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만족하는 삶

강형구 2024. 2. 20. 10:35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참 행복했다. 물론 아이들이 끊임없이 집을 어지르는 바람에 계속 청소 등과 같은 집안일을 해야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었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찬송을 부르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기쁜 일이었다. 나는 아내와 나로 말미암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세상의 모든 일은 그 나름의 이유와 합리성을 가지고 이루어진다. 내가 세상에서 태어나서 이렇게 살아가는 일, 내가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일 또한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합리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완전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다만 나와 내 주변의 삶들에 합당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면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의 태도를 가지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나만큼이나 소중하며 그 존재의 가치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경시하거나 업신여기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것은 참으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나 이외의 모든 사람 또한 소중하기 때문에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세상에는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고 나보다 운이 좋은 사람들도 많다. 또한 세상의 일들은 여러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들에 의해서 발생되고 운영되므로 대부분의 일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해 내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인내심과 기다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1번 해서 바로 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10번이나 20번을 계속 해야 그 중에 1번이 운 좋게 성공된다.

 

   결국 다른 사람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경쟁이다. 나보다 더 뛰어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자신과의 싸움 또는 경쟁을 계속 이어나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고,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앞으로 조금씩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슷한 예도 있다. 지금 나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좀 더 작거나 학습 능력이 좀 떨어지면 어떤가.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믿고 사랑함으로써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나의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함으로써 나 스스로 상심하고 내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과학철학 연구자로서의 나 자신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연구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를 너무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나름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노력이 가상하고, 앞으로도 내게는 계속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 잠재력을 인정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물론 나는 내 주변에 정말 훌륭한 연구자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런 분들을 모범으로 삼아서 나를 계속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훌륭한 연구자분들에 빗대어 나를 비판하고 싫어하게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나 스스로를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자신을 아끼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일종의 습관 혹은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이렇듯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요령을 알려주고 싶다. 사람마다 능력은 다양하고 천차만별이지만, 누구나 만족의 요령을 체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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