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카트라이트, [법칙은 많은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요약 정리

강형구 2016. 6. 17. 06:35

 

낸시 카트라이트, 법칙(truth)은 많은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 논문에서의 카트라이트의 핵심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 첫째, 법칙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전까지의 설명 이론들(헴펠HempelD-N 모형, 새먼SalmonS-R 모형)과는 달리 과학에서의 보편 법칙은 실제의 과학적 설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둘째, 우리가 실제적 현상을 설명할 경우 과학의 서로 다른 세부 영역에서의 다양한 제한 법칙들(‘다른 조건들이 같다면ceteris paribus’을 가정하는 법칙들)을 사용하며, 따라서 이 때 설명을 설명이게끔 하는 것은 보편 법칙이 아니라 해당 현상을 어떤 제한 법칙들을 통해 설명할 지를 결정하는 설명하는 사람의 선택(decision)’이다.

 

   카트라이트가 자신의 첫 번째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예가 굴절에 관한 스넬(Snell)의 법칙이다. 빛에 관한 전자기학 이론이 발전하면서 스넬의 법칙은 매질이 등방적인(isotropic) 경우에만 성립하는 제한적인(근사적인) 법칙임이 밝혀졌다. 이전까지의 설명 이론들에서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포괄 법칙(covering laws)이 설명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지만, 스넬의 법칙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 법칙이 이후 과학 이론의 발전에 의해서 제한적인 법칙이 될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

 

   물론 우리는 매질이 비등방적인 경우에도 등방적인 경우와 유사한 법칙을 적용하려고 판단(decide)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보편 법칙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과정의 연속성에 대한 우리들의 형이상학적 견해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 카트라이트 견해의 중요한 지점이다. 그녀에 의하면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 법칙들은 우리가 해당 현상에 대해 어떤 종류의 설명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지 못하며, 설명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판단이며 이는 우리의 설명적 전략(explanatory strategy)’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트라이트의 두 번째 주장을 밑받침하는 근거는 실제에서의 여러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세분화된 과학 영역에서의 다양한 제한 법칙들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흐름 과정(flow process)에 대한 여러 종류의 제한 법칙들이 있는데(분산일 경우 픽Fick의 법칙, 열전달일 경우 푸리에Fourier의 열전달 법칙, 전류일 경우 옴Ohm의 법칙 등), 실제의 흐름 현상에서는 하나의 이유가 아닌 여러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해서 발생하며, 현재 우리에게는 위에서 제시된 다양한 영역에서의 제한 법칙들을 결합시킬 수 있는 일반화된 이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실제에 있어 그 상황에 적합한 제한 법칙들을 근거로설명 활동을 한다. 따라서 설명을 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법칙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선행한다.

 

   결론적으로 카트라이트는 자연을 기술하는 것(법칙)’자연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설명의 근거)’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과학적 설명에서 법칙 이외의 다른 요소들을 중요한 것으로 개입시켜야 할 필요성을 불러일으키는데, 저자는 이 짧은 논문에서 그 요소들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않고 있으며 이것이 이 논문의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보편 법칙이 제한 법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실제의 현상이 복잡하더라도 그 현상의 본질적인 측면이 보편 법칙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보편 법칙과 제한 법칙을 구분하고 제한 법칙들 사이의 환원 불가능성을 전제하는 카트라이트의 주장은 좀 더 상세한 이론적 뒷받침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