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국립목포대학교에서의 첫 학기가 지났다. 교양학부에 소속된 나는 이번 학기에 ‘MNU 대학생활’, ‘디지털 문서와 콘텐츠’, ‘로봇의 윤리학’ 과목을 강의했다. 비교적 급하게 교수 임용이 결정되다 보니(아마 2월 20일 저녁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을 것이다),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일들을 무사히 끝내고 한숨 돌리고 있다. 나름 무탈하게 첫 학기를 보냈다고 생각하니 적잖은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선 나는 국립대학교의 교수직을 내가 30세(2012년 1월)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임해 왔던 공직(公職)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본다. 내가 30세 때부터 공공기관 직원의 신분으로 우리나라의 중앙 공공기관(한국장학재단,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일해 왔다면, 42세인 올해부터 나는 교육공무원의 신분으로 우리나라의 국립대학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마도 나는 2047년 중반부(65세)에 퇴직할 예정이므로, 35년가량 공직 생활을 하다가 퇴직하는 셈이 될 것이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내가 태어나서 사회생활 준비를 한 기간(30년)보다 더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고 은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교육공무원 교수의 수가 얼마나 많겠는가. 나는 그렇게 많은 교수 중 평범한 한 명의 교수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나와 같이 부족한 사람이 교수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또한 나는 국립목포대학교에서 일하게 된 것도 너무나 좋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는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아주 적절한 규모의 대학이며, 캠퍼스가 아름답게 조성된 후 잘 관리되고 있어 멋진 공원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학생들도 대부분 성실하고 착하며 학업에 열심히 임하는 편이다. 학교 시설이 깔끔하고(특히 도서관 시설은 매우 좋다), 광주와 왕래하는 통학버스도 충분해서 숙소에서 출퇴근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
나의 숙소가 위치한 광주시 내의 상무역 근처 동네도 마음에 든다. 지하철역과 가깝고, 학교 통학버스 정류소까지도 걸어서 7-8분 정도면 간다. 근처에 학교와 주거용 아파트가 있어 동네도 매우 조용한 편이다. 특히 지하철역 근처에 24시간 운영하는 카페가 있어, 나는 대개 저녁 시간에는 그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쉬기도 하고 내 할 일을 한다. 카페에는 참으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청년층에서 장년층, 남성과 여성, 학생과 직장인 등등)이 모였다가 흩어지므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면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숙소 근처에 마트, 편의점 등이 충분히 있으므로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것에도 문제가 없다.
지난 1학기 중에 학술지 논문(KCI 등재 학술지) 1편, 번역서(『경험과 예측』) 1권이 나왔다. 나쁘지 않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매년 1권 이상의 과학철학 번역서 출판, 매년 1편 이상의 학술지 논문 게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가 가입하고 있는 몇몇 학회에서 발표하고 발표 내용을 발전시켜 학술지 논문을 작성한다면, 또한 매출 이익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내가 번역하기로 마음먹은 책들을 꾸준하게 번역한다면, 내가 세운 목표 정도는 매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는 유명한 과학철학자가 되기를 언감생심 바라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묵묵하게 내 할 일을 착실하게 열심히 하는 과학철학자로서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요즘 자주 생각하는 것은, 최소한 65세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공식적으로 무사히 다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65세 이후에는 언제 삶을 마감한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다고 말하지만, 너무 오래 사는 일도 생명체로서 일종의 고역(苦役)이 아닐까. 할 일을 어지간히 다 하고 나면,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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