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블로그에 처음 쓴 글의 날짜는 2012년 10월 27일이다. 오늘이 2024년 4월 20일이니, 블로그를 시작한 후 꽉 채우지는 않았으나 대략 12년 정도의 세월이 지난 셈이다. 그 첫 번째 글에서도 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쓰고 있다. “조용히, 조용히, 무리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고, 평범하면서 만족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삶을 바라보는 나의 이와 같은 입장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한다.
하지만 사람이 마냥 변하지 않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동안 나에게도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했고, 첫째 아이가 태어났고,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둘째와 셋째가 태어났고,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한국장학재단, 국립대구과학관을 거쳐 국립목포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 전의 두 직장에서는 형법 적용에 있어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공공기관 직원이었다면, 이제는 정식 국가 공무원(교육부 소속)이 되었다. 그러므로 블로그에 쓰는 글도 좀 더 조심스러워져야 할 것이다.
사실 처음에 나의 블로그는 별로 인기가 없는 블로그였다. 그때 그저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기에, 틈틈이 내 생각을 소소하게 써서 올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을 것이라는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고, 대개 블로그 일일 방문자가 5명 미만이었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방문객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제법 되고, 또 12년 전에 비하면 내가 갖게 된 공식적인 지위와 책임 또한 높아졌다. 사실 나 스스로는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제3의 관점에서 보면 계속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글쓰기는 나에게 일종의 해방 기능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한 글쓰기란 나에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 때는 시와 소설을 써서 학교 문예지에 발표했고, 고등학교 때는 신문 동아리(부산과학고등학교의 동아리, ESRA,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약자)에서 글을 썼다. 대학교 시절에는 커뮤니티(싸이월드) 게시판에 글을 써서 올렸고, 개인 블로그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이후에는 블로그에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는 나의 생활이자 중요한 취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국립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고 해서 글쓰기를 그만둘 필요는 전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블로그 방문자 중에는 나의 글을 매우 진지하게 읽는 사람도 있지만, 그저 호기심으로 쓱 훑어보고 가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나의 글이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게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부류의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나 자신과 내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자는 것이다. 결국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내 가족이다. 이는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기에 보편적이다.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자신과 그의 가족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2년 동안 나에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듯, 앞으로도 나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12년 동안 내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듯, 앞으로도 나의 글쓰기는 이어질 것이다. 내 블로그가 일일 방문자 천 명이 넘는 대단하게 인기 많은 블로그가 될까? 그러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내가 쓰는 글들은 그렇게 인기가 많을 수 없고, 나 자신 또한 인기 있는 글을 쓰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앞으로도 솔직하게 내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쓸 작정이다. 물론 나는 공인으로서의 나의 지위와 책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를 철저하게 의식하면서도 계속 글쓰기를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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