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대학 교수가 되는 것과 상관없이

강형구 2022. 5. 30. 11:21

   나는 배우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나는 내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를 파악하는데, 이 세상의 물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게 파악한 것이다. 과학철학의 경우 나는 마냥 이 분야를 공부하는 게 좋아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계속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연구의 논리를 이해하게 된다. 내 나이 41세(한국 나이), 늦어도 너무 늦긴 했다. 그래도 내가 이해한 것을 공유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이제 대한민국은 국제 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나라가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잘하면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그만큼 국내에서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수준 또한 높아졌다. 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으며, 수능 시험을 잘 치면 이 시험 성적을 가지고 해외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문과이든 이과이든, 우리나라에서 공부를 잘해서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면, 본인에게 의지가 있다면 계속 연구할 수 있다. 그것이 어떤 분야이든 크게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과정이나 계기로 인해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든 상관없이,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다면 철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국제적인 수준의 연구를 할 수 있다. 다른 학과는 말할 것도 없다.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한양대학교, 경희대학교, 서강대학교, 건국대학교, 경북대학교, 부산대학교 등 국내 주요 대학들의 철학과에 재직 중인 교수님들은 그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분들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제는 굳이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지 않아도 연구 실적만으로도 우수한 대학에 임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지도교수님만 해도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후 서울대학교에 임용되셨다. 당연히 세계적인 대가가 재직 중인 해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정보통신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국내에서도 손쉽게 해외 저널의 논문들을 확인할 수 있는 오늘날, 국내에서도 의지를 갖고 열심히 연구하면 충분히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나의 경우 박사과정에 진학했다가 휴학하여 취직한 후 계속 공부하고 있다. 만약 지적 역량이 뛰어나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거나, 집안의 재정 형편이 넉넉하다면, 취직하지 말고 계속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계속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학위를 받을 때까지는 어떻게든 대학원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학위가 있어야지만 전공을 살려서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학위가 있으면 굳이 대학교수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연구 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학위 취득에 실패하면 그때까지 했던 모든 공부가 결과적으로는 헛수고인 것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오늘날 연구자로서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대학에서 교수를 임용할 때 국제학술지 게재 실적을 요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나라가 되었으므로, 세계적인 국가의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그 연구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는 국내에서 열심히 연구에 힘쓰고 있는 국내 연구자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국내 학술지 또한 계속 유지되고 발전하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술지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교수로 임용되기 위해서는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대학 교수에게 기본적인 것이 다름아닌 연구 역량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내가 속한 박사과정의 졸업 의무사항에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나의 예상에는 조만간 졸업 기준이 더 강화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한국의 대학원 수준 또한 조금씩 더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한국의 좋은 대학에서 열심히 연구하면 그 연구 역량을 충분히 인정받아 국내 혹은 외국의 연구 기관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와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국내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공부를 하러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만 잘 하면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대학원 특히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꿈은 대부분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리라. 물론 박사과정생 모두가 대학교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처럼 취직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공부를 하는 사람이 대학교수가 될 가능성은 낮다. 나에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만 45세 전까지는 대학에 임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학에 임용되기 위해서는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내 학술지 게재와 국제 학술지 게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1년에 국내 학술지 1편, 국제 학술지 1편 정도가 적정한 기준이 아닐까 싶다. 매년 2편 이상의 학술 논문을 게재하되, 그중 1편은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을 선호한다. 매년 2편의 학술 논문, 1권의 번역서 출판을 목표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굳이 대학교수가 되지 않더라도,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는 나의 연구 역량을 제대로 인정받고 싶다. 이와 같은 제대로 된 인정을 위해서는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국내의 축구 선수가 국제 무대에서 인정을 받고자 하듯, 나 또한 한국의 과학철학 연구자이면서 나의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자 한다. 그게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꿈꿀 수 있는 가장 정석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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