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시행착오를 겪으며

강형구 2024. 3. 9. 17:37

   국립목포대학교 임용 확정 통보를 받은 후 가장 걱정했던 문제가 살 집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처음에 나는 목포대학교 근처에 있는 작은 방을 하나 얻으려고 했다. 사실 우리 가족 전체가 이동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내가 여전히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아이들 역시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포대학교 근처에는 원룸 전세가 없고 모두 월세였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광주 또는 목포였다. 그런데 목포로 집을 얻으면 주말에 대구로 왕복 이동하는 거리가 광주보다 더 멀어질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그래서 광주의 원룸 전세를 알아보았는데, 다행히 두세 건 정도 매물이 있었다. 광주송정역 근처의 원룸은 시설이 제법 좋았지만, 결국 나와 아내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역 근처에 있는 작은 투룸을 선택했다. 나는 이 투룸이 혼자 자취할 방이라기에는 제법 커서 굳이 이런 방을 고를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내가 마음에 들어 하기에 그냥 나도 이 방을 선택하게 되었다. 워낙 전세 매물이 없어서 사실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기도 했다.

 

   새 방으로 이사 온 후 바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았으니, 이제 나는 대구가 아닌 광주 시민이 되었다. 자취하는 투룸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목포대학교로 가는 통학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를 타면 학교에 도착하는 데 대략 1시간이 걸린다. 나는 주로 7시 20분쯤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에, 학교에는 8시 30분 정도에 도착한다. 연구실에 가서 자리를 정리하고 커피 한 잔을 준비하면 9시 전에는 연구 및 업무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수업 준비, 교양학부와 관련된 행정 처리, 나의 연구 등을 하면 오전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점심 식사는 학생회관이나 학생생활관의 식당에서 하면 된다. 식사 가격이 4,500원 또는 5,000원이라 매우 만족스럽다. 오후에도 마찬가지로 연구실에서 강의 준비, 연구, 행정 처리 등을 하다 보면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교수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므로, 이러한 종류의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직장 생활을 더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삶의 양식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 부류의 사람에 속한다. 스스로 강의 준비하고 연구하고 행정 업무를 하고 틈틈이 쉬는 것은 나에게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저녁 5시 30분 전후로 연구실을 정리하고 학생생활관 식당으로 향한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인 나도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 광주 송정역 방향의 통학버스가 기다리고 있고, 버스는 대개 저녁 6시 25분에 학교에서 출발한다. 나는 대부분 통학버스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데, 버스 안에서는 눈을 감고 쉬거나 틈틈이 책을 읽는다. 숙소에 도착하면 저녁 7시 40분 정도 된다. 잠시 누워서 쉬다가, 딱히 할 일이 없다 싶으면 숙소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필요한 작업을 한다. 대개 수업 준비 또는 나의 개인 연구를 한다. 밤 11시까지 영업하는 가게라 일찍 자리에서 일어서야 한다는 부담이 없고, 커피의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아주 마음에 든다.

 

   이렇듯 지난 1주일 동안 목포대학교에서의 내 삶의 패턴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아침 일찍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고, 연구실에서 오전과 오후를 보내며, 강의가 있을 때는 강의하고, 저녁이 되면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를 탄 후, 잠을 자기 전까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에 당연히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주말을 간절히 기다린다. 토요일인 오늘도 아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네를 산책하고, 근처 비슬산에 있는 근사한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함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 후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갈 예정이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내게는 최고의 치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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