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407

내적 논리를 따름

나는 독립적인 개인의 개념을 믿는다. 독립적인 개인은 사회적 제도와 양립가능하지만 결코 사회적 제도에 종속되지 않는다. 독립적인 개인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사회적 제도와 타협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협이지 종속이 아니다. 극단적인 경우 독립적인 개인은 사회적 제도를 자신의 의지에 근거하여 거부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의 사회 유지와 발전 역시 일종의 타협의 결과물이다. 사회는 개인이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명세화하여 제시할 수 없다. 이것은 개인의 의지와 자율성에 따라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이제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일상 이야기 2022.03.26

글 쓰는 이유

최근 학위 논문 작성 때문에 나 스스로 심리적인 부담을 약간 느꼈던 것 같다. 이렇게 부담감을 가진 상황이 며칠 정도 지속되었고, 그래서 오늘 오전에 나는 문득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약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내 나름대로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는 다시금 글을 쓸 동기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중학생 시절부터 계속 글을 썼다. 그때부터 나는 어떤 식으로든 글을 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우습겠지만 나는 중학교 시절 빈 공책을 사서 거기에 습작 비슷하게 엉망진창인 시와 소설을 썼고 독백조의 산문을 쓰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도 마찬가지다. 나는 과학고등학교에서 공부하긴 했지만, 다른 친구들과 달리 수학과 과학 문제 풀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생각을 했..

일상 이야기 2022.03.24

육아휴직을 하며

나는 올해인 2022년 1월 초부터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을 시작했으니, 3월 말이 되면 휴직 후 3개월이 되는 셈이다. 나는 지금까지 국가에서 지원하는 육아휴직 수당을 1회 받았다. 아마 이번 주 내로 2회차 육아휴직 수당이 지급되지 않을까 한다. 육아휴직을 하면 더 이상 회사로부터는 나에게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국가에서 나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세계적인 저출산 국가인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고생한다고 국가가 육아휴직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나로서는 이 제도를 매우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대통령이 바뀌게 되면 유급 육아휴직 기간이 연장되거나 육아휴직 수당의 금액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나에게 육아휴직으로 인한 금전적인 어려움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아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급여를 받..

일상 이야기 2022.03.22

소박한 연구자의 삶

철학과에 다녔던 학부 시절 나의 학점은 좋지 않았다. 다른 졸업생들은 성적이 좋아 ‘우등 졸업’ 또는 ‘최우등 졸업’을 했지만 나는 그저 겨우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면 나는 자신감 넘치게 대학원에 지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졸업 성적이 좋지 않았던 나는 ‘과연 될까’ 하는 심정으로 철학과가 아닌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석사과정에 지원했는데, 운 좋게도 합격했다. 아마 당시에 과학철학 전공 지원자가 거의 없었고, 철학과 조인래 교수님께서 특별히 나의 잠재력을 믿어 주셨기 때문에 선발되지 않았나 싶다. 석사 과정에서 나는 아주 열심히 공부했고 학점도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박사 과정에 입학한 이후 나의 자신감은 많이 떨어졌다. 과연 내가 계속 제대로 연구를 할 수 ..

일상 이야기 2022.02.20

대통령 선거를 한 달 남겨두고

이제 대통령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았다. 투표권을 가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시점에 선거에 대한 나의 입장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가 볼 때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 중에서 진정 정치적으로 존경할만한 후보는 오직 2명 뿐인데, 그는 바로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와 새로운 물결의 김동연 후보다. 현재로서는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낮아 그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확률이 희박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정치적 이력은 상당히 올곧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심후보의 가족들 역시 비교적 조심스레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예상해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동연 후보 또한 높게 평가한다. 김동연 후보는 보수이자 엘리트 관료의 길을 걸으면서도 상당히 바르게 살아와서 많은 존경을 받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머지 후..

일상 이야기 2022.02.03

나이 41살, 직장 생활 10년의 결론

2022년인 올해 나는 한국 나이로 41세가 되었다(1982년생). 유아원 1년, 유치원 1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등 일반 시민이 되기 위한 교육을 총 18년 받았다. 대학원 석사 2년, 박사 2년 등 총 4년은 학자로서 성장하기 위한 교육 기간이었다. 군 복무를 3년, 직장 생활을 10년 했으니, 생계를 위한 조직 생활은 지금까지 약 13년을 한 셈이다.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때부터 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는 활동을 좋아했다. 나는 별로 사교적인 편이 아니었고, 내가 해야 하는 의무적인 일들은 책임감을 갖고 해냈지만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공부와 관련해서 나는 내가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은 별로 없었고, 그냥 공부를 하는 게 재미있..

일상 이야기 2022.01.21

정치적 사고의 어려움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자 여기저기서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늘 그렇듯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 나는 정치적인 사고를 하는 것에서 몹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 나의 정치적 사고가 소박하다(naive)는 점을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한 나의 사고를 정교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러한 정교화를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아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집값, 특히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의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비싸고, 이러한 집값이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예를 들어 월급으로 한 달에 200만원 남짓 버는 사람들이 수도권의 집값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겠는가. 아무리 발버..

일상 이야기 2021.12.13

진짜를 알아보는 행복

편견을 이겨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편견은 감염병처럼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100명의 사람들 중 99명이 감염되고 1명이 감염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런 상황이 어느 정도 지속된다면,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감염된 99명의 사람이 ‘정상’으로 여겨지고 나머지 감염되지 않은 1명의 사람은 ‘비정상’으로 여겨질 것이다. 내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세계관 역시 하나의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내가 알고 있던 방식 이외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때 비로소 ‘사고의 독립성’이 중요해진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는 하되,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나 자신의 힘으로 독립적으로 행하는 것이 ‘사고의 독립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의 독립성’을 갖추는 것은..

일상 이야기 2021.12.10

2021년의 막바지

2021년이 저물어 간다. 간단하게 올해를 돌아보려 한다. 우선 2020년 6월에 태어났던 쌍둥이가 무사히 돌을 맞았다. 쌍둥이는 어린이집에도 잘 나가고 있다. 다행이다. 셋째의 왼쪽 눈 위가 찢어지고, 둘째가 왼쪽 허벅지에 화상을 입는 등 몇몇 일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 일들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으레 겪는 일들이라 생각한다. 과학관에서는 내가 올해 계획한 일들을 충실하게 했다. 과학관의 과학기술자료들을 700점 이상 추가로 등록했고, 대구 경북 의학사 연구를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와 협력하여 진행했다. 자격루 전시관 조성을 위한 자격루 복원설계를 영남대학교 기계공학과와 협력하여 진행했고, 2년에 걸친 산업과학기술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올해 10월 말에 전자산업 특별전을 무사히 오픈했다...

일상 이야기 2021.12.06

初志一貫

세상에는 삶의 다양한 길들이 있다. 그 길들 중 옳고 그른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길게 이어지는 길과 짧게 끊어지는 길이 있을 뿐이다. 길게 이어진다고 해서 옳은 길인 것은 아니다. 다만 운이 좋기도 했고, 길을 걸었던 이의 의지가 강해서 그렇게 길게 이어졌을 뿐이다. 나는 내가 걷는 길이 길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길이 길게 이어지면 이 길을 걸으며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그 깊이도 깊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을 통한 사람 혹은 생각과의 만남이 그다지 실리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판매를 목적으로 쓰이는 책들도 많다. 그러나 문학이나 철학, 과학 책들 중에는 판매가 주된 목적이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한 연구와 사색이 주된 목적인 책들이 제법 많다. 예를 들..

일상 이야기 2021.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