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연구하는 아빠

강형구 2022. 11. 8. 21:13

   나는 강의를 즐긴다. 올해 가을부터 진행하고 있는 경상국립대학교에서의 과학철학 강의는 재미있다. 특히 나는 [비판적 사고] 수업을 즐긴다. 정언 논리, 명제 논리가 재미있고, 논리적인 문제를 푸는 것이 재미있다. (물론 잘하는 것은 아님) 이와 더불어 나는 수학 문제나 물리학 문제를 푸는 것에서도 재미를 느낀다. 만약 내가 과학철학이나 과학사 강의가 아니라 다른 강의를 할 수 있다면 내가 정말 해보고 싶은 강의는 일반 물리학이나 일반 수학 강의다. 물리학사, 수학사 강의도 해보고 싶다. 구체적으로 말해 이런 강의를 준비하면서 쏠쏠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그냥 내 개인의 적성 문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적성은 연구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과학철학 연구다. 그래서 나는 내가 대학원에 진학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다지 성실하지 않은 대학원생이라 지도교수님과 학과 교수님들께, 대학원 선후배들께 죄송하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그냥 과학철학 논문들을 출력해서 읽고 메모하고 나 스스로 생각하고 내 생각을 직접 글로 쓰는 활동이 마음에 들고 재미있다. 사실 그것 말고는 평소에 관심이 가는 일이 별로 없다. 한국장학재단에서 나의 공식 직책은 ‘행정원’이었다. 내 생각에 이것은 내 삶 속에서 일종의 ‘외도’였다. 이후 국립대구과학관에 입사하면서 ‘연구원’이 되었다.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입사한 것이다. 지금껏 나는 과학관에서 최대한 나의 전공을 살리면서 일하려고 애썼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더욱더 강해졌다. 나는 어떤 곳에 있든지 간에 과학철학 연구자이고, 그렇기에 일할 때 나의 그런 특성을 살려서 일해야겠다는 것이다.

 

   박사학위 논문 원고를 쓰고 고치는 과정을 통해 연구자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스스로 배워가고 있다. 학문의 세계에서 독창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 참 힘든 일임을 실감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이 세계에서 연구자로서 살아가는 일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물론 지금 내 실력은 한참 부족하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실력이 향상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사실 교수가 되느냐 마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과학관에 있으면서도 계속 과학철학 연구를 하면서 논문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설혹 내가 다른 직장에 있더라도 과학철학 연구자로서의 나의 적성을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 나는 어떤 직장이든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학위논문을 우리말로 쓰고 있다. 그렇지만 학위논문을 마무리하고 나면 이후의 학술논문은 영어로 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며,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는 과학철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많은 편이 아니므로, 다양한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나의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국제 학술지 투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어 쓰기와 영어 말하기 모두 약한 편이므로, 학위를 끝내고 난 이후에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듯하다. 최소한 1년에 1편은 영어로 논문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인문학 영역에서 영어로 학술논문을 쓰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연구자로서 영어 학술논문 작성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연구하는 아빠’로서 기억되고 싶다. 예를 들어, 나는 부서장이나 본부장이 되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에는 별로 욕심이 없다. 그냥 나는 언제 어디에서든 연구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는 요즘 유튜브에서 ‘연하남(연구하는 남자)’이라는 채널을 즐겨 보고, 박사학위 논문 작성하는 법이나 학술지에 논문 투고하는 요령을 담은 영상들을 시청한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연구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연구자들에 대한 처우가 지금보다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믿고,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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