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 12

대학 교수가 되는 것과 상관없이

나는 배우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나는 내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를 파악하는데, 이 세상의 물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게 파악한 것이다. 과학철학의 경우 나는 마냥 이 분야를 공부하는 게 좋아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계속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연구의 논리를 이해하게 된다. 내 나이 41세(한국 나이), 늦어도 너무 늦긴 했다. 그래도 내가 이해한 것을 공유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이제 대한민국은 국제 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나라가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잘하면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그만큼 국내에서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수준 또한 높아졌다. 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으며, 수능 시험을 잘 치면 이 시험 성적을 가..

일상 이야기 2022.05.30

내 성향에 맞는 삶?

중학생 시절 내가 애지중지했던 물품은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와 CD 플레이어였다. 나는 공부를 하든 책을 읽든 글을 쓰든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등산이나 달리기 같은 운동은 좋아했지만, 격렬하게 서로 경쟁하고 승패를 가리는 운동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야구, 축구, 농구 등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 또한 나는 손으로 직접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 나는 그저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책상 물림형 인간이었던 것 같다. 가끔 내가 좀 더 실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사실 나는 굳이 철학과로 진학하지 않아도 되었고, 좀 더 무난한 학과(서양사학과나 국사학과)에 진학했다가 적당히 괜찮은 직장을 잡아도 되었다. 하..

일상 이야기 2022.05.27

때때로 지인들을 생각함

가끔 나는 내가 과학고등학교로 진학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내가 다녔던 동해중학교는 그다지 학업 수준이 높지 않은 학교였다. 나는 동해중학교에서 아주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그것은 그 학교가 그다지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에 나는 기를 쓰고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 적당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나는 서전학원이라는 부산에서 유명한 학원에 다니고 있었고 그 학원에서 나는 최상급에 속하는 학생은 아니었으므로, 어느 정도 내 실력의 수준을 알고 있었다. 만약 일반고등학교로 진학했다면 고등학교에서 나의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을 테지만 최상위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산과학고등학교(현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진학했다. 이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었다. 중학생 시절에 ..

일상 이야기 2022.05.26

느림보 연구자

내가 처음으로 학술지에 과학철학 논문을 투고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2020년 여름이었다. 당시 아내가 쌍둥이를 출산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그때 아내를 간호하고 있었던 나는 어떻게든 졸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학술지에 게재하기 위해 병원에서 틈틈이 한글로 논문 원고를 작성했다. 투고 결과는 ‘게재 불가’였다. 하지만 그해 나는 원고를 수정해서 다시 투고했고, 결국 2020년에 나의 첫 번째 학술지 논문이 출판되었다. 2021년에는 2편의 논문을 국내 학술지에 게재했다. 2021년은 내가 국내의 여러 철학 학회에 가입한 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나는 총 6개의 철학 학회에 가입했다. 한국철학회, 한국과학철학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국 단위의 철학 학회이다. 대한철학회, 대동철학회, 새한철..

일상 이야기 2022.05.22

나답게 살기

육아휴직을 해서 좋은 점들 중 하나는 조용히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남는 시간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한다. 내 삶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그냥 나답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에는 운이 많이 따랐고, 부족함도 많았으며, 행복했던 순간들도 제법 있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나는 지금까지 무난하고 괜찮은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학문적 업적이 중요할까? 직장에서 높은 지위까지 승진하는 것이 중요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하루하루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매일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외부적인 기준에서 볼 때 어떤 평가..

일상 이야기 2022.05.20

생각을 장려하는 사상가, 푸앵카레

어떤 점에서는 비범하게 뛰어나지만 다른 많은 측면에서는 아주 어설퍼서 더 정감이 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푸앵카레다. 푸앵카레의 글을 읽으면 그가 아주 독창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사상가임을 알 수 있다. 그의 글은 아주 솔직해서 그의 글을 읽으면 그 글이 곧 그의 진실한 생각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푸앵카레는 자신의 글 속에서 아주 근본적이고 진지한 사고를 전개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푸앵카레의 문체는 ‘탐구하고 모색하는 것’이다. 그는 ‘이미 내가 확고하고 명확한 지식을 알고 있고, 그것을 글을 읽는 독자에게 전달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그는 강연이나 기고를 자기 고유의 사고를 전개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는다. 그래서 그의 기고문을 읽거나 강연을 듣는 사람들은, 자신의 앞에서 한 ..

소박한 행복

어제 오후 나는 달성도서관에서 박사학위 논문 초고의 결론 부분을 쓰면서 소박한 행복함을 느꼈다. 설혹 심사위원 선생님들께서 좋지 않은 평가를 하신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가 쓴 논문의 원고에 대해 충분히 만족한다. 당연히 원고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을 것이고, 이런 부분들은 올해 말까지 계속 수정해나가면 된다. 올해 말까지 논문을 수정한다고 해서 이 논문이 심사에서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지만, 올해 말이 되면 대략 박사학위 논문 작업의 90% 이상이 완성되리라 추측한다. 올해 말까지 열심히 작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논문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내 능력의 부족함 탓이다. 하지만 학위를 받지 못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올해 논문 작업에 실패하더라도 ..

일상 이야기 2022.05.14

퍼즐 풀이를 하는 사람

가끔 부산을 방문하여 은퇴하신 아버지를 찾아뵈면, 아버지께서 스마트폰으로 장기나 바둑을 두시거나 스도쿠 퍼즐을 A4 용지에 출력해서 풀이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유 시간에 취미로 퍼즐을 풀고 계시는 것이다. 장기는 실제 전쟁 상황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 왕, 호위무사, 대포, 전차, 코끼리부대, 기마부대 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바둑의 경우 장기보다 가능한 경우의 수들이 많아 더 변화무쌍하지만, 장기와 달리 실제의 상황과는 약간 유리된 느낌이다. 장기보다 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규칙을 적용하는 게임이라 그런 것이다. 장기, 바둑과 같은 게임 혹은 퍼즐 풀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일을 재미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일상 이야기 2022.05.12

염두에 둔 독자

나는 글을 쓰면 블로그 또는 페이스북에 올린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페이스북에 올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블로그가 더 우선된다. 그런데 나의 블로그의 경우 방문자가 많지 않고, 설혹 방문하더라도 글만 읽고 댓글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내가 독백하는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글쓰기 활동을 좋아한다. 글쓰기는 거의 돈이 들지 않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육아휴직 기간에는 상대적으로 내 주변에 대화할 사람이 많지 않아, 나는 글쓰기와 같은 형식으로라도 언어적 활동을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나는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염두에 둔 독자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의 가족들이다. 틈틈이 내가 삶에 대해..

일상 이야기 2022.05.11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난 4월까지 내 나름대로 열심히 육아와 논문 작성을 했다. 장모님과 부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신 까닭에 논문 작성 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를 했다. 이제 쓴 글을 다듬고 고치는 일이 남았고, 이 일을 5월과 6월 중에 진행하려고 한다. 하반기에는 논문 심사를 받으며 계속 논문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육군에서 3년 4개월 동안 일했다. 나는 한국장학재단과 국립대구과학관에서 10년 동안 일했다. 나는 내가 이상과 같은 13년 4개월 동안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충실하게 노동했다고 생각한다. 올해 1년 동안의 육아 휴직은 아이들과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휴직은, 국민이 있어야 나라도 있는 것이기에 미래가 될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국가가 국민에게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나는 한..

일상 이야기 202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