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Maynard Smith & Eörs Szathmáry(2000), The Origins of Life: From the Birth of Life to the Origin of Language(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Chapter 6: The origin of eukaryotic cells.
닉 레인 지음, 김정은 옮김(2008), 『미토콘드리아: 박테리아에서 인간으로, 진화의 숨은 지배자』(서울: 뿌리와이파리)
메이너드 스미스와 서트머리는 『생명의 기원들』 6장에서 진핵세포의 기원에 대해 논하고 있다. 앞선 5장에서는 서로 다른 복제자들이 세포 안으로 통합되는 과정과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최초의 세포가 형성된 이후 세포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오늘날 생명체들은 크게 원핵생물과 진핵생물로 나눌 수 있는데, 어떻게 원핵세포에서 진핵세포로의 진화가 일어났던 것일까?
원핵세포에는 단단한 세포벽이 있는 반면, 진핵세포에는 세포벽이 없고 세포내 골격구조가 있다. 또한 진핵세포에는 원핵세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세포 내 기관들이 있다. 어떤 이유로 초기의 진핵세포는 세포벽을 잃어버렸을까? 이 물음에 대해 저자들은, 초기 세균들 사이의 경쟁 관계 속에서 한 종류의 세균이 다른 종류의 세균의 세포벽을 허무는 항생물질을 발달시켰으리라고 추측한다. 그 결과 초기 세균들 중 한 종류의 세균들은 단단한 세포막을, 다른 종류의 세균들은 분자 내부의 골격구조를 발전시켰다.
세포 내 골격은 ‘액틴 필라멘트(actin filament)’와 ‘미세소관(microtubule)’이라는 두 단백질들로 구성되어 있다. 액틴 필라멘트는 당기는 힘에 저항하고 미세소관은 압력에 저항함으로써 세포의 형태를 보존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세포 내 골격이 탄성력을 가진 단백질들로 구성되어 있는 까닭에, 세포 내 골격을 통해 진핵세포는 세포 내에서의 ‘화학적 반응성’을 ‘역학적인 움직임’으로 변환시킨다. 이러한 역학적 움직임은 진핵세포로 하여금 ‘식세포작용(phagocytosis)’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진핵세포 내에는 여러 종류의 막들이 존재한다. 원핵세포와는 달리 진핵세포의 세포막에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좀이 붙어 있지 않다. 핵의 겉막과 연결되어 있는 ‘세포질 내 망상조직(ER)’으로부터 리보좀이 붙어 있는 소포가 형성되고, 이렇게 형성된 소포는 세포막과 결합함으로써 세포막을 유지하고 확장한다. 핵은 겉막과 속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겉막에서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한편 속막에서는 유전정보를 복제하고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이와 같은 핵의 노동 분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핵막에는 구멍이 생겼고, 이 구멍을 통해 핵 내부로부터 단백질 생산에 관한 정보를 담은 mRNA들이 방출되었으며 핵 외부로부터 유전자 복제에 필요한 효소들이 유입되었다. 이 때 핵의 겉막에서 생성된 단백질들은 세포 내에서 어떻게 자신들에게 적합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생성된 단백질들은 ‘신호’ 역할을 하는 특정한 펩티드 계열들을 갖고 있고, 이 펩티드 계열은 표적이 되는 기관들에 대해 ‘친화성’을 갖고 있어서 이에 따라 해당 표적 기관들로 이동한다.
원핵생물과는 달리 진핵생물들은 ‘유사분열(mitosis)’을 한다. 원핵세포에서의 염색체 분리는 복제의 시점과 종점을 세포벽에 붙이는 것에 크게 의존한다. 세포벽이 없어지면서 진핵세포는 염색체를 분리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유사분열’이다. 유사분열에서는 염색체들이 세포 내 골격의 일부인 ‘미세소관’들을 따라서 움직인다. ‘유사분열’은 세포벽 위에서의 시점과 종점에 의존하지 않는 까닭에,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염색체가 가질 수 있는 DNA 양의 제한이 사라지게 되어 이는 생명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요소로 기능했다.
진핵세포 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공생 발생’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다. 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자유 가용 에너지인 ATP 분자들을 생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엽록체’는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유기화합물을 생성하는 ‘광합성’을 담당한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조상 세균들은 두 기능을 모두 담당할 수 있었을 것이나, 각각 상대적으로 더 뛰어난 ‘ATP 생성 능력’과 ‘광합성’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두 세균들 모두가 하나의 세포에 포함되었을 것이라고 저자들은 추측한다. 이러한 종류의 추측은 5장에서의 논의와도 부합한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진핵세포에 포함된 뒤 두 소기관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대부분의 유전자들을 핵에게 넘겨주었지만, 자신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부 유전자들은 그대로 갖게 되었다. 그 결과,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각각 독립적으로 제한된 유전의 일종인 ‘세포막 유전’을 하게 된다.
이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메이너드 스미스와 서트머리는 최근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진핵세포’의 출현에 대한 수정된 그림을 제시한다. 모든 종류의 진핵세포들이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거나 한 때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원시 진핵세포가 미토콘드리아를 포섭하면서 진핵세포가 만들어졌다’는 이전까지의 가설에 수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새로운 가설에 의하면 산소 없이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세균(Eubacterium)과,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메탄을 생산하는 세균(Archaebacterium)이 대등하게 ‘공동 효과’를 발휘하다가, 점차적으로 하나의 세균이 다른 세균에 포섭되었다.
닉 레인의 책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세포의 형성에 있어서 ‘미토콘드리아’가 담당했던 중요한 역할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다세포 생물의 형성 및 성의 분화와 개별 세포들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미토콘드리아’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1부에서 레인은 세포가 산소 없이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제인 이른바 ‘수소 가설’을 제시함으로써, 서로 이질적인 특성을 갖는 두 원시세균이 어떻게 공생을 통해서 진핵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를 보인다. 2부에서 레인은 미토콘드리아의 생체막을 통한 양성자의 수송이 생명 에너지의 기본 단위인 ATP를 생성함을 보이고, 3부에서 그는 진핵세포 내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 생산을 전담함으로써 세균과는 차별화되는 복잡한 생물들이 등장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4부에서 레인은 3부에서의 논의를 이어 생물학에서 적용되는 ‘거듭제곱의 법칙’이 다세포 생물이 보이는 복잡성의 원인이 아닌 일종의 귀결임을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진핵생물인 다세포 생물은 원핵생물과는 달리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 수를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세포 수를 늘리고 복잡해질 수 있었다.
5부에서 저자는 다세포 생물에서 볼 수 있는 성분 세포들의 자발적 죽음인 ‘아포토시스’를 발생시키고 조절하는데 있어서도 미토콘드리아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함을 보인다. 6부에서 저자는 ‘미토콘드리아와 핵 유전자 사이의 조화’를 보장하기 위해서 두 개의 성이 필요했다고 제안한다. 7부에서 저자는 노화와 관련되는 자유라디칼의 누출과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임으로써, 미토콘드리아가 우리의 노화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함을 밝힌다. 레인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생물의 출현’, ‘복잡한 생명의 출현’, ‘성과 노화와 죽음의 통제’ 등 생명 현상의 전반을 관장하는 ‘진화의 숨은 지배자’이다.
[논평 및 질문] 메이너드 스미스와 저스머리의 논의,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레인의 논의를 읽고 난 뒤에도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이외의 다른 세포 소기관들의 연원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진핵세포는 원핵세포와는 달리 ‘유사분열’을 하는데, 이 때 사용되는 ‘미세소관’들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마굴리스의 용어를 빌자면, ‘중심립-키네토솜’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유사분열’과 관련된 ‘미세소관’은 핵이 ‘노동 분업’을 하게 되면서부터 자연선택에 의해서 진화한 것일까, 아니면 마굴리스의 추측처럼 ‘스피로헤타’라는 다른 유영세균과의 결합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하게 된 것일까?
진핵세포가 먼저 등장하고 그 다음에 ‘유사분열’이 일어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유사분열’이 가능해지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원핵세포와는 차별화되는 ‘진핵세포’가 등장하게 된 것인지는 여전히 내게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염색체 분리 방식의 차이’가 두 종류의 세포를 구분하는데 중요한 기준을 제공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세포벽에 의존하지 않는 염색체 분리 기제를 만들어 낸 주요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핵의 노동 분업으로부터 비롯되었는가 아니면 또 다른 공생적 발생으로부터 비롯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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