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Maynard Smith & Eors Szathmary(2000), The Origins of Life: From the Birth of Life to the Origin of Language(Oxford University Press), chap 2.
Eva Jablonka, Marion J. Lamb(2006), "The evolution of information in the major transitions",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 239, pp. 236-246.
(1) 내용요약
OL 2장, 주요 전환들(The Major Transitions)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이론은 유기체가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유기체가 현재의 환경 속에서 더 잘 생존하고 번식하게 될 것임을 예측할 따름이다. 하지만 생물의 역사를 보면 몇몇 생물종의 계보들이 점차적으로 더 복잡해졌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기관을 구성하는 부분들의 수나 가능한 행동들의 수가 더 증가한 것이다.
수학적으로 접근하면 복잡성을 더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수학적 관점에 따르자면, 하나의 구조의 복잡성이란, 그 구조를 생성해내는데 필요한 지침들(instructions)의 목록들 중 가장 짧은 목록의 길이이다. 이는 얼마나 많은 염기쌍들이 해당 구조의 생성에 실제로 사용되는지와 대략적으로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은데, 왜냐하면 고등한 유기체일수록 이 유기체의 복잡성을 형성하는 것과 관련된 많은 정보들이 DNA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유전자의 수는 왜 서로 다른 종의 생물들이 서로 다른 수의 유전자 수를 갖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예를 들어 척추동물(vertebrate)은 무척추동물(invertebrate)보다 더 많은 정보적 DNA를 갖는데(척추동물은 유전자 수가 5만 이상인데, 무척추동물은 2만 5천 미만이다), 왜 굳이 그래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만으로는 생물이 보여주는 복잡성의 증가를 설명하기 힘들다. 사실, 이런 복잡성의 증가는 정보가 저장되고, 전달되고, 번역되는 방식에 있어서의 중요한 변화에 의존한다. 메이너드 스미스와 저스머리는 이러한 변화를 ‘주요 전환(Major Transition)’이라고 부른다.
주요 전환들
1. 증식하는(replicating) 분자들에서 구획(compartment) 속 분자들의 군집(population)으로: 이 전환으로 인해 서로 다른 종류의 증식하는 분자들이 상호협력해서 각각의 생산 효과가 다른 분자들의 증식에 도움을 주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분자들의 군집이 ‘구획’ 또는 ‘막(membrane)’에 의해 닫혀야 한다.
2. 독립적 증식자들(replicators)에서 염색체(chromosome)로: 이 전환으로 인해 한 구획 내에서 유전자들끼리의 경쟁이 방지된다. 복수의 유전자들이 결합해서 하나의 염색체를 만들며, 따라서 이전과는 달리 늘 ‘모든’ 유전자들이 ‘동시’에 증식된다.
3. 유전자와 효소로서의 RNA에서 DNA와 단백질로: 초기에는 RNA가 유전자와 효소의 기능을 모두 담당했을 것이나, 이후 유전정보 저장의 측면에서 DNA와 분업하고, 화학반응 촉진 및 신체 구조 구성에 있어서 단백질과 분업을 이루었다.
4. 원핵생물(prokaryote)에서 진핵생물(eukaryote)로: 원핵생물은 핵이 없고 단일한 원형 염색체만 갖고 있었으나, 진핵생물은 막대 모양의 염색체 및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등과 같은 세포 내 구조들(기관들)을 갖고 있다.
5. 무성 클론(clone)에서 유성 군집(population)으로: 이 전환은 그 이유를 알기 힘든(puzzling) 전환이다.
6. 원생생물(protist)에서 동물, 식물, 균류(fungi)로: 동물, 식물, 균류는 유전적으로는 같은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형태, 구성, 기능을 담당하는 다양한 세포들을 갖고 있다.
7. 독립적(solitary) 개체들에서 군체(colony)로: 독립적 개체들에서와는 달리, 군체에서는 각 개체들의 역할(생식, 생산...)이 분담된다.
8. 영장류(primate) 사회에서 인간 사회로, 언어의 기원: 신경체계의 진화는 뒤이은 언어 진화를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그와 같은 정보를 통해 행동을 수정하게끔 만드는 방식으로 신경체계가 진화해 왔다.
위의 여덟 전환들 중 다세포 유기체로의 전환 및 군체 동물들의 등장은 하나의 계보 안에서 여러 번(전자는 세 번, 후자는 여러 번) 등장하는 반면, 다른 여섯 전환들은 하나의 계보 안에서 오직 한 번만 등장했다. 이같이 유일하게 발생한 여섯 전환들이 없었다면 인간과 같은 유기체가 출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공통된 문제
위와 같은 서로 다른 전환들 사이에 공통점이 존재한다. 전환을 통해 독립된 증식을 할 수 있었던 개체들이 전환 이후 오직 전체의 부분으로서만 증식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로, 무성 클론에서 유성 군집으로 전환할 때 이와 같은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들이 모두 낮은 수준에서의 개체들이 결합함으로써 나타났다면, 왜 낮은 수준에서의 개체들 사이에서의 선택은 높은 수준에서의 개체가 갖는 통합성과 대립되지 않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되기 위해서는, 낮은 수준의 개체에 작동하는 선택을 통해 높은 수준의 개체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를 ‘선택의 수준’ 문제라고 한다. 조류학자인 위니 에드워드(Wynne-Edwards)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졌다. 왜 동물들은 상당한 번식능력이 있는데도 음식이 없어질 때까지 개체의 수를 증대시키지 않을까? 그런데 동물들을 관찰해보면, 개체의 수를 증대시키는 것을 억제하는 ‘자기희생적 행동’을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와 같은 자기희생적인 행동이 있다는 것은, 동물들 사이에서 개체 수준의 선택이 아닌 ‘집단 선택’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반론을 편 논자들은, 개체 수준의 선택이 집단 수준의 선택에 비해서 우세하므로 굳이 집단 선택이 필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서로 다른 수준에서의 선택들 사이의 대립이 주요 전환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비록 주요 전환이 일어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고 하더라도, 메이너드 스미스와 저스머리는 이 전환이 불가능하지 않았음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후 세 가지의 근거들을 제시한다.
몇몇 가능한 해답들
유전적 유사성: 복잡한 다세포 유기체도 단일 세포에서 기원하기 때문에, 세포의 미분화(differentiation)는 각각의 세대에서 거듭해서 요구된다. 다세포 유기체 내의 모든 세포들은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고, 자연 선택은 유기체 내에서 이기적인 행동보다는 협동적인 행동을 야기시키는 유전자를 선호하게 된다. 왜냐하면 협동적인 유전자를 가진 유기체가 더 많은 자손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동일하지는 않으나 관련되어 있는(related) 개체들 사이의 협동의 진화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에 대해 윌리엄 해밀턴(William Hamilton)은 다음과 같은 설명을 제시했다.
을 연관성 척도,
를 수여(conferred) 이익,
를 수여 비용이라고 할 때,
인 경우 협동은 전파된다. 이 설명을 통해, 서로 독립적인 증식자들 사이에서의 협동을 진화하게끔 촉진하는 조건은 ‘관련성(relatedness)’임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선조 혹은 소수의 선조들로부터 유래된 개체들 사이에는 관련성이 높을 것이다.
공동작용(synergy): 이와 더불어 협동에는 공동작용 효과가 있다. 노동의 분업을 통해서 공동작용 효과를 얻는 것이다. 예를 들어 RNA로부터 DNA와 단백질로의 전환이 그러하다.
중앙통제(central control): 대부분의 고등 식물들은 자웅동주(hermaphrodite)이다. 즉, 꽃가루(pollen)와 씨앗(seed)을 둘 다 생산한다. 그런데 식물 내에서도 미토콘트리아와 관련된 유전자는 난세포에만 전달되므로, 이 유전자는 수컷 기관의 불모(유산, abortion)을 유발시키는 작용을 하는 반면, 염색체 유전자는 꽃가루에만 전달된다. 만약 미토콘트리아 유전자를 억압하지 않으면 수컷 기관은 불모가 될 것이며, 이는 식물에게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식물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염색체 유전자 수를 미토콘트리아 유전자 수보다 더 많게 만들고, 각각의 미토콘트리아 유전자에 대해 염색체 유전자가 이를 억제(suppress)할 수 있게끔 한다. 즉, 이기적 유전자의 행동을 억제하는 더 많은 다른 유전자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에그버트 레이(Egbert Leigh)는 ‘유전자들의 의회’ 효과라고 불렀다.
다른 예로 이끼류(lichen)를 들 수 있다. 이끼류는 균류(fungus)와 조류(alga)의 공생적 연합이지만, 협동이라기보다는 조류가 균류에게 예속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전망(foresight)도 없고, 되돌림도 없다(no way back)
자연 선택의 진화에는 전망이 결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전환 이전에는 DNA 총량에 심각한 제한이 있었으나 전환 이후에는 제한이 풀려서 복잡성을 증대시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전환은 이같은 제한이 사라진 것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 전환은 원핵세포가 단단한 외부 세포벽을 잃어버리게 되면서 일어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환은 한 번 일어나면 다시 되돌리기가 매우 힘들다. 예를 들어, 유성생식에서 단위생식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많은 장애들이 있는데, 왜냐하면 성이 한 번 분화되면 이와 관련된 이차적 적응들(secondary adaptations)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유전정보는 어떻게 증가했을까?
증식과 분기: DNA는 증식하고 분기한다. 그런데 이러한 증식을 통해 복제된 DNA는 여분의(redundant) 메시지를 갖고 있으며, 이 여분의 메시지가 단계적으로 수정되게 된다. 하지만 유전자 복제가 흔하게 일어난다고 해도 정보의 증가는 빈번히 일어나지 않는다. 복제된 유전자는 드물게 새로운 기능을 얻는다. 즉, 증식 그 자체가 중요한 새로움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단지 이후에 일어날 복잡성의 증가를 위한 초기 재료를 제공해 줄 뿐이다.
공생, 상호의존(symbiosis): 공생이란 서로 다른 종류의 두 개체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공생에는 기생적 공생과 상호적 공생이 있는데, 이 논의에서는 상호적 공생을 다룬다. 예를 들어 염색체로의 전환의 경우, 서로 다른 분자들이 결합해서 염색체를 만들어내고, 이 경우 전체가 복제되어야 부분도 복제가 된다. 이 경우에는 개체 안에서 직접적인 유전정보의 증가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후성(epigenesis):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세포들이, 한 유기체 내에서 어떻게 그렇게나 다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아우구스트 바이스만(August Weismann)은 두 가지 설명을 제시했는데, 그 두 번째 대답은 다음과 같다. 각각의 세포들은 유전자의 완전한 집합을 얻지만, 서로 다른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외부 자극을 얻음으로써 서로 달라진다. 그리고 이와 같은 활성화 상태가 딸세포에게 전달된다. 즉, DNA를 통한 정보 전달만이 아니라 비 DNA적 경로를 통해서도 정보 전달이 이루어진다. 특히 인간사회의 경우, DNA와 언어에 기초한 이원론적 유전체계에 의존한다.
Eva Jablonka, Marion J. Lamb(2006), "The evolution of information in the major transitions"
핵심: ① 비유전적 수단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가 주요 전환들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비 DNA적 정보의 전달에 관한 새롭고 변형된 방식들이 그로부터 결과했다.
② 유전자와 효소로서의 RNA에서 유전물질로서의 DNA와 효소로서의 단백질로의 전환은 하나의 전환이 아니라 이중적인 전환이다.
③ 신경체계의 출현 또한 주요 전환에 속한다. 이 전환이 새로운 유형의 유전에로 인도했다.
1. 들어가는 말
메이너드 스미스와 에어쉬 저스머리는 유전적 정보, 정보 저장의 진화적 변형, 정보 전달 기제의 변화, 정보의 새로운 사용, 생물학적 정보의 본성 등과 같은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어서 현대적 진화이론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둘은 주로 유전체계 및 그에 관련된 정보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DNA에서의 변이와는 독립적인 변이들의 유전에 대해서는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야블론카와 램브는 이 논문에서 비 DNA적인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2. 정보의 유형들, 새롭게 진화하는 개체들의 출현
생물학적 정보는 입력에 대한 ‘해석’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해석하는 수용자가 기능적인 방식으로 정보 원천의 형식에 대해 반응할 수 있을 경우, 정보의 원천은 비로소 정보적인 것이 된다. 이 때 수용자는 정보 전달자로부터 입력되는 정보를 해석한다. 이처럼 정보를 ‘해석’ 및 ‘수용자’ 중심으로 바라보면, 모든 유전적 변이들과 진화가 단지 DNA의 변화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다.
3. DNA 이전 세계에서의 복수 유전 형태와 첫 번째 전환
전달가능한 비 DNA적 정보는 존재했을 뿐만 아니라 DNA에 기초한 유전체계의 선행조건이었다. 간티(Ganti)의 ‘케모톤’을 살펴보자. 케모톤은 세 개의 자기촉매적 부분체계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첫 번째 부분체계인 자가촉매적 신진대사 순환은 영양소를 자기재생산에 필요한 물질들로 변환시킨다. 두 번째 체계는 막 형성 부분체계로서, 이는 신진대사 순환으로부터 발생된 물질을 갖고 케모톤의 계 외부와 내부를 분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세 번째 체계는 전체 계와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자가촉매적 부분체계로서, 이 체계는 템플릿(template)을 기초로 한 중합체를 형성한다.
이와 같이 세 개의 부분체계로 구성되는 케모톤은 유전성을 나타낸다. 전체 계의 유전적 속성들은 선형중합체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이것의 길이는 신진대사 순환의 전환 수를 통제한다. 또한 케모톤은 변이성을 나타낸다. 구성성분의 생산주기가 변하거나, 막 구성성분이 변하거나, 선형중합체의 길이가 변할 때 변이가 일어난다. 이 때 선형중합체의 길이 변화는 가장 중요한데, 왜냐하면 이 변화는 구성성분의 화학적 본성의 변화를 필요로 하지 않고, 다만 그 조직에서의 변화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케모톤을 구성하는 세 개의 화학적 부분체계들 및 이에 관련한 자가촉매적이고 자기유지적이며 재생산하는 속성들로부터 생물학적 체계가 출현했다. 하지만 생물학적 체계는 어떻게 출현한 것일까? 처음부터 RNA 분자가 증식자와 효소로서 기능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고, 신진대사적 단백질 연결망이 먼저 생성된 후 이로부터 유사 RNA적인 체계가 진화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두 설명에서 공통되는 것은, 어느 한 시점에서 RNA 기반의 체계가 통제권을 장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뒤이은 DNA 계열(서열)의 진화는, 이와 같은 이전까지의 신진대사적․ 막 체계들의 기능적 조건들에 의해서 지도받았을(인도되었을) 것임이 틀림없다. 서로 다른 유형의 자기 생산적 체계들이 있었고, 이런 체계들이 공진화하면서 핵산에 기초한 생명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4. 조직화의 새로운 단계들로의 전이: 염색체, 진핵세포, 다세포기관, 사회 집단의 진화
4.1. 유전자에서 염색체로: 유전적 공진화와 후성적 공진화
메이너드 스미스와 저스머리는 세포 내에서의 유전자 경쟁을 없애고 딸세포들의 적합도를 높였다는 이유로 염색체가 선택되었다는 설명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의 설명은 DNA 분자들이 단백질 및 RNA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것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 있듯, 서로 다른 다양한 단백질들이 DNA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이러한 단백질들의 선택이 세포 분열 이후의 세포 기능 회복 및 연속성 유지를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진핵생물의 경우, DNA 계열과 비 DNA적 염색질 성분들이 공진화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4.2. 원핵세포에서 진핵세포로: 후성 유전은 얼마나 중요했나?
원핵세포는 단단한 세포벽을 상실하면서 세포골격, 기관, 핵, 및 내외부의 막을 형성하며 진핵세포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후성적 유전, 특히 구조-템플릿 기제(mechanism)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실제로 몇몇 학자들은 초분자적(supermolecular) 세포 구조가 3차원 템플릿 기제에 의해서 재생산된다고 제안했다. 아마도 막 체계를 보존하는 템플릿 기제가 원핵세포에서 진핵세포로 발전하는데에 중요한 기여를 했을 것이다. 세포 구조와 세포 구분이 점점 복잡해지는 과정 속에서 구조적 연속성을 제공하는 기제들이 중요해지고, 이 기제들은 유전적 체계와 공진화했을 것이다.
4.3. 다세포성의 진화: 전환에 대한 후성적 관점
다세포 유기체로 진화하면서 유전적으로는 동일한 성분을 갖고 있는 세포들이 노동의 분업으로 인해 서로 독립적이고 표현형 또한 다르게 되었다. 이 때 충분한 후성적 정보의 전달이 없었다면 새로운 다세포 유기체의 세포 구성성분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변화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복제를 했을 때 세포의 분화전능성(totipotency)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포유류의 발달은 매우 복잡하며, 별도로 특화된 세포 유형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이와 같은 세포 유형들을 생산하는데 요구되는 후성적 변환의 수 또한 증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또다른 예는 다음과 같다. 생식 계열(germ line)의 물리적 분리는 잘못된 체세포가 차기 발생에 영향을 줄 확률을 낮게 만드는데, 라크만(Lachmann)과 셀라(Sella)는 후성적으로 매개된 경로를 통해서 분리된 생식 계열의 진화가 일어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안정적이고 복잡한 다세포 유기체들 및 이들의 발달에 대한 진화적 형태화(shaping)가 출현하는데 있어서 후성적 유전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확실하다.
4.4. 사회조직의 진화: 사회적 학습의 통합적 역할
메이너드 스미스와 저스머리는 친족, 강제성, 호혜성에 기초해서 이타주의에 대한 논의를 했으나, 이들의 논의는 기본적으로 유전자에 기초해 있으며 완전한 설명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애비탈(Avital)과 야블론카는 사회적 학습에 주목했다. 이들에 의하면 사회적 학습이 동물 집단의 기능적 결속으로 이끄는 여러 방식들이 있다. 그리고 새와 포유류의 경우, 사회 집단의 생존이 집단 구성원 사이의 학습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사회적 학습을 통해 집단의 전통이 수립되고, 이 전통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된다. 그리고 이러한 지속은 상호적으로 지지해주는 학습된 행동들 사이에서의 되먹임 고리에 의해서 유지된다. 사회적 학습은 복잡한 사회적 집단의 진화 및 문화적 진화를 위한 선제조건이다. 안정된 사회 집단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 집단을 구성하는 개체들이 동일한 행동 정보를 유전해야 하는데, 이 정보는 DNA 만을 통해서 전달될 필요가 없다. 사회적 학습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5. 성으로의 전환이 갖는 독특한 지위
유성생식으로 인해서 서로 다른 계보의 유기체들이 유전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성적 생산으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개체인 ‘성적 군집(population)’과 ‘종(specie)’이 탄생했으며, 이는 높은 수준의 조직화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성적 군집 및 종에서는 재생산적 고립의 현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재생산적 고립은 개체들의 표현형적 속성들의 결과이며, 표현형에서의 차이가 늘 유전형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즉, 유전자 교환의 경계는 그 자체로 유전자 차이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유전가능하면서도 후성적이면서 행동적인 변이들로 인해 유전자 교환을 차단하는 방벽이 형성될 수 있고, 이는 새로운 종의 형성에로 이끌 수 있다.
6. 정보전달의 새로운 체계를 갖춘 새로운 개체들로의 전환: DNA의 진화와 이의 번역, 기호적 언어의 진화
6.1. DNA의 진화와 번역의 진화: 이중의 전환?
아미노산의 단기적 작동(run)들이 RNA 효소(리보자임)와 연관되어, 공동인자로 작동하면서 리보자임의 촉매 효과와 화학적 영역을 증대시켰다. 이에 따라 더 긴 RNA 올리고펩티드가 형성되었고, 이 올리고펩티드는 RNA로부터 공간적이고 기능적으로 독립하게 된다. 하지만 왜 유전물질로서의 DNA가 RNA를 대체하게 되었을까?
DNA로의 전환은 이중적이었을 것이다. 유전암호의 발달 혹은 진화 이전에 DNA가 진화되었고, 유전 암호의 발달은 DNA 이후 이루어졌다고 해보자. 이 경우, RNA는 유전에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더 광범위한 효소적․ 규제적 기능을 획득했을 것이며, 이러한 기능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서 아미노산이나 펩티드같은 다양한 다른 분자들을 고용했을 것이다. 유전물질로 DNA를 갖는 세포로의 전환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DNA와 RNA의 노동 분업이 이루어진다. 둘째, 암호화와 번역이 진화한다.
6.2. 언어의 진화
도어(Dor)와 야블론카(Jablonka), 야블론카와 램브(Lamb) 등은 언어능력이 유전자와 문화 사이의 공진화를 통해 출현했을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사회 내에서는 언어를 빨리, 정확하게 배우는 능력에 대한 강한 선택이 발생했을 것이고, 이 선택에 있어서 비-유전적 정보 전달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7. 신경 정보: 커다란 빠트림
두 가지 중요한 전환인 사회 집단의 진화와 언어 공동체의 진화에서 구성원 상호간의 학습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는데, 이와 같은 사회적 학습이 가능하게 위해서는 신경체계가 요구된다. 신경체계의 진화를 통해서 정보 전달, 처리, 저장의 영역이 상당히 증가했으며, 그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개체가 출현했다. 신경적 개체는 높은 수준의 내적 통합을 이루고 있고 빠른 속도의 적응적 반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신경체계는 물리적 물질의 전달 또는 접촉이 필요하지 않은 의사소통이 가능하게끔 만들었으며, 이로부터 사회적 학습이 가능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행동적 유전의 형식이 출현했다. 사회집단과 언어 공동체로의 전환은 모두 신경적 개체들의 진화에 기초하고 있다.
8. 요약과 결론
신경체계의 출현 및 DNA와 번역으로의 전환 모두 정보 해석에 있어서 복호처리과정을 포함한다. 8개의 전환들은 새로운 유형의 개체를 이끈 변환과 내부 기관들의 복잡화(sophistication)로 이끈 변환이라는 두 부류로 나뉘며, 이에 예외가 되는 것은 성의 출현과 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로의 전환이다.
(2) 논평과 질문
메이너드 스미스와 저스머리에 의하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만으로는 생명이 복잡성을 증대시켜온 것을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유전을 ‘정보’의 관점에서 바라볼 경우, 정보의 저장․ 전달․ 번역되는 방식에 있어서의 중요한 변화들이 생명에 있어 복잡성이 증가하는 동인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변화들을 ‘주요 전환들’이라고 이름붙인다.
저자들은 8개의 주요 전환들을 제시한다. 첫째는 증식하는 분자들에서 구획 속 분자들의 군집으로의 전환이다. 둘째는 독립적 증식자에서 염색체로의 전환이다. 셋째는 유전자와 효소로서의 RNA에서 DNA와 단백질로의 전환이다. 넷째는 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로의 전환이다. 다섯째는 무성 클론에서 유성 군집으로의 전환이다. 여섯째는 원생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의 전환이다. 일곱째는 독립적 개체들에서 군체로의 전환이다. 여덟째는 영장류 사회에서 인간 사회로의 전환이다. 이와 같은 여덟 개의 전환 모두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서로 다른 수준의 개체들 사이의 선택들’이 서로 쉽게 양립하지 않는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양립하고 있다는 데 있다. 어째서 낮은 수준의 개체들은 협력을 통해서 높은 수준의 개체를 형성하게 되었을까?
이같은 ‘선택의 수준 문제’에 대해 저자들은 가능한 세 가지의 답변들을 제시한다. 첫째, 개체들의 유전적 유사성으로 인해서 협동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협동을 통해 얻어지는 공동작용 효과로 인해 협동이 가능했을 것이다. 셋째, 중앙 통제의 기능을 통해서 협동이 성립될 수 있었을 것이다.
8개의 주요 전환들이 보여주는 주요 특징들 두 가지는 ‘우발성’과 ‘비가역성’이다. 결과적으로는 정보의 저장․ 전달․ 번역 방식의 중요한 변화가 초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변화를 초래한 원인은 이같은 변화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원인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전환들은 ‘전망을 갖지 않는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비가역성’인데, 이는 우발적인 방식으로 전환이 한 번 초래되면 이에 뒤따른 추가적인 적응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전환 이전의 단계로 쉽게 되돌릴 수 없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유전정보가 어떻게 증가했는지에 대한 세 가지의 답변들을 제시한다. 첫째, DNA의 증식과 분기를 통해서 유전정보의 증가를 위한 물질적인 조건이 마련된다. 둘째, 서로 다른 두 개체들이 공생 관계를 맺음으로써 직접적으로 유전정보가 증가된다. 셋째, 세포들은 동일한 유전자 집합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외부 자극들을 받음으로써 서로 다른 유전자들이 활성화되고, 이렇게 활성화된 상태가 이후 생성되는 딸세포들에도 전달된다. 이를 ‘후성’이라고 한다.
메이너드 스미스와 저스머리는 유전정보의 증가에 DNA의 복제와 공생 외에도 ‘후성’이 일정 정도의 역할을 함을 간략하게 밝히고 있다. 이에서 더 나아가 야블론카와 램브는 비 DNA적인 정보의 유전인 ‘후성’이 메이너드 스미스와 저스머리가 말하는 ‘주요 전환들’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자신들의 논문 「주요 전환들에 있어서의 정보의 진화」에서 더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우선 이들은 생물학에서의 정보의 개념을 ‘전달자’와 ‘전달 기제’가 아니라 ‘수용자’와 ‘해석 절차’를 중심으로 바라보자고 한다. 수용자가 해석 절차를 통해 정보 전달자로부터 정보를 수용할 수 있을 경우에야 비로소 정보의 원천은 정보로 변화한다. 야블론카와 램브에 의하면, 이같은 수용자와 해석 중심적인 정보 이해는 굳이 생물학적 정보를 DNA 정보에 국한시키지 않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DNA 출현 이전에 존재한 것으로 여겨지는 자가촉매적 계인 ‘케모톤’의 경우에도, 자가촉매적 신진대사 체계와는 구분되는 두 개의 부분체계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막 형성 부분체계로, 다른 하나는 정보전달 부분체계다. 케모톤의 유전과 변이에는 자가촉매적 신진대사 체계 이외의 나머지 두 체계들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특히 정보전달 부분체계의 역할이 컸다. 이같은 비 DNA적 정보전달 체계는 DNA 분자 형성 및 세포 진화에 있어 구조적 연속성을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 밖에도 비 DNA적 정보전달 체계는 다세포 유기체의 발전, 사회 조직의 진화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비 DNA적 정보전달이 주요 전환에 있어 DNA 정보전달에 못지 않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저자들은 DNA와 번역기제의 진화가 이중적 전환이었다는 것과, 사회 집단 진화와 언어 공동체의 진화에서 사회적 학습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경체계가 필요했음을 지적한다.
두 글을 읽고 나는 두 가지의 의문이 들었다. 첫째, 메이너드 스미스와 저스머리는 ‘선택의 수준’ 문제와 ‘유전정보 증가’의 문제에 대해서 각각 세 가지의 대답을 제시했는데, 이 대답들을 정보이론의 개념들로 재구성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RNA에서 DNA와 단백질로의 전환의 경우, 이 전환을 통해 ‘정보 전달의 효율성’이 달성되었음을 정보이론의 개념들로 재구성할 수 있을까? 만약 이같은 정보이론에로의 해석이 가능하다면, 유전의 과정은 정보전달의 과정이라는 저자들의 입장이 더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야블론카와 램브는 정보 개념을 ‘수용자’와 ‘해석 절차’를 중심으로 이해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수용자’와 ‘해석 절차’를 중심으로 정보 개념을 정립하면 정보 개념이 너무 광범위해 지는 것은 아닐까? DNA 중심의 관점에서는 정보(DNA 염기서열)와 정보전달 절차(RNA를 통한 복제) 사이의 구분이 분명하고, 대체 무엇이 어떻게 전달되는가라는 물음에도 비교적 명확하게 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비 DNA적 정보의 전달에서 무엇이 정보이고 그것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런 규명은 힘듦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명 그러한 종류의 정보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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