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마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2007), 『공생자 행성: 린 마굴리스가 들려주는 공생 진화의 비밀』(서울: 사이언스북스).
John Maynard Smith & Eörs Szathmáry(2000), The Origins of Life: From the Birth of Life to the Origin of Language(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Chapter 5: From heredity to simple cells.
0. 머리말
연속 세포 내 공생 이론(SET, serial endosymbiosis theory) 개념과 가이아(Gaia) 개념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이다. (11쪽)
이 책은 행성의 생명, 행성의 진화,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다룬다. (13쪽)
우리는 오랜 기간 수많은 조상들을 거쳐 진화했고, 그 계보를 끝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세균이 나온다. (16쪽)
1. 지구는 공생자들의 행성
공생(共生, symbiosis)이란 서로 다른 종이 물리적으로 접촉하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22쪽)
아이번 월린(Ivan Wallin, 1883-1969): 신종은 공생에서 유래한다. 세균과 동물의 공생을 강조, 그 과정을 “미시 공생 복합체의 확립”이나 “공생자주의(symbionticism)”라고 불렀다. (23쪽)
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공생을 전제로 한다. (23쪽)
장기적인 공생이 처음으로 핵을 지닌 복잡한 세포를 진화시켰고, 거기에서 곰팡이, 식물, 동물 같은 생물들이 나왔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23쪽)
새로운 종이 기존 종들의 공생적 융합을 통해 생긴다. (25쪽)
공생은 화석 기록의 불연속성, 즉 ‘단속 평형’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진화적 새로움을 낳는 원천이다. (26-27쪽)
단순한 라마르크주의는 환경 조건에 따라 부모에게 생긴 형질들을 자손이 물려받는다고 말하는 반면, 공생 발생은 생물이 형질이 아니라 다른 생물 전체 그리고 물론 그들의 유전자 전체를 획득한다고 말한다! (27쪽)
따로 지내던 주인공들이 상호 작용하는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개체성을 출현시킨다. (31쪽)
2. 정통 견해에 맞서다
시카고 대학교의 교훈: 사람은 언제나 진실한 말과 허튼소리를 구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40쪽)
시카고 부설 실험학교- 하이드파크 고등학교- 시카고 대학교- 위스콘신 대학교 대학원
대학원에서 제임스 크로(James Crow)의 일반 유전학 강의에 깊이 매료, 유전학으로 학문의 방향을 결정(43쪽).
핵 바깥에 있는 세포 구조물(세포 소기관)에 자리한 유전 체계 연구(45쪽)
인간의 그 어떤 성적 측면보다도 훨씬 더 심오한 세포들의 얽힘, 침투, 동화가 봄의 녹조류 대발생과 따뜻하고 습한 포유류의 몸, 지구 전체의 생물 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만들어 냈다. (48쪽)
식물과 동물의 난자 세포에서는 핵에 있지 않은 세포질 유전자들, 즉 세포질 인자들도 형질에 통제력을 발휘했다. 핵 바깥의 인자들이 산소 호흡과 잎의 색깔에 깊이 관여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50쪽)
유전자가 반드시 핵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50쪽)
미토콘드리아는 자체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50-51쪽)
엽록체도 자체 유전자를 지닌다. (51쪽)
시카고 대학의 과학은 끊임없이 철학과 과학이 융합하는 지점에 있는 심오한 의문들을 던지도록 자극했다. (53쪽)
대학생일 때에도 나는 핵에 있는 유전자들이 식물과 동물의 모든 특징들을 결정한다는 생각이 너무 단순하고, 너무 환원주의적이고, 너무 제한적이라고 느꼈다. (54쪽)
루스 세이저(Ruth Sager), 프랜시스 라이언(Francis Ryan): 세포질 유전자 연구
지노 폰테코르보(Gino Pontecorvo): 점균류에 관한 기이한 유전적 사례들
이들은 두 가지 세포 소기관, 즉 세포 내부에 있으나 핵 바깥에 있는 막으로 둘러싸인 구조물인 색소체와 미토콘드리아가 유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보여 주었다. (56쪽)
에드먼드 윌슨(Edmund B. Wilson) 『발달과 유전에서의 세포』(1928), 색소체와 미토콘드리아 두 세포 소기관과 자유 생활을 하는 미생물들의 유사성을 다른 초기문헌 검토
→ 이를 계기로 공생 문헌들에 언급된 미생물들을 연구 (56쪽)
I. E. 월린(I. E. Wallin), K. S. 메레슈코프스키(K. S. Merezhkovsky), A. S. 파민친(A. S. Famintsyn): 자체 유전되는 비핵 세포 부분이 한때 자유 생활을 하는 세균의 잔재라는 가설
세포에 이중의 유전 체계가 있다는 것이 내게는 명백해 보였다. (57쪽)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유전학과 대학원(1960년, 22세)
트레이시 소너본(Tracy Sonneborn, 1895-1970), 자닌 베송(Jannine Beisson): 획득 형질이 유전될 수 없다는 보편적인 교리에 완전히 반대되는 현상을 발견, 짚신 벌레의 섬모는 복제되고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일으킨 변화도 유전되었다. (60쪽)
일부 원생생물, 효모, 심지어 식물과 동물의 세포에서도 핵 바깥에 세균들이 살고 있었다.
갇힌 세균의 후신인 색소체에 틀림없이 세균 DNA가 일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측(62쪽)
공생하는 세균들이 진화적으로 통합됨으로써 진핵세포가 기원했다는 개념(63쪽)
논문 「체세포 분열하는 세포들의 기원」1966년에 게재 승낙, 1967년에 출판, 맥스 테일러에 의해서 SET로 불림 (63쪽)
1970년대-1980년대, 실험을 통해 식물과 동물뿐만 아니라 곰팡이와 핵이 있는 세포로 이루어진 모든 생물들의 세포가 서로 다른 종류의 세균들이 특정한 순서로 융합됨으로써 유래했다는, 한 때는 급진적으로 여겨졌던 19세기의 개념을 입증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65쪽)
성도 역사와 능력이 서로 다른 세포들이 융합하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67쪽)
3. 개체는 합병에서 태어났다
공생, 1873년 독일 생물학자 안톤 데바리(Anton deBary)가 만든 용어, 종류가 다른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 (69쪽)
장기적인 동거는 공생 발생을 낳기도 한다. 즉 새로운 몸, 새로운 기관, 새로운 종을 출현시킨다. (69쪽)
한 때 서로 완전히 독립적이었으며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던 네 조상들이 일정한 순서로 융합하여 녹조류 세포가 되었다는 것이다. 넷 다 세균이었다. 네 세균은 서로 달랐으며, 어떻게 달랐을지 지금도 추론할 수 있을 정도다. (71쪽)
연속 세포 내 공생 이론에서 연속이라는 말은 융합이 순서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가리킨다. (71쪽)
현재 나는 세포보다 더 큰 생물들과 그들의 새로운 기관과 새로운 기관계 역시 공생 발생을 통해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 개념을 확장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71쪽)
황과 열을 좋아하는 발효성 ‘고세균(또는 ‘호열산세균’)’이 유영성 세균과 융합 → 핵 세포질 형성 → 체세포 분열 → 산소 호흡하는 세균과의 합병 → 산소 호흡을 하는 삼자 복합체의 형성
→ 초록색 광합성 세균과의 합병: 녹조류의 탄생
동물과 식물의 세포를 비롯하여 진핵세포들의 세포질에 있는 여분의 유전자들은 세균 유전자에서 유래했다. 그 유전자들은 과거에 격렬하게 경쟁을 벌이다가 협정을 맺었다. (76쪽)
동물과 식물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직계 조상 역시 처음에는 독립 생활을 하는 세균이었다. (77쪽)
공생 발생, 러시아의 생물학자 콘스탄틴 메레슈코프스키(Konstantin S. Merezhkousky, 1855-1921)가 주창한 용어, 공생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관이나 생물이 형성되는 것(78쪽)
현재 세포의 바탕 물질인 핵 세포질은 고세균에서 유래했다, 단백질을 만드는 대사 과정은 대부분 호열산세균(‘테르모플라스마류’)에서 유래했다고 본다(1단계).
인간 세포를 비롯한 진핵세포들에 있는 산소 호흡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자색비황세균’ 또는 ‘프로테오박테리아’라는 세균 공생자에서 진화했다(3단계).
조류와 식물의 엽록체와 색소체는 독립 생활을 하던 광합성 시아노박테리아였다(4단계).
SET의 핵심 개념(2단계)은 섬모, 정자 꼬리, 감각모 등 진핵세포의 다양한 부속 기관들이, 고세균이 맨 처음 유영 세균과 결합함으로써 생겼다는 것이다. (80쪽)
색소체와 미토콘드리아, 세포 안에서 증식, 자신의 DNA를 간직하고 있다. (81쪽)
맥스 테일러의 ‘직접 파생 이론’,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섬모, 색소체 세 가지 세포 소기관이 공생 없이 진화했다고 보는 입장, 모두 핵에서 DNA가 ‘뜯겨 나와’ 생겼다. (82쪽)
약한 공생 이론: 색소체만 광합성 세균의 공생을 통해 진화, 미토콘드리아를 비롯한 다른 세포 소기관들은 공생이 아니라 핵에서 나온 유전자들로부터 직접 파생된 것(83쪽)
미토콘드리아와 색소체가 공생을 통해 생겼다는 이론이 마침내 받아들여진 것은 이 두 세포 소기관이 자체 DNA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였다. 그 DNA는 핵의 DNA와 별개였고, 구조나 체제가 세균을 닮았다는 것이 명백했다. (85쪽)
나는 중심립-키네토솜 세균의 통합이 진핵세포의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85쪽)
내 주장은 모든 진핵생물들(원생생물, 식물, 곰팡이, 동물)이 공생 발생을 통해 생겼다는 것이다. (86쪽)
침략 후에 휴전이 이루어졌다. 나는 스피로헤타와 고세균이 융합된 상태로 생존함으로써 최초의 진핵세포가 출현했다고 추측한다. (86쪽)
하이먼 하트먼(Hyman Hartman), 메레슈코프스키: 핵 자체가 원래 자유 생활을 하는 세균이었다.
나는 핵이 공생을 통해 생겼다는 하트먼과 메레슈코프시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87쪽)
래드니 굽타(Radney Gupta), 마굴리스: 고세균과 진정 세균의 융합을 통해 막으로 둘러싸인 최초의 진핵세포 조상이 나왔다.
진핵 세포의 기원, 지구 생명의 진화에서 중요하고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세포 외부 환경은 건조, 먹이 고갈, 중독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반면, 세포 내부는 물과 양분이 그득한 풍족한 환경이다. (88쪽)
침입한 많은 작은 스피로헤타들이 조화를 이루어 움직이기 시작하고, 통합이 상당히 이루어진 다음에, 최초의 원생생물인 핵을 지닌 유영자가 진화했다.
세포는 기억한다. 생명의 정보는 세포 구조에 내재되어 있다. 핵도 미토콘트리아도 심지어 세포막조차도 없는 잘린 정자 꼬리를 에너지원이 든 적절히 균형을 맞춘 용액에 넣으면 한 시간가량 살아 헤엄친다. (93쪽)
4. 생명의 덩굴
1920년대 컬럼비아 대학교 아이번 월린,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가 공생 세균에서 기원했다고 주장(101쪽)
모순되고 한계가 있는 생물 분류 체계를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다시 짜는 일을 해 왔다. 우리는 가능한 한 유용하고 정확하게, 진화사를 반영하는 체계를 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단으로 된 5계 분류 체계. (107쪽)
진화를 고려하지 않은 분류 체계 중 가장 완벽한 것,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olus von Linne, 1707-1778)가 제창한 것이다. (109쪽)
프랑스 해부학자 조르주 퀴비에(Georges Cuvier, 1796-1832), 린네 분류 체계를 화석에까지 확대 적용했다. (111쪽)
에른스트 헤켈은 다윈의 진화론을 가장 처음 받아들인 사람 중 하나였다. (112쪽)
허버트 코플런드(Herbert Copeland, 1902-1968), 헤켈의 체계를 더 정교하게 다듬었다. (113쪽)
로버트 휘태커(Robert Whittaker, 1924-1980), 코플런드의 4계 분류법을 더욱 더 발전시킴, 곰팡이, 식물, 동물, 호그의 원생생물(다른 계에 속하지 않는 작은 생물들인 프로티스트(protist)를 가리킴), 헤켈의 모네라(세균)로 이루어진 5계 분류 체계를 확립했다. (114쪽)
우리는 세포 형태학, 대사, 유전학, 발생학 등을 반영한 가르치기 쉬운 진화적 분류 체계를 원했다. (115쪽)
세균 공생자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도 진화적 변이의 원천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물 집단은 자연선택을 겪는다. (119쪽)
우스의 3영역 분류법(고세균, 진정세균, 진핵생물). 우스는 주로 하나의 유전자를 기준으로 삼아 모든 생물을 분류했다. 그것은 한 생물의 많은 RNA 분자들 중 하나를 만드는 유전 암호를 지닌 DNA 조각이다. (124쪽)
둘째, 적어도 한 원생생물(말라리아 원충)은 생활사의 시기별로 이 RNA 유전자의 서열을 바꾼다. (124쪽)
분류 체계는 정보 검색 시스템이어야 한다. (125쪽)
분류 체계는 선입견에 들어맞는 개념 상자들을 제공함으로써 자연의 다양한 조직화 양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분류 체계는 자연을 연구한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126쪽)
5. 세포는 생명 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모든 지구 생명체의 모체이자 아주 작은 단위인 세균 세포는 어떻게 등장했을까? (127쪽)
그 시원 세포의 기원을 설명해 줄 만한 단서가 있을까? 최초의 세균 세포는 어디서 왔을까?
최초의 생명체인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세균이 어떤 특성을 지녔을지 추론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모든 생물들을 비교하여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고생물학이다. 세 번째 방법은 세포를 다시 만드는 것이다.
해럴드 모로위츠(Harold J. Morowitz), 적절한 에너지원이 들어 있는 기름막 속에서 전생명체(prelife)가 점점 화학적으로 복잡한 양상을 띠어 갔다고 주장한다. (132쪽)
그런 진화 끝에 인산과 인산이 결합된 뉴클레오사이드를 지닌 방울들은 다소 정확하게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했다.
수정란 하나가 열 달 뒤에 비록 작고 힘없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인간이 될 수 있다면, 세균 하나가 30억 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면서 현재의 온갖 생명체들을 만들어 냈다는 것도 그리 상상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134쪽)
유전자 서열과 대사 과정을 자세히 연구하면 할수록, 우리는 생명이 기원한 이래로 모든 생물은 동포인 다른 생물들과 언제나 비슷했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135쪽)
가장 작은 최초의 세균도 이미 복잡성을 갖추고 있었다. (135쪽)
프랜시스 크릭, 생명이 지구 밖 우주에서 왔다는 지향 범종설(directed panspermia, pangenesis)
우리는 스탠리 밀러가 찾아낸 것과 같은 유기 화합물들이 우주나 초기 지구에서 더 단순한 전구체들로부터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고 본다. (140쪽)
더 최근의 실험들은 초기 지구의 환경을 모사한 실험 장치에서 생명의 전구체들이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141쪽)
게다가 생명이 세포와 비슷한 지질 방울에서 시작되어 진화되었다고 가정하면, 놀라운 자체 유지 능력을 지닌 계가 출현할 확률은 더 높아진다. 또 일단 출현하고 나면 복잡성을 향한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 (142쪽)
자가 촉매적 계는 최종 산물이 반응 원료가 되는 식으로 반응들이 고리 형태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143쪽)
흩어지기 구조는 유용한 에너지를 동화하고 쓸모 없는 에너지를 열의 형태로 흩어 버림으로써 자체 기능을 유지하는 계를 말한다. (144쪽)
생명은 본질적으로 기억 저장 시스템이다. 거의 모든 생물의 세포에는 액체가 든 막으로 둘러싸인 주머니들이 들어 있다. 비슷한 공간인 리포솜이라는 화학적 주머니도 자연적으로 생긴다. 리포솜 같은 액포는 이른바 생명의 기원 실험에서 저절로 형성된다. (146쪽)
막 구조는 생명의 필수 조건이다. 오늘날 막으로 둘러싸이고 정체성과 통합성을 지닌 존재는 세포다. (147쪽)
세포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일을 한다. 첫째, 세포는 유전자를 복제한다. 액체로 채워진 핵막 속의 DNA, RNA, 단백질은 함께 세포라는 자체 유지 구조를 만든다. (148쪽)
만프레드 아이겐(Manfred Eigen)은 RNA 분자들이 시험관에서 스스로 복제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49쪽)
특정한 RNA 분자들이 스스로 복제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처럼 행동한다. ‘리보자임’. RNA 분자는 시험관에서 진화한다. 그것은 생화학적 진화가 생명보다 먼저 일어났을지 모른다는 것을 시사한다. (151쪽)
세포는 구성 요소들을 교체한다. 환경으로부터 계속 양분과 에너지를 얻어 스스로를 유지한다. 나는 모로위츠의 말에 동의한다. 즉 최초의 생명체가 지금 살아 있는 것들처럼, 막으로 둘러싸인 자체 유지되는 세포였다는 것 말이다. (152쪽)
우리는 생명 이전의 화학이 세포에 기반을 둔 생물로 전환되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세포 소기관들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4쪽)
성장하고 분열하는 세포들로 이루어진 생물은 말 그대로 화학 자체였던 과거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155쪽)
6. 섹스의 진화
성의 핵심은 짝지은 세포 내에서 유전자들을 재조합하는 강력한 성적 인력이다. (157쪽)
세균의 성은 언제나 일방적이다. 유전자, 오직 유전자만이 어딘가에서 와서 받는 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158쪽)
식물과 동물의 생활사가 시작될 때, 정자의 핵은 난자의 핵과 영구히 융합된다. 이 융합(fusion)은 주기성을 띤 공생 융합처럼 보인다. (160쪽)
도리건 세이건과 나는 『성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감수 분열 성이, 세균의 성이 생긴 지 오랜 세월 흐른 뒤에 특정한 원생생물들에서 실패한 동족 살해의 형태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161쪽)
부모가 서로 아주 가까운 친척일 때, 성과 공생은 사실상 거의 구분이 안 된다. 공생자의 부모가 서로 먼 관계에 있을 때, 융합의 산물은 양쪽 부모와 크게 다르다. (161쪽)
원생생물 조상들이 식물과 동물의 몸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희생과 상실이 필요했다. 다세포성과 복잡성은 몸의 노화와 죽음을 예고했다. 죽음, 말 그대로 몸 형체의 붕괴는 감수 분열 성을 위해 치러야 하는 냉엄한 대가였다. (162쪽)
동물, 식물, 심지어 곰팡이도 진화 경기에 계속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을 지녀야 한다. 이 생물들의 신체 구조는 융합을 통해, 즉 성행위를 통해 생긴다. 죽음은 다양한 조직과 복잡한 생명의 역사를 펼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다. (163쪽)
자연은 조직으로 분화한 몸을 지닌 ‘개체들’을 선호했다. (167쪽)
우리가 현재 식물, 동물, 곰팡이라고 말하는 개체들은 고도로 통합된 원생생물 클론들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그것들은 자연적으로 선택됨으로써, 몸집이 더 큰 새로운 존재가 되었다. (168쪽)
단세포가 분열했을 때 자손들이 서로 떨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173쪽)
세포들은 서로 협력하다가 군체가 되고 군체는 더 높은 수준의 조직화가 이루어진 개체가 된다. (175쪽)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과 다르고 훨씬 더 우월하다는 강력한 느낌은 크나큰 망상에 불과하다. (176쪽)
나는 이 망상이 ‘종 인지(species recognition)’의 필요성 때문에 생긴 것으로 추측한다.
레뮤얼 로스코 클리브랜드, 수정이 필사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우연한 사고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수 분열 성은 동족 섭식의 여파로 생긴 생존 전략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177쪽)
동족 섭식이 휴전 상태로 끝난 사례도 발견했다. 클리브랜드의 분석에 따르면, 동족 섭식을 통해 획득한 여분의 염색체를 제거하는 것이 감수 분열로 향한 첫걸음이었다. (182쪽)
궁핍은 융합과 배수체 상태가 되어 살아남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환경이 다시 좋아지면, 예전의 날씬하고 민첩한 반수체 세포 조직이 자연적으로 선택되었다. (183쪽)
공생과 마찬가지로 성도 융합의 문제다. 성은 주기성을 띤 공생의 아주 특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183쪽)
7. 초바다의 해변에서
지구에서처럼 우주에서도 탄소, 산소, 수소, 질소, 황, 인 같은 생명의 구성 원소들은 재순환되어야 한다. 인간이 먼 우주 공간을 항해하려면, 폐기물을 식량으로 재순환할 인간 이외의 다양한 생물들로 이루어진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186쪽)
나는 생태계가 생물들이 에너지와 물질을 계 사이에서보다 계 안에서 더 빠른 속도로 재순환시키는 지표면의 한 공간이라는 보트킨의 주장에 동의한다. (187쪽)
곰팡이와 식물은 마른 땅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생산적인 공생 관계를 형성했던 것이다. (191쪽)
마크 맥머너민과 고생물학자인 아내 다이애나 맥머너민은 ‘초바다’라는 쉬운 개념을 통해 공생 발생적 상호 연결이 빚어낸 심오한 결과에 주의를 환기시킨다. 초바다, 균근 곰팡이에 의존하는 식물의 뿌리 체계를 가리킨다. (193쪽)
러시아 광물학자 블라디미르 베르나드스키(Vladmir Vernadsky, 1863-1945), 생물은 “살아 있는 바다(animated water)”, 식물은 습한 환경을 재창조하고 그것을 몸속에 봉인함으로써 육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195쪽)
공생 발생은 바다로부터 메마른 땅으로, 이어서 하늘로 생명의 조수를 끌어당긴 달이었다. 육지에 있는 물의 망, 식물과 연결된 곰팡이들이라는 살아 있는 물이 바로 맥머너민 부부가 말한 초바다다. (196쪽)
8. 가이아
고유 수용기들은 타인이나 환경 같은 바깥 정보가 아니라 몸 내부의 정보를 담당하는 감각계다. 고유 감각, 즉 자기 자신을 감지하는 능력은 아마 자기 자신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되었을 것이다. 나는 인류가, 가이아가 최근에 얻은 고유 수용기 능력을 증대시키고 계속 촉진한다고 생각한다. (200쪽)
우리가 지구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우리를 돌보는 것이다. (202쪽)
메탄 문제, 산소와 아주 강하게 반응하는 이 기체가 왜 언제나 지구 대기에 측정할 수 있을 만큼 다량 존재하는 것일까? 러브록의 의문. (206쪽)
생물이 대기 메탄 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틀림없다. 지구라는 계도 기온과 대기 조성을 안정한 상태로 유지한다. 기온이 음의 되먹임을 통해 일정한 수준으로 조절된다. (208쪽)
가이아 계는 자신의 먹이과 남의 폐기물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지구 규모에서 물질들을 재순환시킨다. 하나의 계인 가이아는 그 몸을 이루는 1000만 종이 넘는 서로 연결된 끊임없이 활동하는 생물들로부터 출현한다. 이 행성 생명은 허약하지도 심하게 변덕스럽지도 않고, 복원 능력이 아주 강하다. 가이아는 생물들, 그들이 사는 둥근 행성, 에너지원인 태양의 상호 작용에서 나온 창발적 특성이다. (210쪽)
가이아는 끊임없이 새 환경과 새 생물을 만들어 내는, 조절이 이루어지는 행성 표면을 가리킨다. (212쪽)
생명, 특히 세균은 회복 능력이 강하다. 생명은 출현할 때부터 재난과 파괴를 질리도록 겪었다. 가이아는 생태적 위기를 자신의 구성 요소로 삼아 탁월하게 대처하면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아른 말을 실천한다.
미생물 중개자들이 없다면, 어떤 소도 풀을 먹거나 되새김질을 하지 못한다. 대기가 불안정한 기체 체계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끊임없는 미생물들의 활동 때문이다. (216쪽)
가이아 가설은 과학이다. 가이아 이론은, 행성의 표면이 제한된 특정한 방식으로 생리학적 계처럼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217쪽)
행성의 표면은 단지 물리학적, 지질학적, 화학적, 지구과학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지구 생리학적인 것이다. 즉 그것은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는 지구의 생명 집합으로 이루어진 살아 있는 몸의 속성들을 보여 준다. (218쪽)
실제 지표면의 특성은 물리학과 화학만을 토대로 한 예측과 크게 어긋난다. 생물학을 뺀 과학만으로는 지표면 환경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기체를 생산하고 기온을 변화시키는 살아 있는 생물들의 다면적 역할들을 고려해야만 비로소 그 불일치는 사라진다. 따라서 가이아 이론은 유용한 과학이다. (220쪽)
러블록은 가이아가 행성 환경을 조절하는 데 의식은 전혀 필요 없다고 대답한다. (222쪽)
러블록은 동료이자 옛 박사 과정 학생인 앤디 왓슨(Andy Watson)과 함께 ‘데이지 세계’라는 컴퓨터 모형을 개발했다. (223쪽)
초식 동물들도 위기의 상황이 닥치면 지독한 포식자이자 동족 섭식자가 된다. 소들이 토끼를 사냥하거나 자기 새끼를 잡아먹고, 많은 포유류가 한 배에서 나온 몸집 작은 형재자매의 고기를 놓고 각축을 벌일 것이다. 과잉 성장한 집단은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는 과잉 성장한 집단을 쇠약하게 한다. 이것은 가이아 조절 주기의 한 예다. (226쪽)
인간이 사라지고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불협화음과 화음을 적절히 섞어 가면서 계속 노래 부를 것이다. (227쪽)
서트머리와 메이너드 스미스는 『생명의 기원들』 4장에서 유전 암호가 어떤 기원을 갖는지를 논했다. 이 책 5장에서 저자들은 복제하는 단순한 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협력하여 세포를 이루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일단 복제하는 분자들이 형성되고 나면, 복제하는 분자들로 구성된 하나의 계가 생긴다. 만약 복제자들의 구성 성분이 모두 같을 경우, 복제자들은 제한된 먹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 경쟁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복제자들끼리 ‘협동’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고, 때로는 하나의 복제자가 다른 복제자에게 전혀 이득을 주지 않으며 ‘기생’하는 경우도 일어날 것이며, 심한 경우에는 하나의 복제자가 다른 복제자를 파괴시켜 파괴된 복제자의 부분을 섭취하는 ‘살육’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복제자들의 계는 이른바 ‘생태계’와 매우 유사하다.
복제자들의 계 속에서 협동적인 상호작용이 우연적으로 발생할 경우가 있다. 그 중에서도 매우 단순한 협동적 상호작용을 페터 슈스터(Peter Schuster)와 만프레드 아이겐(Manfred Eigen)은 ‘초순환(Hypercycle)’이라 불렀다. ‘초순환’은 네 개의 복제자들로 구성되는 순환인데, 이 순환은 전 단계의 복제자 밀도가 증가하면 이후 단계의 복제자 밀도 또한 증가하는 닫힌 순환이다. 초순환을 이루는 복제자들이 같은 구성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 순환에서는 상호간 경쟁 대신 협동이 일어나는 까닭에 생태학적 안정성을 보인다. 우리는 실제 세계에서 이와 같은 ‘초순환’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류, 물벼룩류, 가시고기는 ‘초순환’을 이룬다.
‘초순환’ 내에서는 두 종류의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각각의 복제자가 자신의 복제율을 더 높이는 방식으로 변이를 일으킬 수 있고, 자신의 이후 단계 복제자를 더 잘 증식시키는 방식으로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다. 자연선택은 전자를 택하겠지만, 이 두 종류의 돌연변이가 모두 자연선택에 의해 선호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복제자들이 하나의 세포 안에 포함될 때 가능해진다. ‘통계적 수정자(stochastic corrector) 모형’에 따르면, 세포 안에 복제 속도가 서로 다른 두 복제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두 복제자가 함께 딸세포에 남겨지는 것이 세포의 입장에서는 더 효율적이므로(공동작용의 효과에 의해), 두 복제자는 협동의 관계를 이루며 공존한다.
하지만 ‘통계적 수정자 모형’은 복제자의 수가 적을 때에만 타당하다는 난점을 가진다. 이 난점은 복제자의 집단적 결합체인 ‘염색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유전자들이 염색체를 통해 서로 묶이면, 유전자들이 한꺼번에 복제될 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복제물이 딸세포에 전달되기도 쉬워진다. 이질적인 복제자들이 하나로 묶였을 경우 두 복제자들의 협력을 통해 세포의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지며 복제자의 전달 여부도 확실해진다는 이점이 있는 까닭에, 한 번 복제자들의 결합이 일어난 이후 추가적인 복제자 결합이 일어났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우리가 또 따져봐야 하는 것은 세포막의 형성이다. 지방산 분자들은 물과 섞이면 자발적으로 이중층을 형성하고, 이후 구형의 소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때의 지방산 분자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저자들은 이 분자들이 ‘원시 피자의 전위를 띤 표면’에서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세포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자신의 내부로 물질을 유입하고 방출해야 한다. 최초의 세포막은 어떻게 물질을 선택적으로 흡수하고 방출했을까? 이에 대한 저자들의 답은 다음과 같다. 전-세포(semicell)는 광물의 표면에 수포 형태로 형성되었고, 광물 표면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았을 것이다. 물질들을 유입․ 방출하는 투과성을 발달시킨 전-세포는 이후 세포가 되었고, 내부 물질의 양이 증가하고 표면적이 커짐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분리되었을 것이다.
[논평] 복제자들이 서로 협동하는 것과 복제자들이 결합하는 것에 대해서 저자들은 매우 일반적인 수준에서 논의하고 있다. 만약 저자들이 세포 형성의 초기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복제자들이 어떤 협동을 이루었는지, 그러한 협동이 어떻게 가능했고 어떤 이점이 있었는지를 당시의 물리․ 화학적 배경을 근거로 논의했으면 더 설득력 있는 논의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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