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 이야기

과학관에서의 주말근무

강형구 2023. 11. 27. 11:29

   국립대구과학관의 선임연구원으로서 나는 2달에 한 번 정도 휴일근무를 한다. 근무의 정식 명칭은 ‘휴일관장’이다. 휴일에는 일반직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으므로 일반직 직원 중 선임급 이상이 관장을 대리해서 근무를 한다. 어제인 2023년 11월 26일에 나는 국립대구과학관의 휴일관장 업무를 수행했다.

 

   일을 하다보면 때로 내가 속한 조직을 벗어나 외부인의 관점에서 나의 조직을 볼 필요가 있다. 우리 가족에게는 세 명의 아이가 있고 어제의 경우 내가 휴일근무를 했기 때문에 아내가 아이 셋을 혼자서 봐야했다. 어차피 점심식사도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간단하게 식빵에 잼을 발라 우유와 함께 도시락을 싸오려 했다. 그런데 아내가 그냥 같이 과학관에서 함께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집은 과학관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차를 타면 10분, 도보로는 20분이 걸린다. 아내는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점심 때 시간을 맞춰 과학관에 온다고 했다.

 

   큰 아이는 8살, 초등학교 1학년이다. 마침 일요일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하는 양초 만들기 교육 프로그램이 있고 큰 아이가 만들기를 하고 싶어 했다. 나의 사무실은 본관 3층이고 교육은 본관 2층에서 이루어졌다. 3층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다가 시간에 맞춰 2층으로 내려가니 한창 아이가 교육에 참여하고 있었고 아내와 둘째, 셋째는 교실 옆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3층 사무실은 난방이 약해 제법 추웠는데, 2층으로 내려가니 참 따뜻했다. 이때부터 나는 과학관 직원이 아니라 과학관 고객의 입장에서 과학관을 볼 수 있었다. 큰 아이가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 선생님은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고 계셨다.

 

   아이의 교육이 끝나고 가족 모두 과학관 1층에 있는 구내식당에 식사를 하러갔다. 돈가스, 만둣국, 소고기볶음밥을 시켜서 다섯 식구가 나눠먹었는데 맛이 제법 좋았다. 식사 후 다시 큰 아이는 본관 2층에서 진행된 에코백 만들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나는 휴일관장으로서 과학관 전체 순찰을 돌았다. 비교적 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이 많았다. 국립대구과학관에서는 4개의 상설전시관(자연과 발견, 과학기술과 산업, 생명의 진화, 과학기술문명사)이 운영되고 있고, 현재 법인과학관 공동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상설전시와 특별전시에 관람객들이 많았고, 과학관 본관 1층에서 진행되는 ‘메타플리’ 체험 행사도 흥미로워보였다.

 

   국립대구과학관의 별관인 꿈나무과학관에는 아이들을 위한 특화된 전시관(2층)과 미래형 자동차 전시관(3층)이 있고, 관람객들을 위한 도서관 시설이 있으며, 교육 프로그램도 일부 진행된다. 별관에도 관람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뿐만 아니라 과학관 야외에도 전시품이 있고 작은 생태연못이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있다. 실로 국립대구과학관은 아침에 방문하여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모든 연령대의 시민들을 위한 휴식 및 체험 공간이다. 외부인의 시각에서 보니 과학관은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참 훌륭했다. 그리고 과학관 전체로 보면 나 한 명의 개인이 담당하는 역할은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함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자랑스러운 과학관은 직원 모두의 노력에 의해 구성 및 운영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오후 4시쯤 과학관에서 집으로 돌아갔는데, 아내의 말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에 있는 키즈카페에 가서 또다시 놀았다 한다. 실로 아이들의 체력은 무한대에 가까움을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나는 이번 주말근무를 통해 좀 더 겸손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처럼 조직에서 내가 할 일을 충실하게 다하되, 내가 속한 조직이 자랑스러운 것은 내가 아닌 많은 다른 구성원들의 노력에 의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퇴근 후 아내와 함께 우리 과학관 참 괜찮다고 얘기했다. 이러한 ‘괜찮은 과학관’은 직원 모두의 노력에 의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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