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뉴진스(NewJeans) 음악을 사랑함

강형구 2024. 6. 27. 09:44

   지난 5월 말부터 지금까지 나는 한국의 그룹 ‘뉴진스(NewJeans)’의 음악을 들으며 거의 한 달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뉴진스를 기술하기 위해 ‘아이돌그룹’, ‘걸그룹’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내 생각에 ‘뉴진스’는 새로운 형태의 ‘아티스트’인데,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예술가 집단’이자 일종의 ‘팀’이다. 이 집단의 명시적인 5명의 구성원(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은 이 예술가 집단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결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민희진 대표는 이 그룹 혹은 팀의 실질적인 리더이며, 민희진 대표 곁에서 아주 실력 있는 음악, 영상, 안무 프로듀서가 돕고 있다.

 

   그러면 과연 이 집단이 전통적인 기업적 위계 조직을 이루고 있을까? 왜 민희진 대표는 자신의 첫 직장이었던 SM의 이사 자리에까지 올랐으면서(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곳을 떠나 다른 엔터테인먼트 그룹 ‘자회사’의 대표가 되었을까? 아마 민대표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을 ‘아티스트(예술가)’, 더 정확히 말해 본인 스스로도 아주 큰 비중으로 직접 참여하는 ‘아티스트 디렉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민대표는 위계적인 대규모 조직 혹은 집단의 상단에 위치하여 주로 의사 결정하는 역할만을 하는 권위 있는 사람이기보다는, 직접 자기가 꿈꾸는 예술가 집단을 꾸려서 그 집단의 정체성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예술가 집단을 통해 여전히 아티스트로서 ‘자기 증명’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민대표를 ‘뉴진스맘’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이게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고 본다. 뉴진스는 민대표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디자인해서 내놓은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이건 작가와 작품 사이의 관계와 비슷하다. 하지만 중요한 측면에서 작가와 작품 사이의 관계와 다른 점은, 민대표와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가 인간적이고 돈독하다는 것이다. 소설가는 작품 속 주인공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영화감독은 영화 속에서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주무를 수 있다. 그런데 아티스트 그룹은 다르다. 구성원들은 가족처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 생각을 조율하며 맞춰가야 한다. 당연히 1979년생인 민대표는 구성원들에게는 거의 이모뻘의 인물이며 분명 그들 사이에 세대 차이도 있을 것이다.

 

   민대표는 SM 입사 후 정말 치열하게 직장 생활에 임했을 것이다. 나 또한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주변에서 드물게 그런 치열한 사람을 봐왔다. 이른바 표면적인 ‘학벌’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자기의 일에 정말 진심이고 잘하면서도 자기의 일에서 더 완벽해지고 싶어 하는 특이한 사람들이 있는데(나는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민희진 누님이 아마 그런 분이었을 것 같다. 예술(시각 디자인)을 전공해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더 중요한 것은 민희진 누님의 ‘평가 기준’이 늘 지금까지 ‘실질적인 성공’이었다는 것이다. 학식 있는 고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사랑을 받아야 성공한다. 이것만큼 공정하고 객관적인 지표가 어디 있겠나. 결국 최종적으로는 ‘실적으로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뉴진스가 데뷔한 지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2022년 7월 데뷔) 아직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 또한 여러 위험 요소가 뉴진스 앞에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만약 민희진 누님이 자신의 초심과 스타일을 계속 유지하며 여러 난관을 무사히 이겨낸다면, 뉴진스는 향후 한국 음악계의 역사에 남게 될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뉴진스는 최유리 혹은 이무진과는 다르다. 최유리와 이무진에게는 여러 선배가 있고, 이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곧 예술가(아티스트)이며 비교적 오랜 전통에 속해 있다. 그러나 뉴진스라는 예술가 집단의 논리나 행태는 이들과는 다르다. 희진 누님은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뉴진스에게 자기 인생의 ‘승부’를 걸고 있다. 분명한 것은 희진 누님이 ‘진심’이라는 것. 아직 이 승부의 승패가 확실하지 않지만, 희진 누님과 뉴진스 구성원들에게 좋은 일들이 일어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