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헴펠, [스크리븐의 비판에 대한 답변] 요약 정리

강형구 2016. 6. 14. 07:00

 

2. 3. 2. 설명 근거의 역할-정당화(role-justifying)로서의 법칙 개념

 

   우리는 “왜 그렇고 그런 사건이 일어났지?”와 같은 물음에 대해, “왜냐하면...”으로 시작해서 단지 개별적인 사실들만 언급하고 끝나는 답변들을 일상적인 과학 문헌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크리븐(Scriven)에 따르면, “법칙으로부터의 연역을 거치지 않더라도 특정한 증거가 제시되는 경우에는 충분한 설명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설명에 대한 분석적(analytic) 연구는 과학적 설명이 단지 개별적인 사실을 제시하는(register) 것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분석적 연구는 설명적 진술을 통해 무엇이 주장되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지지되는지를 규명(clarify)해야만 한다.

 

   스크리븐이 제시한 사례들 또한 적합한 포섭 규칙(covering law)을 전제하는 사전 조건들의 용어들을 통해 재구성될 수 있다. ‘p 때문에 q가 일어났다’고 간단히 표현된 경우에, 비록 명시적으로 구체화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p를 구성하고 있는 진술들과 (아마도 암묵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다른 진술들) 결합하여 q를 논리적으로 도출해내는 법칙들을 찾을 수 있다. 설명에서의 원인 진술문이 대응되는(corresponding) 규칙들을 지시하게끔 (최소한 암시하게끔) 재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이런 단순한 형식을 띤 설명의 경우에도 법칙적 관계가 암시적으로 포함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2. 4. 잠재적 예측력(potentially predictive)을 가진 것으로서의 설명

 

   헴펠은 과학적 설명이 예측과 동일한 논리적 구조를 갖고 있으며, 단지 특정한 화용적 측면에서만 차이가 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설명과 예측의 구조적 동일성(혹은 대칭성) 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두 개의 세부 논제들로 구분된다. 첫째, 모든 적절한(adequate) 설명은 잠재적인 예측이다. 둘째, 모든 적절한 예측은 잠재적인 설명이다. 첫 번째 세부 논제는 건전하지만 두 번째 세부 논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스크리븐 등은 잠재적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충분히 적합한 설명의 예(매독성 마비, 다윈의 진화론, 다리 붕괴에 대한 설명)를 든다. 첫 번째 예의 경우에 우리는 매독으로부터 매독성 마비가 걸릴 확률에 덧붙여 해당 사람의 특성()을 사전 조건으로 추가적으로 제시하여 피설명항의 도출 확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예의 경우에는 진화에 대한 '이야기(story)'와 돌연변이 기제 및 자연 선택의 바탕이 되는 '이론(theory)'을 구분해야 하며, 후자인 이론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세 번째 예의 경우는 약간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경우 우리는 우리가 설명하고자 하는 현상이 일어난 이후에야 비로소 이에 대한 설명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명항은 그 초기부터 피설명항을 하나의 증거로서 갖게 되며, 이런 설명을 자기-확신적(self-convincing) 설명이라고 부르자. 참인 피설명항을 갖는 모든 D-N 설명은 어느 정도 자기-확신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할 수 있으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피설명항이 유일한 증거를 제공하는 경우(특정 항성의 흡수 스펙트럼선을 설명할 경우)이다. 이 때 우리는 ‘E와는 독립적으로 설명항을 구성해야 하며, 해당 설명항이 설명적 논증으로서 기능할 경우 E를 참이라고 전제하지 않아야만 한다’라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셰플러와 스크리븐은 제한된 사례들을 토대로 예측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설명이라고 할 수는 없는 몇 가지 예를 들면서 설명과 예측의 대칭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예측은 일종의 확률적 성격을 가진 주장이며, 일반적 경험 법칙에는 의존하지 않고서도 확률적 추론의 논리적 확률을 결정하는 방법이 수학에서 개발된 상태다. 물론 이러한 논리적 확률은 전체 집단에서의 선택이 무작위적인(random)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렇게 될 경우 셰플러와 스크리븐의 사례들 또한 통계-확률적(statistic-probabilistic) 형식을 띤 보편 법칙을 포함한 설명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