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모노(Jacques Monod) 지음, 조현수 옮김,『우연과 필연(Le hasard et la nécessité)』(서울: 궁리, 2010)
1. 내용발췌
① 머리말
12쪽: 과학에 의해 암시되는 생각과 과학 자체를 서로 혼동하는 일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하지만 과학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결론을 극한까지 망설임 없이 끌고 가서 그 완전한 의미를 드러내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14쪽: 학자는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수호할 줄 알아야 한다.
② 이상한 존재들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16쪽: 자연은 객관적이지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공리
자동계산 프로그램이 겪는 어려움
의도가 깃든 존재들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성해내는 기계
25쪽: 생명체의 구조는 외적인 힘의 작용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의 전체 형태에서부터 가장 작은 세부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기 자신 내에서 일어나는 내적인 ‘형태발생적’ 상호작용에 의해 생긴다.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기계
26쪽: 즉 생명체란 자기 자신의 구조를 발생시키는 정보를 불변적으로 복제해내고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상한 속성들: 불변성과 합목적성
불변성의 역설
합목적성과 객관성의 원리
③ 생기론과 물활론
불변성과 합목적성 사이의 우선 관계: 근본적인 딜레마
형이상학적 생기론(베르그송)
과학적 생기론(엘자서, 폴라니)
‘물활론적 투영’과 ‘옛날의 결속’
과학주의적 진보론
변증법적 유물론에서의 물활론적 투영
비판적 ‘지식의 이론’의 필요성
변증법적 유물론의 ‘지식의 논리’ 상의 파탄
인간중심주의적인 환상
생명권: 제1원리들로부터 연역될 수 없는 독특한 사건
68쪽: 즉 생명권의 구조와 진화란 (이 보편적인 이론이 가진) 제1원리로부터 연역되어 나올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69-70쪽: 하지만 결코 어떤 특수한 개별적인 대상이나 사건들이 존재하게 되고 그것들의 성질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미리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여기서 제시하는 주장은 다음과 같다. 생명권은 미리 예측가능한 대상이나 사건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어떤 특수한 사건을 이룬다. 이 사건은 물론 제1원리들과 양립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이 원리들로부터 연역되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
④ 맥스웰의 도깨비
생명의 구조적․ 기능적 합목적성을 가능하게 하는 분자적 요인으로서의 단백질
73-75쪽: 1. 생명체란 화학적 기계다. 2. 하나의 기계와 마찬가지로, 모든 유기체는 그 가장 단순한 것에 이르기까지 모두 각자 하나의 정합적이고 전체적으로 통합된 기능적 통일체를 이루고 있다. 3. 유기체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계다. 단백질, 이와 같은 합목적적인 성능은 결국 단백질의 소위 ‘입체특이성’에서 기인한다.
특이적인 촉매로서의 효소 단백질
80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마라아제라는 효소는 이 두 개의 광학 이성질체를 절대적으로 구별해낼 줄 안다.
공유결합과 비공유결합
88쪽: 공유결합이 관련되는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는 높다. 비공유결합이 관련되는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는 제로가 아니라면 아주 낮다.
“비공유결합에 의한 ‘입체특이성을 갖는 복합체’”라는 개념
89쪽: 효소-기질 복합체는 매우 빠른 속도로 만들어질 수도 있고 해체될 수도 있어야 한다.
90쪽: 그러므로 촉매작용 자체에 앞서 일어나는 ‘입체특이성을 갖는 복합체’의 형성은 동시에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1. 다른 기질들은 배제한 채 오직 단 하나의 기질만을 배타적으로 선택한다. 이러한 선택은 이 복합체의 특이한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2. 효소 중의 유도물질 그룹에 의한 촉매작용을 정확히 받을 수 있도록, 옳은 위치에 기질이 배치된다.
맥스웰의 도깨비
92-93쪽: 실로 이 도깨비는, 그의 인지적 기능을 행사함으로써,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역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레옹 브리유엥에 의해서 제시되었다... 미시적 도깨비가 그의 인지적 기능을 수행할 때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렇게 소비되는 에너지량은, 결산해보면, 일이 일어나는 계의 엔트로피의 감소에 정확히 상응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단백질이 이처럼 ‘도깨비의 마술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분자들과 비공유적으로 결합하여 ‘입체특이성을 갖는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는 그의 능력 때문이다.
⑤ 미시적 사이버네틱스
세포 기계장치의 기능적 정합성
조절 단백질과 조절의 논리
97-99쪽: 조절 단백질들 중에서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알로스테릭 효소’라고 불리는 것들이다...알로스테릭 상호작용... 1. 피드백 저해. 2. 피드백 활성화. 3. 평행적 활성화. 4. 전구체에 의한 활성화.
알로스테릭 상호작용의 메커니즘
104쪽: 알로스테릭 상호작용은 단백질 자체의 분자적 구조가 불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덕분에 일어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106쪽: 바로 세 개의 리간드 사이에서 이뤄지는 협조적이거나 길항적인 상호작용은 완전히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리간드 자신들 사이에는 아무런 상호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전적으로 단백질과 각각의 리간드 사이에서만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효소합성의 조절
113쪽: 생물학적 조절 시스템의 논리는 헤겔의 논리가 아니라 불 대수의 논리를, 전자계산기의 논리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무근거성이라는 개념
115쪽: 무근거성이라는 근본적인 개념, 즉 어떤 화학적 신호가 수행하는 기능과 이 기능을 통제하는 화학적 신호의 본성 사이에는 화학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이 개념은 알로스테릭 효소에 적용된다... (각주) ‘무근거성(무상성)’이란 개념은 화학적으로는 순전히 자의적이면서도- 즉 아무런 필연적인 근거가 없으면서도- 생리학적으로는 결정적인 의의를 가진 이러한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116-117쪽: 결국, 제어 시스템의 무근거성이야말로 분자적 진화에 실질적으로 무한한 모색의 장을 열어준 것이며, 그리하여 사이버네틱적 상호연관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구축되도록 하여 유기체로 하여금 하나의 자율적인 기능 단위- 그의 행위들이 화학의 법칙들을 초월하거나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자율적인 기능 단위-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들 시스템에서 화학적 신호들의 전달과 해석을 가능하게 해주는 분자적 상호작용들은 서로 다른 입체특이적 식별력을 가진 단백질들 덕분에 일어나는 것이라는 가설을, 또한 이러한 입체특이적 식별력을 가진 단백질들의 활동에는 알로스테릭 상호작용들에 대한 연구에서 밝혀진 이 화학적 무근거성이라는 핵심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전체론과 환원론
⑥ 분자 개체 발생
121쪽: 이 장에서 나는 이러한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형태발생의 과정을 끝까지 분석해보면 결국 이 과정은 단백질들의 입체특이적 식별력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올리고머 단백질에 있어서 하위 단위들의 자발적 결합
복합 입자들의 자발적 구조 형성
127쪽: 실험실 상황에서 이 부품들이 마구 혼합되어 있는 경우, 이들은 자발적으로 서로 모여들어, 정상적인 것과 똑같은 입자를, 즉 자신의 DNA를 주입하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입자를 재구성하게 된다.
129쪽: 전체의 구조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그 전체를 구성하는 개별 구성요소들 속에 이미 주어져 있었지만, 다만 겉으로는 표현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구조가 후성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은 창조가 아니라 드러남이다.
미시적 형태 발생과 거시적 형태 발생
131쪽: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구축이라든가 기관의 분화와 같은 거시적인 현상들은 다기다양한 미시적 상호작용들이 집적된 결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단백질들 덕분에 일어나는 미시적 상호작용, 다시 말해 그들의 입체특이적 식별력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비공유적 복합체를 형성해내는 단백질들의 미시적 상호작용들이 집적된 결과로서 말이다.
132쪽: 하지만 이 후자의 ‘근접 상호작용’의 개념만이 물리학적으로 정확한 의미를 줄 수 있는 유일한 개념이다. 또한 이러한 근접 상호작용이 계속 연이어 무수히 반복해서 일어남으로써 밀리미터 혹은 센티미터 크기의 유기적 조직체가 만들어지는 경우를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단백질의 1차 구조와 구상 구조
133쪽: 이 장과 앞의 두 개의 장에서 피력된 생각에 따르면, 생명체가 행하는 모든 합목적적 작용과 생명체가 가진 모든 합목적적 구조는, 적어도 원칙상, 이러한 입체특이적 상호작용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이 옳은 것이라면- 그리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는 없다-, 합목적성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제 남은 것은 이와 같은 입체특이적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단백질의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진화되어왔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135쪽: 이처럼 한 가지 형태만을 취한다는 것과 또한 이 형태의 구조가 이처럼 정확하다는 것이야말로 구상 단백질이 가진 생물학적으로 핵심적인 속성, 즉 입체특이적 결합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조건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도록 하자.
구상 구조의 형성
후성적으로 ‘풍부해진다’는 거짓 역설
139쪽: 따라서 초기 조건이 단백질의 구상 구조에 최종적으로 들어 있는 정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조건은 이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가 아니라, 단지 다른 가능한 구조들이 실제로 실현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그렇게 하는 것이다.
140쪽: 유기체의 발생은 몇 개의 연속적인 단계(혹은 수준)를 거쳐서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 폴리펩티드 배열이 스스로 접혀져 입체특이적 결합력을 가진 구상 단백질을 형성한다.
2. 단백질 사이의 (혹은 단백질과 다른 구성성분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세포소기관이 형성된다.
3. 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조직과 기관이 구성된다.
4. 이 모든 단계를 통틀어 화학적 작용들 사이의 상호조정과 분화가 알로스테릭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합목적적 구조의 궁극적인 근거
메시지의 해석
144쪽: 어떤 기능을 가진 단백질 하나의 개체발생 속에는 모든 생명체 전체의 기원과 혈통이 다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생명체가 나타내고 추구하고 실현시키는 의도의 궁극적인 원천은 단백질의 1차 구조가 전하는 이 메시지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 쓰여 있고 반복해서 충실하게 베껴지지만 본질적으로는 해독 불가능한 이 메시지 속에서 말이다. 왜 해독 불가능한가? 왜냐하면 이 메시지는 그것이 자발적으로 수행하게 될, 생리학적으로 필수적인 기능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자신의 구조가 순전히 우연에 기원을 두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사실이야말로 태고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이 메시지가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가장 심원한 의미인 것이다.
⑦ 불변성과 요란
플라톤과 헤라클레이토스
147쪽: 왜냐하면 우리들의 논리 자체가 순전히 추상적이고, 또한 아마도 ‘단순한 약속에 불과할’, 동일성의 원리에 의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동일성의 원리는 그저 한갓 약속에 불과한 것이지만, 인간의 이성은 이런 약속 없이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것 같다.
148쪽: 좌우지간 과학에는 플라톤적인 요소가 존재하며, 또한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다. 과학을 망치지 않고서는 이런 요소를 과학으로부터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저마다 독특한 현상들의 무한한 다양성 속에서 과학은 오직 불변적인 것만을 추구할 뿐이다.
해부학적 불변성
화학적 불변성
150쪽: 오늘날 우리는 박테리아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그 화학적 기계장치는 그 구조나 기능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1. 구조의 동일성: 모든 생명체는 예외 없이 동일한 두 종류의 주요 고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단백질과 핵산이 그것이다.
2. 기능의 동일성
151쪽: 만약 모든 생명체들의 구성요소가 화학적으로 모두 동일하고 또한 그것들이 모두 동일한 경로에 의해 합성된다면, 생명체들이 보여주는 놀랄 만한 형태학적․ 생리학적 다양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기본적 불변 요소로서의 DNA
155쪽: DNA 분자의 전체적인 구조는 1회의 병진과 1회의 회전이라는, 2번의 대칭 조작으로 정의되는 나선 구조다.
암호의 번역
158쪽: 이로부터 아주 대단히 중요한 결론이 나온다. 즉 이 암호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보편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가진 정보는 전혀 다른 약호체계에 따라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잘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화학적으로 자의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번역의 비가역성
161쪽: 이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데카르트적이지 전혀 헤겔적이지 않다. 세포는 전적으로 하나의 기계인 것이다.
미시적 요란
조작상의 불확정성과 본질적인 불확정성
166쪽: 그런데 유전 메시지의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나도록 만들 수 있는 사건들과 이 사건들에 의해 결국 야기되는 유기체의 기능상의 결과들 사이도 마찬가지로 완전히 서로 독립적이다.
진화: 절대적 창조이지 숨겨져 있던 것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169쪽: 현대 생물학의 입장에서 볼 때, 진화는 결코 생명체의 속성이 아니다. 왜냐하면 오히려 보존의 메커니즘이야말로 생명체만이 특권적으로 유일하게 가진 독특한 본성을 이루는 것이며, 진화란 이런 보존 메커니즘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하리라. 살아 있지 않은 시스템, 바로 자기를 복제하지 않는 시스템에게는 그 구조를 점차 허물어지기 만드는 원인이 되는 요란, 즉 ‘소음’이 생명체에게는 진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⑧ 진화
우연과 필연
우연이라는 원천의 풍요로움
종의 안정성이라는 ‘역설’
진화의 비가역성과 제2법칙
항체의 기원
선택압의 방향을 정하는 요인으로서의 행동
언어와 인간의 진화
187쪽: 인간의 중추신경계의 두드러진 진화와 그를 특징짓는 특유한 능력의 진화 사이에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관관계로 인해 언어는 단순히 이와 같은 진화의 결과로 생긴 산물일 뿐만 아니라 또한 이러한 진화를 일어나게 만든 시원적 조건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즉 상징적 의사소통을 잘 하는 자들이 선택받아 살아남을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선택압이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로 인해 언어 능력의 발달이 고취되었을 것이며 또한 언어 능력을 뒷받침해주는 생체 기관, 곧 뇌의 발달도 역시 고취되었을 것이다.
초기 언어습득
191쪽: 어린아이는 어떤 규칙도 배우지 않으며, 또한 결코 어른의 언어를 모방하려들지도 않는다. 어린아이가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 것은 그저 발달 단계마다 그에게 적합한 것을 취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192쪽: 이 밖에도 여러 관찰들에 의해 언어의 자발적 습득을 위한 임계 연령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뇌의 후성적 발달 과정 자체의 일부로서 프로그램되어 있는 언어습득
193쪽: 유아의 언어습득이 이처럼 기적과 같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것은, 언어습득 자체가 뇌의 후성적 발달이 직조되는 과정 자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뇌의 후성적 발달이 수행하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언어를 받아들이는 일인 것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해보자. 인지적 기능의 발달은 출생 이후 이뤄지는 피질의 성장에 의존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언어의 습득은 이러한 피질이 후성적으로 발달하는 동안 이뤄지기 때문에, 언어와 인지적 기능이 그토록 긴밀하게 연관되는 것이다. 언어와 그것이 나타내는 인지를 내성에 의해서 서로 분리해낸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울 정도로 이 둘의 연관은 긴밀하다.
현대의 인간에게 그의 인지적 기능과 상징적 언어 사이에는 아주 긴밀한 공생관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긴밀한 공생관계는 이 둘의 장기간에 걸친 공동 진화의 소산인 것이다.
⑨ 지식의 최전선
생물학적 지식에서 현재 미개척인 영역
생명체의 기원 문제
198쪽: 최초의 유기체가 출현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틀림없이 거쳤을 것이다.
1. 생명체의 필수적인 화학 성분인 뉴클레오티드와 아미노산이 지구상에서 형성되는 단계.
2. 이들로부터 복제 능력을 가진 최초의 고분자들이 형성되는 단계.
3. 이들 ‘복제 능력을 가진 구조들’ 주위에 어떤 합목적적 장치가 구축되는 진화가 일어나고, 그리하여 원시 세포에 이르게 되는 단계.
유전암호의 기원에 관한 수수께끼
202쪽: 유전암호의 구조는 화학적 이유에 의해, 혹은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입체화학적 이유에 의해 설명된다. 유전암호의 구조는 화학적으로 보자면 자의적인 것이다.
205쪽: 현대 과학은 모든 내재성을 거부한다. 운명이란 그것이 진행되어 나가면서 쓰여지는 것이지, 결코 먼저 쓰여 있는 것이 아니다... 생명의 출현이 그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출현도 역시 유일무이한 것이라면, 그것은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인류의 출현 가능성이 거의 0이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최전선: 중추신경계
중추신경계의 기능
210-211쪽: 뇌의 원래적인 기능은... 1. 감각 입력에 맞추어 신경 지배 활동을 조절하고 통합한다.
2. 크고 작은 복잡한 행동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여러 회로들의 형태로 포함하고 있다. 또한 특정한 자극에 따라 프로그램들을 작동시킨다.
3. 감각 입력들을 분석하고 여과하고 통합하여 외부 세계를 재현해낸다. 이때 외부 세계에 대한 각 동물종의 재현방식은 종적인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르다. 즉, 각 동물종마다 자신의 종에게만 특유하게 적합한 방식으로 외부 세계를 재현해내는 것이다.
4. 각 종에 특유한 행동양식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사건들을 기록하고 저장하며, 그들을 유사한 것들끼리 묶어 집합들로 분류한다. 이 집합들을 그들 각각을 구성하는 사건들 사이의 관계에 따라- 동시적으로 일어났느냐 순차적으로 일어났느냐에 따라- 서로 연관지운다. 이미 선천적으로 타고난 프로그램들에다 이런 경험들을 더 보탬으로써 보다 풍요롭고 보다 정묘화되도록, 또한 다양화되도록 만든다.
5. 상을 만들어낸다. 즉 외부의 사건들이나 혹은 동물 자신의 행동의 프로그램을 표상하고 본뜬다.
감각인상의 분석
214-215쪽: 그러므로 기초 기하학의 관념들은 대상 자체 속에서 표상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 대상을 지각하는 감각분석기에 의해서 표상되는 것이다. 대상을 지각하는 이 감각분석기가 대상의 가장 단순한 요소들로부터 이 대상을 재구성해내는 것이다.
본유주의와 경험주의
217쪽: 관념적인 것을 좋아하는 학자와 그것을 싫어하는 학자, 학자란 단 이 두 종류뿐이라고 알렝은 말했다. 두 정신적 자세의 대립은 과학 내에서도 이루어진다. 과학적 발전을 위해서는 두 진영의 대립이 무척 중요하다. 그렇지만 과학적 발전은 관념을 경멸하는 사람들이 틀리다는 것을- 이들 역시 과학적 발전에 크게 기여하므로 이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늘 증명해왔다.
시뮬레이션의 기능
219쪽: 하지만 인간에게서는 주관적인 시뮬레이션은 전형적으로 고등한 기능, 즉 창조적 기능이 된다. 언어의 상징성에는 바로 이러한 주관적 시뮬레이션의 창조적 기능이 반영되는데, 언어는 주관적 시뮬레이션의 작용을 변환하고 요약하여 밖으로 표현한다. 이로 인해, 촘스키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언어는 그 가장 조야한 사용에 있어서도 거의 언제나 혁신적이게 되는 것이다. 언어가 이처럼 혁신적인 까닭은 그것이 주관적인 경험을, 언제나 새로운 독특한 시뮬레이션을 번역하기 때문이다.
이원론적 환상과 정신의 현존
224쪽: 바로 여기에 또 하나의 최전선이 있다. 이 최전선은 데카르트에게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아직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최전선을 뛰어넘을 수 없는 한, 이원론은 적어도 조작상의 유용한 진리로는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⑩ 왕국과 어둠의 나락
인간의 진화에서 작용하는 선택의 압력
227쪽: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혹은 그와 동류인 어느 누군가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체험뿐만 아니라 주관적(내적) 체험의 내용을, 즉 개인적 시뮬레이션의 내용을 다른 이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전혀 새로운 하나의 세계가, 즉 관념들의 세계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우리는 말했다. 새로운 진화가, 즉 문화의 진화가 그 순간부터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물리적(신체상의) 진화 역시 아직 오랫동안 계속 더 이뤄졌을 테지만, 이제부터는 언어의 진화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이뤄지게 되었다. 인간의 신체상의 진화는 언어의 진화에 깊이 영향을 받게 되었으며, 언어는 선택의 조건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228쪽: 그러므로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 발달되는 방향으로, 또한 이 능력의 작동을 외부로 표현하는 언어 능력이 발달되는 방향으로 아주 강한 선택의 압력이 가해졌음에 틀림없다. 이러한 진화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진화의 속도가 얼마나 빨랐던가는 수많은 두개골 화석이 증언하고 있다.
229쪽: 적어도 인간종의 발달과 확장이 어느 정도의 단계에 이른 순간부터, 종족 간의 혹은 인종 간의 투쟁이 진화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 틀림없다. 네안데르탈인들이 아주 갑자기 사라지게 된 것은 우리 인간의 선조인 호모사피엔스가 저지른 인종말살의 결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230쪽: 중요한 것은 수십만 년에 걸친 이러한 인간의 문화적 진화가 인간의 신체적 진화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다른 모든 동물에게서보다 인간에게서는, 그의 무한히 우월한 자율성으로 인해, 바로 그의 행동이 선택의 압력 방향을 정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의 행동이 그저 자동적으로 행해지던 것을 넘어서 문화적 성격을 띠게 된 이후부터는 문화적 특징 자체들이 게놈의 진화에 압력을 가하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의 유전적 쇠퇴의 위협
234쪽: 이 영혼의 질환도, 아주 간단한 하나의 생각으로부터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연은 객관적이라는 생각, 참된 인식(지식)은 오직 사유와 실제 경험 사이의 체계적인 대면 이외의 다른 어떤 방식으로도 얻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다.
사상들의 선택과 도태
235쪽: 유기체들처럼 사상들도 그들의 구조를 영구적으로 보존하려 하며 또한 더 많이 증식시키려 한다. 유기체들처럼 사상들도 그들의 내용을 서로 섞이게 하고 재조합하고 분리되게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사상들도 유기체들처럼 진화하며, 이러한 진화 속에서 선택과 도태가 커다란 역할을 한다.
(신화적) 설명의 필요성
237쪽: 즉 이러한 유전적 진화는 인간의 뇌를 부족집단의 법을 잘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진화되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법에다 어떤 거대한 존엄성을 갖도록 그 근거를 부여할 수 있는, 어떤 신화적 설명을 만들 필요성(요구)을 느끼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되도록 했다.
신화적 개체발생과 형이상학적 개체발생
물활론적인 ‘옛날의 결속’의 파괴와 현대인의 영혼의 질환
241쪽: 이 사상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오래된 물활론적 결속을 비판하고, 이 소중한 유대관계 대신에 고독으로 얼어붙은 우주 속에서의 근심에 찬 탐구만을 인간에게 허락한다. 어떻게 이런 사상이, 자신을 위해 가진 것이라고는 청교도적인 오만밖에는 없는 이런 사상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겠는가? 결코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그런 상황은 아직까지도 여전하다. 이 모든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상이 우리에게 육박해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것이 대단히 비범한 성능을 발휘할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44쪽: 사람들의 거부감은 실은 과학의 본질적인 메시지 자체를 향해 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신성 모독, 즉 가치에 대한 파괴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을 가진다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실로 과학은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치와 지식
246쪽: 두 개의 별개 영역이라고 인정해야 할 것인가?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한다. 가치와 지식은 행동과 담론에 있어서 언제나 필연적으로 서로 결부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참된’ 지식에 대한 규정 자체가, 결국 그 밑바닥까지 분석해보면, 윤리적 성격의 공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49-250쪽: 하지만 이러한 금지, 즉 객관적인 지식을 근거 지우는 이 ‘첫 번째 계명’은, 그 자체로서는 객관적이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 바로 이 점이 핵심이며, 지식과 가치를 그들의 뿌리에서 서로 연결하는 논리적인 결절점이다. 이러한 금지는 하나의 도덕적 규칙이며 규율이다.
객관성의 공리를 참된 지식을 위한 조건으로서 삼기로 하는 것, 이것은 하나의 윤리적 선택이지 지식의 판단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객관성의 공리에 따르면, 자의적으로 선택된 이 공리가 세워지기 이전에는 ‘참된’ 지식이란 아직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식의 윤리
251쪽: 즉 지식의 윤리는 인간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내어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한 것이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어떤 인식론적인 규범을 제시하는 책이다. 하지만 더불어 이 책은 무엇보다도, 도덕적 성찰로서 즉 정신의 자기 금욕적 훈련으로서 읽혀야 한다.
253쪽: 지식의 윤리는 하나의 초월적 가치를 규정한다. 참된 지식이 그것이다. 그리고 지식의 윤리는 인간에게 이제 초월적 가치가 된 참된 지식을 단지 이용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위해, 의식적이고 확고한 자기 결정을 통해서, 봉사할 것을 제의한다. 이처럼 인간을 뛰어넘는 초월적 가치인 참된 지식에 봉사할 것을 요구한다고 해도, 이러한 지식의 윤리는 또한 여전히 휴머니즘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지식의 윤리는 인간을 이러한 초월성을 창조하고 보존하는 자로서 존중하기 때문이다.
지식의 윤리와 사회주의 이상
255-257쪽: 그렇다면 참으로 과학적일 수 있는 사회주의적 휴머니즘을 위한 진리의 원천과 도덕적 영감을 찾을 수 있는 곳은 과학 자체의 원천에서가 아니고 어디겠는가? 즉 지식을 근거 지우는 윤리에서가 아니고 어디겠는가? 즉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서 지식을 다른 모든 가치들의 척도이며 보증자로서 삼는, 바로 최고의 가치로서 삼는 윤리에서가 아니고 어디겠는가? 그것은 우리가 도덕적 책임을 가져야 할 이유를 우리가 바로 자유롭게 이러한 공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위에다 근거 지우는 윤리이다.
옛날의 결속은 깨어졌다. 인간은 마침내 그가 우주의 광대한 무관심 속에 홀로 내버려져 있음을, 그가 이 우주 속에서 순전히 우연에 의해서 생겨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우주의 그 어디에도 그의 운명이나 의무는 쓰여 있지 않다. 왕국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 자신에게 달려 있다.
⑪ 옮긴이의 말
281쪽: 모든 질서(구조)를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몰고 가는 엔트로피 법칙(열역학 제2법칙)의 보편적인 타당성에 비추어 볼 때, 생명체의 특이성은 오히려 변화에 저항하는 능력, 즉 세대를 거치면서도 불변적으로 자기의 구조를 복제해갈 수 있는 그 둔감의 능력에 있으며, 따라서 변화(진화)의 추구와 실현이 아니라 오히려 변화에 저항하는 불변적인 자기복제(똑같은 것의 반복)야말로 생명체의 본질을 이룬다. 생명체의 변화, 즉 진화란 생명체의 본질이 실현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생명체의 본질인 이 불변적인 자기복제의 실현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우연적인 요란에 의해 방해받아 실패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2. 논평
이 책의 제목은 ‘우연과 필연’이다. 역설적이게도 과학적 탐구에 있어 ‘우연’과 ‘필연’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과학의 전제가 되는 ‘객관성의 공리’는 자연의 과정이 법칙에 의해서 지배되며 의도 혹은 의지와는 관계가 없음을 주장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생물학적 현상에 대해서 정밀한 과학적 설명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러한 ‘과학적 설명’은 해당 생물학적 현상이 ‘필연’이 아닌 ‘우연’에 의해서 수립되었음을 말해줄 수 있을 뿐이다. 모노는 ‘입체특이적’ 성격을 갖는 단백질들이 ‘비공유결합’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미시적 조절이 가능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유전물질이 전달되고 복제될 수 있었음을 현대 분자생물학의 성과를 근거로 자세히 설명한다. 하지만 늘 모노가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과정이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과학은 생명 현상의 근원을 탐구하면 탐구할수록 이 현상에서 ‘필연성’이 아닌 ‘자의성’과 ‘우연성’을 발견한다.
모노에 의하면 진화란 ‘미시적 요란’에 의해서 발생한다. 생명체의 본질은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유지하고 복제함으로써 자기 동일성을 유지하는데 있지만, 자기 재생산의 과정은 근본적으로 미시적이고 분자적인 까닭에 이러한 과정 내에서 통계역학적인 요란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이러한 요란으로 인해 진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모노는 인간에게로까지 이어지는 진화 과정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지만, 인간의 진화에 대해서 과감한 사변적 추측을 제시한다. 모노에 의하면 중추신경계의 발달과 더불어 영장류에게는 상징체계를 사용하는 능력이 ‘우연적’으로 생성되었을 것이고, 이러한 능력으로 인해 언어의 사용여부 및 언어의 구사능력이 인간의 진화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인간에 이르면 인간은 스스로의 행동으로 인해서 그 진화의 방향이 결정되는 모습을 보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 집단에 있어서는 환경의 영향보다는 그 스스로 창조한 문화의 영향이 인간이 진화하는 데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인간은 다른 생물 종들과는 달리 인간 종 내에서의 경쟁을 가장 극심하게 벌이며, 때로는 서로 다른 민족을 절멸시킨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사회집단의 법률체제를 복종하도록 길들여진 인간은 인간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해주는 인간 자신에 대한 ‘신화적 설명’을 요구했고, 이는 옛 물활론적인 성격을 띠는 신화들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의 의미를 관념적으로 서술하는 철학체계들이나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화적 설명’들은 과학과 가치를 한데 뭉뚱그리려는 까닭에 허구적이다. 인간이 과학을 탐구하면 탐구할수록 마주하는 역설은, 과학적 진실이 밝혀질수록 그 진실은 인간이 자신과 사회에 부여하던 ‘가치’와는 무관해진다는 점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과학적 지식은 가치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데, 왜냐하면 인간이 자연의 탐구를 위해 자의적이고 규약적으로 설정한 ‘객관성의 공리’ 그것 자체에 가치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노는 과학적 지식과 양립불가능하고 허구적인 원리 위에 수립된 가치체계를 믿기보다는, 과학적 지식의 참됨과 그것이 가치와는 분리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를 요구한다. 즉, 참된 지식만을 허용하는 ‘지식의 윤리’를 받아들이고, 이 윤리 위에서 사회주의적 휴머니즘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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