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나답게 살기

강형구 2022. 5. 20. 14:38

   육아휴직을 해서 좋은 점들 중 하나는 조용히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남는 시간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한다. 내 삶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그냥 나답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에는 운이 많이 따랐고, 부족함도 많았으며, 행복했던 순간들도 제법 있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나는 지금까지 무난하고 괜찮은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학문적 업적이 중요할까? 직장에서 높은 지위까지 승진하는 것이 중요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하루하루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매일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외부적인 기준에서 볼 때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고, 입을 수 있는 옷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이 순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대외적인 성공과 관련한 야심이 없어지면 직장에서의 업무에 대해서 초연한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성공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차분하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다. 나는 작년에 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진급하는 데 성공했지만, 사실 나는 내가 진급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고 진급에 욕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내가 평생 연구원으로 남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부서장, 본부장이 될 욕심이 없다. 물론 되면 좋겠지만 되지 않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내가 부쩍 자주 생각하는 것은 ‘그저 나답게 살자’는 것이다. 괜히 억지로 나에게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하루 종일 가족 외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나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며, 지인들과 연락을 별로 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SNS는 자주 하는 편이다. 실제로 나와 타인들 사이의 교류는 주로 SNS로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커피를 아주 좋아하지만, 커피의 맛을 그다지 따지지는 않는다. 그저 카페인이 좋을 뿐, 굳이 값비싸거나 맛있는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나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 거절하지는 않지만, 술은 나의 체질에 맞지 않아 한 잔을 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담배도 몇 번 피워 봤지만 다시 피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게 있다. 나는 수학, 물리학, 공학 등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비록 내가 과학철학 공부를 위해서 철학과에 진학하긴 했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이공학 공부가 재미있었다. 이공학의 경우 이론이 분명하고 특정한 문제에 대한 답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게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수학이나 물리학 선생님이 되는 길을 택하고 싶다. 실제로 나는 대학에 다닐 때 이공계열 사범대학에 다시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비록 과학철학 연구 때문에 교사의 길을 걸을 수는 없게 되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공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 나가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생각을 말해야겠다.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아빠는 성실하고 소박하지만 즐겁게 사는 사람이다’라는 기억을 남기고 싶다. 아이들이 ‘아빠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하고 똑똑하지도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지만, 그래도 ‘아빠는 늘 부지런하게 무엇인가를 즐겁게 열심히 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살았던 사람’이라고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 내가 늘 다정하고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자 노력했던 사람이라고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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