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 사이에는 아이가 셋 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애가 셋 있다고 하면, 듣는 사람마다 “애국자시네요”라고 한다. 그런데 오해하면 안 되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아내와 내가 아이를 갖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부부는 이른바 ‘난임 병원’이라는 곳에 오래도록 다녔다. 대구에 사는 우리는 동대구역 근처에 있는 ‘마리아 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녔다. 둘째, 처음부터 우리가 아이 셋을 바랐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첫째를 가진 이후 둘째를 바랐을 뿐, 둘째와 셋째까지를 예상하지는 못했다.
우리 가정의 재정 형편이 아이 셋을 거뜬히 키울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세종시 기획재정부에서 파견 근무를 할 때 알게 된 어떤 사무관의 경우, 아내가 의사였고 둘 사이에는 딸이 한 명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바빴기 때문에 그 가정에는 집에서 숙식하며 아이를 봐주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반면 우리 집은 결코 그 사무관의 가정과 비교할 수 없다. 우리는 나라의 재정 지원을 받아서 매일 몇 시간 동안 믿을만한 분께서 집에 오셔서 아이를 봐주는 서비스를 한동안 이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장모님과 나의 부모님께서 맞벌이하는 우리를 위해 아이들을 돌봐 주셨다.
특히 쌍둥이인 둘째와 셋째를 키울 때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그때는 그저 삶을 묵묵하게 받아들일 뿐, 나와 아내의 처지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다. 그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제 쌍둥이는 만 4세가 되었으니 정말 많이 컸다. 아이들은 말도 잘하고 웬만한 일들은 스스로 할 수 있다. 요즘 쌍둥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아마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자신들 덕택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나중에 이 글을 아이들이 읽으면서 엄마와 아빠를 좀 이해해 주기 바란다. 물론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가 되면 충분히 우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중요한 사실. 내가 아빠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늘 나와 아내의 예측을 벗어난다. 나와 아내는 아이들에게 그저 하나의 작은 계기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아내 또한 부모가 된다는 것이, 이 지구 위에서 살면서 우리 이후의 세대를 남겨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세상 만사 대부분이 다 그렇듯, 인간은 잘 모르면서도 선택하고 실천하며 진심을 담는다. 그리고 그렇게 직접 해보면서 비로소 그 일의 의미를 알게 된다. 직접 아이를 낳아 키워보지 않고서 어떻게 부모가 된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나. 그런데 참으로 흥미로운 점은, 심지어 부모라도 자식들을 예측할 수 없고 아이들은 부모에게조차 늘 경이로운 존재라는 사실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너무 행복하다. 어쩌면 이것은 내가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서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렬하고 진정한 기쁨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나의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놔두려 한다. 표면적인 사회적 성공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의 지금까지의 삶의 경험상, 표면적으로는 성공했더라도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저 나는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기쁨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일방적으로 ‘준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아이들보다는 내가 더 아이들을 통해 삶을 위한 힘을 얻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빠와 엄마는 언제나 있는 그대로 너희들을 사랑하고,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언제나 너희들 편이란다. 너희들 때문에 아빠와 엄마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듯, 언젠가 너희들도 너희들의 아이들을 보며 순전한 기쁨을 느끼며 다시 이 지구 위에서 살아갈 힘을 얻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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