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생명과학통론 독서노트 02

강형구 2016. 11. 24. 06:59

 

John Maynard Smith & Eors Szathmary(2000), The Origins of Life: From the Birth of Life to the Origin of Language(Oxford University Press), chap 1.

 

Maynard Smith(2000), "The concept of information in biology", Philosophy of Science vol. 67 No. 2, pp. 177-194.

 

(1) 내용요약

 

 

OL 1, 생명과 정보

 

  

유기체는 매우 복잡하다

    그 기원상 비적응적인 변이들이, 환상적으로 적응한 유기체들의 진화에로 이끌 수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답하는 데 있어서 유전(heredity)의 기체(mechanism)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 아마도 수정란에는 정보 및 발현과 관련된 지시사항들(instructions)이 담겨져 있고, 이를 토대로 수정란이 성체로 자라나는 것일 테다. 유전적 정보는 템플릿 재생산에 의해서 복제되는 것일 테다. 세대를 통해서 전달되는 것은 성체 구조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지시사항들의 목록이며, 이러한 지시사항들은 무작위적 변위와 선택에 의해서 변화할 것이다. 생명체는 그 진화의 과정 속에서 정보 전달의 수단을 급격하게 변경해왔으며, 이 책은 그와 관련된 복잡성의 진화에 대한 하나의 설명을 제시하려고 한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을 정의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어떤 것이 특정한 속성들을 갖는 경우에 그것을 생명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어떤 속성들을 생명에 있어 본질적인 것으로 선정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해당 개체들이 복제(multiplication), 변이, 유전의 특징을 갖고 있으면 그 개체들을 생명이라고 정의한다. 복제, 변이, 유전은 진화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신진대사(metabolism)은 유전과는 구분된다. 예를 들어 불은 신진대사를 하지만 유전의 속성을 갖지는 않는다. 불은 그 구조가 복잡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존과 재생산을 위한 기관 또한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은 성장, 생존, 재생산을 보장하는 기관들을 갖고 있다. 개체들이 복제하고, 변이하고, 유전함으로써 생명이 기원했다고 볼 수 있다.

 

자가촉매작용(Autocatalysis)

   생명체는 성장하고, 재생산하고, 유전한다. 자가촉매작용은 성장 단계에 있어서 핵심을 이룬다. 자가촉매작용의 순환사슬이 다른 종류의 사슬로 변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드물 경우 체계는 성장을 이루게 된다. 자가촉매작용의 순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입력이 필요하다. 비록 자가촉매순환이 원시지구에 풍부하고 다양한 화학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더라도, 이 순환을 진정한 유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물론 이따금씩 A2A가 아니라 A'2A'와 같은 순환이 등장하고, 이들 사이에서의 적합성 차이에 의해 진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제한적 유전과 무제한적 유전

   자가촉매순환은 일종의 제한적 유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속적인 진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제한적으로 많은 수의 구조들이 제각각 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DNA에서 볼 수 있는 동종 염기쌍을 살펴보자. 동종 염기쌍의 형성은 무제한적 유전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전을 모듈적 유전전체론적 유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모듈적 유전은 유전 기제 중의 일부의 변경만으로도 새로운 종류의 유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체론적 유전과 구분된다. DNA를 기반한 유전은 모듈적 유전이다. 모든 무제한적 유전체계는 모듈적일 것이며, 제한적 유전체계는 전체론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모듈적 유전에서 구조의 복제정보의 전달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정보와 생명

   현대 사회는 정보의 형태를 변환하는 기계들에 의해 변형되고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형태변환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내용이 보존된다는 것이다. 20세기에 등장한 정보이론은 생명현상(특히 유전현상)을 바라보는 틀을 제공했다. 정보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DNA 분자는 복제되는 구조이기도 하고 복제되고 번역되는 정보이기도 하다. 분자유전학에서 볼 수 있는 정보변환의 중요한 두 가지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전적 정보변환은 가역적 과정이 아닌 비가역적 과정이다. 둘째, 유전적 정보변환은 별도의 번역의 기제(mechanism)를 필요로 한다.

 

생명의 이중적 본성

   생명은 신진대사적인 측면과 정보적 측면 둘 다 갖고 있다. 라이프니츠는 생명체가 미시생명체들로 구성되어 있고, 생명체는 생명력(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을 동반한다는 이유에서 생명체를 기계와 구분한 바 있다.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 또한 생명의 기원이 자기유지적 신진대사체계와 유전물질이라는 두 성분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고, 티보어 간티(Tibor Ganti) 역시 생명이란 항상적 신진대사체계임과 동시에 정보적 통제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생명을 구분하는 기준에는 절대적기준과 잠재적기준이 있는데, 복제와 유전은 후자에 속한다 할 수 있다.

 

Maynard Smith(2000), "The concept of information in biology"

 

핵심: 생물학에서 정보적 용어들의 사용은 지향성(intentionality)’을 함축한다.

 

   유전자, 세포, 언어의 기원 등은 모두 정보의 저장 및 전달과 관계된다. 생물학, 특히 유전, 진화, 발달에 대한 설명에서 정보이론적 개념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1. 정보의 유비

   생물학에서 정보이론적 개념들이 사용되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검독(proof-reading)’이라는 정보이론적 개념은, 유전학에서 DNA 원본 염기서열이 제대로 복제되었는지를 검사하는 과정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과학에서의 유비 사용을 형식적 유사성에 기초한 사용과 질적 유사성에 기초한 사용으로 구분할 경우, 생물학에서의 정보이론적 유비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질적 유사성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형식적 유사성(서로 다른 물리적 체계 사이에서의 형식적 동형성isomorphism)에 기초한 것이다. 정보이론에서의 확률 개념 또한 유전 암호에 적절히 적용될 수 있다. 정보이론을 유전학에 적용할 때 등장하는 문제는 다름 아닌 의미(meaning)’의 문제다. 유전정보가 어떻게 생명체의 형식과 기능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말인가?

 

2. 바이스만(Weismann)과 획득형질의 비유전성

   바이스만은 획득형질의 유전과 관련된 별도의 기제를 생각할 수 없었다. 생명체에서의 정보전달이 비가역적인 것은 우연적인 사실이며, 이에 대한 논리적 필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3. 유전적 암호

   유전적 암호에 관해 주목할 만한 네 가지 측면들이 있다. 첫째, DNA 복제 과정에서 특정 3중쌍과 그것이 암호화하는 아미노산 사이의 대응은 임의적이다. , 유전적 암호는 기호적(symbolic)인 특성을 갖는다.

  

   둘째, 유전암호는 그것이 자기 자신의 번역기구를 암호화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이지 않다.

  

   셋째, 과학에서의 유비가 다소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전 이론에서 사용되는 정보이론에 대한 유비는 적합하다. 유전학자들은 정보이론의 유비를 사용해서 유전암호의 복호화 과정에 대한 해결책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넷째, 유전암호 없이도 유기체가 진화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정보의 개념 및 발달에 있어서의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원인 사이의 구분은 여전히 유관성(relevance)을 갖게 될 것이다.

 

4. 기호와 행운(Gratuity)”

   어떤 유도물질이 어떤 유전자를 통제하는지와 관련된 화학적 필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노는 이와 같은 분자생물학의 임의적 본성을 행운(또는 우연)”이라고 부른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유도자와 억제자는 기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형식과 의미 사이에 필연적인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무한정적으로 큰 수의 생물학적 형식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분자생물학의 기호적본성이다.

 

5. 진화의 양화

   정보이론을 이용해서 진화를 동시적으로 세 개의 차원에서 양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전의 차원에서, 선택의 차원에서, 형태학적인 차원에서.

 

6. 게놈은 발달적인 프로그램인가?

   유전적 프로그램의 변화가 단백질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유전자들은 복합적인 위계질서를 이루고 있어서, 각각의 유전자들이 서로 다른 유전자들의 활동을 조절한다.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에게 일종의 신호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눈없는유전자는 눈을 발달시켜라와 같은 신호를 전달한다. 하지만 왜 쥐의 눈없는유전자가 파리에게서도 잘 작동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해당 유전자에 관련된 공통 조상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 발달을 관여하는 유전자가 5억년 동안이나 유지되었다면, 대체 왜 그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눈없는유전자는 규제에 관한 위계질서의 최초 위치에 속한 유전자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보존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유전자가 신호를 보낸다는 개념이다. 이곳에서도 우리는 정보이론적 용어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7. 진화 이론과 생물학에서의 정보 개념

   만약 드레츠키(Dretske)의 개념을 사용한다면, 유전자가 성체 형식에 관한 정보를 전달한다고 말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생물학자들은 유전적 인과 사슬과 환경적 인과 사슬을 구분하며, 유전적 인과 사슬을 특성화하는데 있어 정보적 언어가 사용된다. 지향성이라는 속성을 가진 원인들을 기술하기 위해서 정보의 개념이 사용되는 것이다. DNA는 자연선택에 의해 프로그램된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생물학에서의 규칙들은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들에 의존한다. 생물학에서의 분자적 신호들은 기호적이다.

 

8. 결론

   생물학에서 사용되는 정보의 개념은 지향성을 함축한다. 유전자와 조절 단백질은 정보를 전달하지만, 효소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효소 구조와 관련된 정보를 수용할 수 있는 별도의 수용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스테르니(Sterelny)와 그리피스(Griffiths) 또한 유전자가 지향적 정보를 전달한다고 생각한다(데닛Dennet도 그렇게 생각한다). 게놈은 수백만년 동안의 자연선택에 의해서, 주어진 환경 속에서 유기체가 발달하고 생존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지향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2) 논평과 질문

 

   메이너드 스미스와 저스머리는 OL 1장에서 생명과 정보를 주 화두로 삼아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두 저자는 진화론의 입장에서, ‘복제변이유전이 가능한 개체들을 생명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복제’, ‘변이’, ‘유전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핵심이 되는 것이 다름 아닌 정보이다. ‘자가촉매작용은 생명체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용순환을 합당한 유전이라고 볼 수는 없는데, 왜냐하면 이 작용순환은 정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모듈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듈적인 성격을 가질 때 비로소 유전은 제한적인 유전이 아닌 무제한적 유전이 되고, 이러한 무제한적 유전을 바탕으로 해야지만 연속적 변이와 연속적 진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보란 무엇인가? 왜 분자유전학의 논의에서 정보이론적인 개념들이 등장하며, 이러한 개념들을 분자유전학에서 사용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메어너드 스미스는 자신의 논문 생물학에서의 정보 개념에서 이러한 물음들에 관해 더 세부적으로 논한다.

  

   정보이론, 더 광범위하게 말해서 사이버네틱스 이론은 세계 제 1,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생물학이 아니라 전쟁공학에서 비롯되었다. 수학자였던 위너(Wiener), 섀넌(Shannon) 등은 정보에 관한 수학적 형식이론을 발전시켰지만, 사이버네틱스의 담론은 단순히 전쟁공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기조절’, ‘자기통제의 개념을 통해 생명현상 전반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사이버네틱스 담론에 등장하는 정보’, ‘암호화’, ‘복호화’, ‘소음’, ‘수용기’, ‘발신기’, ‘되먹임등과 같은 개념들은 자연스럽게 생물학의 논의에 스며들었고, 특히 정보의 개념은 분자유전학의 논의에서 광범위하게 수용되었다. 메이너드 스미스는 생물학, 특히 분자유전학에서 정보이론의 개념이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를 보임과 동시에, 분자유전학에서의 정보이론적 개념의 사용이 단순히 질적 유사성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 유사성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메이너드 스미스가 대표적으로 드는 예가 DNA 복제다. 잘 알려진 것처럼 DNA는 인간의 유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물질이다. DNAmRNArRNA를 통해 또 다른 DNA를 복제하는 과정을 분석할 경우, 이 과정과 정보이론적 개념들 사이에 형식적 유사성(동형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메이너드 스미스는 인간의 유전이 갖는 독특한 특성들을 기호학적 측면에서 제시하려 한다. 우리는 유전의 과정에서 통제하는 유도물질과 통제되는 유전자 사이의 화학적 필연성을 찾아볼 수 없다. 인간이 갖고 있는 언어체계(상징체계)가 세계에 대해서 자의성을 갖듯이, 분자생물학에서의 정보전달 또한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우연적이다. 이를 기호학의 용어로 말하자면, 유전에서의 정보전달 또한 기호적으로(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같은 기호적성격은 무제한적 유전의 중요한 특성인 모듈적특성에 관해서도 중요한 함축을 갖는다. 기호적인 언어체계가 그 모듈성으로 인해 무제한적인 생산성을 갖는 것처럼, 유전 또한 그 모듈성으로 인해 무제한적인 생산성을 갖고 이 생산성으로 말미암아 변이와 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메이너드 스미스는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한다. 그에 따르면 유전에서의 정보는 지향성을 갖고 있다. 그가 지향성개념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 개념을 도입해야만 정보이론과의 유비가 정확한 대응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기호적인 의사소통을 함에 있어서 사람들은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기호를 생산하고, 이 기호를 암호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운송수단을 통해 기호를 전달하고, 다시 복호화한다. 이 때 해당되는 사람의 목적과 의도는 지향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렇다면, 유전과정에 있어서 그와 같은 지향성의 근원은 무엇인가? 메이너드 스미스에 의하면, 그러한 근원은 다름 아니라 수억 년에 걸친 자연선택의 결과다. 오랜 시간의 자연선택을 통해 DNA의 염기서열은 지구상에서의 생존과 관련한 지향성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위의 두 글을 읽고 들었던 생각은, 여전히 나는 정보이론과 분자유전학 사이의 정확한 관련성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사이버네틱스 이론이 인공생명의 연구와 더불어 고도로 발전된 상태라고 알고 있지만, 이 이론이 분자유전학의 연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분자유전학적 현상을 잘 설명하기 위한 이론인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겠다. 정보이론의 적용영역과 분자유전학의 적용영역이 동일하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분자유전학 탐구에 있어서의 정보이론의 영향력에 관한 좀 더 자세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정보이론과 분자유전학 사이의 정확한 관계)

  

   둘째로 들었던 의문은, 과연 유전적 정보가 지향성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지향성이 오랜 시간의 자연선택에 의해서 형성되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지향성이란 단지 생존하려고 하는생명체의 경향성을 서술하는데 쓰이는 기술적인 용어인가? 아니면 지향성이란, 기술적인 차원을 넘어서 유전적 정보가 갖고 있는 어떤 물리적인 속성에 대해서 설명하는 용어인가? (‘지향성개념에 대한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