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국립대학교의 교수가 되는 일

강형구 2024. 2. 24. 07:50

   사실 나는 내가 대학교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작년 2023년 2월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과학철학에 대한 의무감을 깊이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과학철학 전공 박사로서 내가 할 도리를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책을 번역하고,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는 것은 박사학위를 가진 과학철학 연구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바람직한 이력을 가진 과학철학 연구자는 아니다. 일반적인 직장을 다니면서 계속 공부하여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결국 오랜 시간이 걸려 학위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강의 경력 또한 직장을 다니면서 쌓았다. 그렇기에 한결같이 연구에만 매진해 온 연구자에 비해 부족함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과학철학 분야의 선배 연구자로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다른 과학철학 연구자의 러닝메이트 역할을 하기 위해, 작년 2월 이후 대학에서 과학철학 분야의 교수를 모집하면 빼놓지 않고 지원해 왔다.

 

   초기의 지원 결과는 당연히 탈락이었다. 시범 강의도 잘 못했고, 최종 면접까지 갔을 때도 심사위원 선생님들께서 어김없이 나의 여러 부족함을 알려주셔서 이를 절감했다. 박사학위 논문을 너무 오랫동안 쓴 것, 연구에만 매진하지 않고 직장 경력을 갖고 있다는 것, 강의 경력이 짧다는 것, 영어로 된 논문이 부족하다는 것 등은 내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나의 부족한 부분이었다. 탈락 직후에는 마음도 많이 상하고 ‘나는 안 되겠다’라는 부정적인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실망하는 나를 보면서 웃음이 났다. 왜냐하면 나는 처음부터 내가 합격하리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후 직장에 다니면서 대학에서 강의하는 동시에 교수 채용 공고에 지원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냥 한 번 지원해 보는 것이 아니었다. 과학철학 연구자로서의 나를 소개하는 일, 교육과 연구 계획을 구상하는 일, 시범 강의를 준비하는 일 등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었다. 최종 면접까지 갔을 때는 총장님과 해당 대학에 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말들을 찾아내야 했다. 하지만 어김없이 결과는 탈락이었다. 나는 나보다 훨씬 훌륭하고 뛰어난 과학철학 연구자께서 최종 선발되는 모습을 보았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나의 마음도 조금씩 변했다. 처음에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것(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련 강의가 가능한 사람)에 최대한 맞춰서 나를 서술했지만, 조금씩 나의 원래 색깔을 살려서 나를 서술하고 시범 강의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가 오랫동안 연구했고 정말 잘 아는 내용을 가지고 발표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니 좀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교수 채용 지원을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성장하기 위한 일종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합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 모든 절차를 준비하고 고민하면서 나를 좀 더 연구자로서 성장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관점을 갖게 되었다.

 

   사실 이번에도 나는 좌절할 뻔했다. 시범 강의도 여전히 서툴렀고, 나와 경쟁하는 분이 너무 훌륭한 분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되고 싶다는 욕심을 비우니 면접장에서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더 진솔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저 면접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끝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답변했고, 다음 날 퇴근하고 돌아온 후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에 문자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나의 인생은 한 번 더 바뀌게 되었다. 아직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이제 나는 국립과학관의 연구원이 아니라 국립대학교의 교수로서 교육 공무원의 길을 걷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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