 내가 학부 시절부터 알던 분이다. 학부 시절 나와 서양중세철학사 수업을 같이 수강하셨다. 나는 그 수업에서 B+의 성적을 받았다. 이후 대학원생 시절, 그 수업을 개설하셨던 강상진 교수님으로부터 나의 지도교수님은 그 수업에서 A+의 성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처럼 그때부터 지도교수님은 아주 뛰어나신 분이었고, 나는 내가 지도교수님의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나는 나의 지도교수님이나 과학학과의 다른 교수님들을 바라보며 나 역시 교수님들과 같은 수준과 방식으로 학술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내가 그 정도 수준까지 되는 연구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당연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교수님들의 수준까지는 오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냥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하게 해 나갈 뿐이다.

 

   나의 경험상 나는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방식으로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 그냥 내 나름대로 기준과 목표를 세워서 그것에 맞게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편하다. 예를 들어 글을 번역하는 것과 정리하는 게 그렇다. 번역과 정리는 수고와 노력을 들이면 아주 똑똑하지 않은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와 같은 방식으로 기계적이고 성실하게 하는 게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는 이러한 방식의 작업이 매우 편하다는 거다. 이는 어떻게 생각하면 고리타분하고 답답한 방식의 작업일 것이다. 그래도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의 작업이 나보다 더 독창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위안을 얻는다.

 

   9월에 논문심사를 신청하면 10월부터 12월까지 논문심사가 진행될 것 같다. 만약에 이번에 통과가 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로 심사가 연기된다. 설혹 이번에 떨어지더라도, 계속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코멘트를 받아서 논문을 수정해나가면 내년 상반기에는 학위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논문은 한스 라이헨바흐에 대한 나 자신의 이전 연구를 축적하여 쓴 까닭에, 그나마 국내 연구자로서는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 연구에 충분히 보탬이 되는 연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역할은 다한 셈이지 않을까 한다.

 

   경상국립대학교 강의 준비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오히려 내가 스스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강의 자료를 만든다. 모든 것은 욕심을 버리면 즐거워진다. 그냥 성실하게 일한다는 생각으로 만사에 임하고 있다. 다만 정신을 분산시키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것저것 너무 여러 일에 정신을 빼앗기다 보면 제대로 된 일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내가 잘 할 수 있고 내가 하면 가치가 있는 몇몇 일들만을 선택해서 집중하는 게 좋다. 논문 수정, 강의 준비, 논문 투고 준비를 집중적으로 해 나가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한다. 겸손한 태도로, 남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남의 능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려 한다. 다른 사람들과 화합하는 가운데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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