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사고는 늘 우리 곁에 있다

강형구 2024. 5. 16. 14:43

   내가 대학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고, 내일 당장 불의의 사고로 나 또는 내 주변의 사람이 죽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저녁에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 전방 터널에서 사고가 나서 차량 정체가 시작된 후, 갑자기 앞에서 달려가던 차가 속도를 늦췄고 그에 따라 나도 속도를 늦추려고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마침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정지하지 못하고 내 차의 뒤를 받은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나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 없이 곧장 가던 길을 갈 수 있었다. 충돌 직후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고 몸이 아프다는 것을 느낄 겨를조차도 없었다. 그런데 이후 계속 운전하다 보니 머리가 아팠고 허리에서도 뻐근함이 느껴졌다.

 

   이번에 다시금 실감했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나 또한 예외는 아니라는 것을. 정말 운이 좋아서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그건 참으로 그저 운이 좋아서 그랬을 뿐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앞으로도 나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사고를 당할 수 있고 그 사고로 크게 다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전혀 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나에게는 새삼스럽게 아내,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만약 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삶을 마감한다고 해도 나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기에 큰 원한이나 미련이 남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들이 나를 기억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학교에 있을 때는 딴짓 하지 않고 수업 준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대구에 있는 가족에게 가면 아빠 역할을 열심히 한다. 집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그 틈틈이 학교에서 못한 교육과 연구 관련 일을 한다. 별도로 가사 도우미를 들이지 않는 이상 집안일은 끝이 없이 반복되는 노동이다. 아이들은 카오스를 양산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집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정리했는데도 하루 이틀만 지나면 집은 다시 혼돈의 도가니가 된다. 그러면 똑같은 일을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다시금 버리고, 정리하고, 쓸고, 닦는다. 빨래도 마찬가지로 계속 반복된다.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집안일을 하다 보면 진공청소기와 세탁기를 발명한 사람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그래도 행복하다. 내가 가장 행복한 것은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고 신기하다. 그리고 매번 새롭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자랄 때마다 그것 자체가 나에게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제 큰아이는 조금씩 엄마, 아빠보다는 친구들과 친해져 간다. 아직은 엄마, 아빠와 같은 방에서 자고 있지만, 몇 년이 지나면 자기 방에서 따로 잘 것이고 그만큼 나와 아내에게서 멀어질지도 모른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어땠더라? 나도 그때는 친구들과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3학년 이후에는 친구들이 퍽 중요해졌고, 학교가 끝나면 집에 있는 시간보다는 동네 놀이터에서 다른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시간이 더 많았다.

 

   사고가 난 후 일주일 만에 다시 자동차 정비공장으로부터 나의 차를 찾았다. 수리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린 셈이고 비용도 많이 나왔다. 당연히 모든 비용은 상대방이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지출했다. 동네 병원에 들러 검사 및 진료를 받으니 건강상에 큰 문제는 없었고 보험회사에서 위로금도 아주 조금 나왔다. 그렇게 지난주의 교통사고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다.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와 더불어, 나는 삶과 죽음이라는 것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당연히 사고는 좋은 게 아니고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싶지만, 그것은 한 개인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늘 다시 나에게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실제로 사고는 늘 우리 곁에 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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