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에서 레일턴은 헴펠의 연역-법칙적 모형이 보여 주는 기본 틀을 받아들이면서, 귀납적 추론에 의한 설명을 반영하기 위해 헴펠이 도입한 귀납-통계적 모형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헴펠의 귀납-통계적 모형에서 설명의 핵심은 설명항이 피설명항이 발생하리라 믿을 수 있는 좋은 근거(높은 확률)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 때 문제는 이 모형으로는 피설명항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헴펠은 ‘최대 명세화의 요구’를 도입하지만, 이 요구는 우리의 인식적 상황에 따라 설명이 상대화된다는 또다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레일턴은 통계적 설명의 경우도 연역적인 것으로 변환시킴으로써 위에서 제기되는 난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설명해야 하는 어떤 현상이 통계적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경우, 그 현상이 어떤 메커니즘(mechanism)을 통해 일어나는지가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져 있는 경우라면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현상의 발생과 비(非)발생 모두를 연역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 헴펠의 귀납-통계적 모형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레일턴은 이러한 주장을 통해 통계적 설명이 논증(argument)이 아닌 해명(account)임을 강조한다. 왜 그의 모형에서 통계적 설명이 ‘해명’인지는 그의 형식화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01)
인 모든
가
가 될 확률
는 언제나 같다. (
)
(02)
가 시각
에
이다. (
)
(03)
가 시각
에
가 될 확률은
이다. (
)
(04)
는 시각
에
가 되거나 되지 않는다. (
)
위의 형식화에서 (01)과 (02)는 설명항, (03)은 피설명항, (04)는 부가항(addenum)이라 할 수 있다. 이 때 (01)에서 등장하는 확률 법칙은 보편 확률 법칙이며, 이는 D-N-P 설명이 비결정론적이라고 확정된 현상에만 적용되어야 함을 뜻한다. 위의 모형에서 피설명항 (03)이 설명항으로부터 연역적으로 도출되는 까닭은, 헴펠의 귀납-통계적 모형에서와는 달리 피설명항이 ‘어떤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예측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의 모형에서 피설명항은 단지 어떤 현상이 일어날 확률만을 말할 뿐이며, 이 확률은 설명항 (01)에 포함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저자 자신이 지적하고 있듯 이 설명 모형의 옳고 그름이 부가항인 (04)의 옳고 그름에 달려 있다는 데 있다.
저자 주장의 핵심은 부가항 (04) 또한 ‘옳거나 그를 수 있을 뿐’이며, 따라서 D-N-P 모형에서는 헴펠 모형에서의 난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부가항에는 설명되는 현상에 대한 메커니즘(mechanism) 및 설명항의 현상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정보가 포함된다. 만약 현상의 발생 여부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이후 자연스럽게 ‘통계적 설명과 관련한 메커니즘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레일턴이 양자역학에서의 통계적 확률에 대해 ‘인과성을 함축하는 개연성 해석’을 제시하지만, 이 해석에서의 메커니즘이 어떤 특성과 조건을 갖고 있는지, 이 해석이 통계적 설명 일반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레일턴은 상세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통계적 설명에서의 난점을 ‘귀납적 추론’에서 ‘메커니즘의 제시’로 전환하지만, ‘메커니즘’ 또한 논란의 여지가 많은 개념임을 감안한다면 그의 답변 또한 불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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