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프리드만, [설명과 과학적 이해] 요약 정리

강형구 2016. 6. 19. 08:21

 

   이 논문에서 프리드만은 우리가 과학적 설명으로부터 어떻게 세계에 대한 이해를 얻는지를 주목하고, 과학적 이해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 특성들을 추려내어 설명에 대한 철학적 이론을 수립하려 한다. 그에 의하면 이전까지 등장한 과학적 설명에 대한 철학적 이론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설명이 어떤 내적 관계를 만족해야 하는지는 정확하게 제시하지만, 설명에서의 관계와 과학적 이해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별다른 주목을 하지 못한 이론들(헴펠Hempel, 네이글Nagel )이다. 둘째는 설명에서 이해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게 두기는 하지만, 이 때 이해의 본성이 뭔지를 제대로 밝히지는 못한 이론들(툴민Toulmin, 스크리븐Scriven, 드래이Dray)이다.

 

   헴펠의 모형에서 설명항은 피설명항을 연역적으로 도출하거나(D-N 모형) 피설명항이 발생한다고 믿을 만한 좋은 근거를 제공’(I-S 모형)하며 이것이 바로 그의 이론에서의 이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헴펠 모형에 대한 여러 반례들로부터 잘 알려진 것처럼 이해와 합리적 예측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며, 헴펠의 모형은 개별 사례들에만 적용될 뿐 일반적인 규칙성과 유형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난점이 있다. 프리드만에 의하면 헴펠의 모형은 잘 해야 개별 사건의 설명에 대한 필요조건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 뿐이다.

 

   브릿지먼(Bridgman)과 드래이(Dray)는 설명에서의 이해에 주목하여 과학적 설명은 친숙하지 않은 현상을 친숙한 현상과 관계지음으로써 세계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고 주장하지만, 현대 물리학에서의 기본적인 원리들이 일반적인 의미에서 전혀 친숙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또한 부적절한 주장이다. 프리드만에 의하면 친숙하지 않은 현상을 기존에 이해하고 있는 현상’(스크리븐) 혹은 시대에 따라 자기-설명적이고 자명한 현상들’(툴민)과 연계지으려는 경우도 마찬가지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핸슨(Hanson)의 경우 인식론적으로 특권적인 현상들이 형성되는 단계를 제시하며(‘블랙박스 회색박스 투명박스의 세 단계) 이를 지지하는 많은 역사적 사례들을 들고 있지만, 저자에 의하면 설명 이론은 역사나 개별 사실에 의존하지 않는 객관적인 성격을 띠어야 한다.

 

   프리드만은 설명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제시하기에 앞서 설명 이론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특성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설명 이론은 친숙하지 않은 현상들도 포괄할 수 있을 만큼 일반적이어야 한다. 둘째, 설명 이론은 과학자 개개인의 취향특수한 현상역사적 시기에 좌우되지 않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셋째, 설명 이론은 설명과 과학적 이해 사이를 연관지어야 한다. 이어서 프리드만은 설명되어야 하는 복수의 상호 독립적인 현상들을 하나의 현상으로 환원시키는 기체 역학의 사례를 들면서, 설명에서의 이해의 핵심이 상호 독립적인 현상들의 수를 줄이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닐(Kneale)이 프리드만 이전에 제시한 바 있는 생각이다. 이후 저자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설명 이론을 형식화하기 시작한다.

 

   특정 시점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법칙적 문장들의 집합을

라 하자. 그리고 문제가 되는 법칙적 문장들의 연언을

라 하자. 만약

이면

에 독립적이지 않다. 만약

가 독립적이고

이면

에 독립적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문장들의 집합

와 논리적으로 동등하며

를 구성하는 문장

들이 각각

와 독립적인 경우, 집합

의 분할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가 분할되지 않는 경우,

-원자적이라고 한다. 문장의 집합

-분할은

와 논리적으로 동등한

-원자적 문장들의 집합

이다. 문장의 집합

의 기수(cardinal number)

-분할인 집합

의 기수와 같다. 그리고 상호 독립적으로 수용 가능한

의 귀결들의 집합을

라고 하자.

 

(정의 1) 이고 으로 환원될 때 를 설명한다.

  

   위의 정의를 받아들일 경우, 만약

를 설명하고

이 독립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법칙일 때

를 설명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는

으로 환원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전혀 무관한 법칙들을 도입하더라도 설명력을 갖게 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위의 정의는 너무 강하며 좀 더 약한 정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의 2) 의 분할 , 이고 로 환원되는 가 존재할 경우, 를 설명한다.

 

   위와 같은 형식화를 제시한 이후 프리드만은 과학적 이해란 국지적(local)인 것이 아니라 거시적(global)인 것이며, 상호 독립적인 현상들의 전체 수가 줄어들만 한다면 그 현상들이 친숙하든 낯설든 상관 없으며 이는 양자역학의 경우에 분명하게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만약 우리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프리드만의 이 이론은 환원이라는 개념을 과학적 설명에 핵심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새먼(Salmon)의 인과-기제적 모형이 해결하지 못했던 적용 가능성 문제(새먼의 모형이 양자역학적 현상에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점)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 이론은 설명에 대한 핸슨식 접근이 야기하는 역사 의존성(history-dependence) 문제 또한 피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프리드만은 법칙적 문장들 사이의 환원(reduc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가 자신의 이론을 정당하게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 환원의 개념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밝혀주어야 한다. 그가 사례로 들고 있는 물리학에서의 예들(케플러의 법칙과 갈릴레오의 낙하 법칙이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 환원되는 경우)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환원이 일어나는지 명쾌하게 알 수 있고 이를 형식화하기가 비교적 쉽다. 하지만 물리학이 아닌 다른 분과 학문들(생물학, 지구과학 등)에서의 설명의 경우, 설명에서 사용되는 문장들이 다른 문장들로 환원된다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문장들 사이의 환원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논의가 필요하며, 환원의 문제 자체가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주제임을 감안할 때 프리드만의 제안은 철학적 설명 이론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