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때때로 지인들을 생각함

강형구 2022. 5. 26. 14:12

   가끔 나는 내가 과학고등학교로 진학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내가 다녔던 동해중학교는 그다지 학업 수준이 높지 않은 학교였다. 나는 동해중학교에서 아주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그것은 그 학교가 그다지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에 나는 기를 쓰고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 적당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나는 서전학원이라는 부산에서 유명한 학원에 다니고 있었고 그 학원에서 나는 최상급에 속하는 학생은 아니었으므로, 어느 정도 내 실력의 수준을 알고 있었다. 만약 일반고등학교로 진학했다면 고등학교에서 나의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을 테지만 최상위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산과학고등학교(현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진학했다. 이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었다. 중학생 시절에 나는 내가 친구들에 비해 공부를 잘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지만 과학고등학교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시절 나는 아주 열심히 해도 겨우 평균 수준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과학고등학교에서 하위권 학생으로 남아 졸업을 할 수도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내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지만 나는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 입학했다. 그것 또한 내가 내린 인생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 공부를 계속한 친구들은 박사학위를 받아 대학에서 교수로서 활동하거나 국립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대, 치대를 선택한 친구들도 많다. 이 친구들은 아주 바쁘게 살면서 돈도 많이 벌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있고, 경찰이 된 친구도 있다. 나처럼 약간 생뚱맞게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전공하여 과학관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전반적으로 내 고등학교 지인들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지인들에 대해서도 때때로 생각해 본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거나 변호사자격시험에 합격해서 법조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출판사 대표가 된 분도 있고, 철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교수가 된 분들도 있다. 학부 동기나 지인들 또한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 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과학학과 대학원 지인들도 대부분 사회에서 제 역할을 잘하면서 지내고 있다. 교수가 된 분도 있고, 출판사에서 일하는 분도 있으며,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분도 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나 또한 살아가다가 때때로 나의 지인들을 떠올리며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지인들이 가끔 나의 근황을 궁금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약간 독특한 사람 혹은 괴짜로 보였을 것 같다. 과학고등학교에서 공부하던 사람이 생뚱맞게 인문계열의 철학과로 진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의 전공은 철학 중에서도 과학철학이기 때문이다.

 

   이공학을 전공한 내 고등학교 친구들 대부분은 10년 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30대 초반에 박사가 된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도 아직 박사학위를 받지 못했다. 이 사실이 약간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박사학위가 눈앞에 보인다. 이제 논문심사를 거쳐 학위를 받는 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학위를 받으면 친구들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 나도 구색을 갖춘 사람이 될 것 같다. 박사학위도 있고, 국립기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때때로 지인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좋은 자극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가급적이면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자 애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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