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행복한 삶에 대하여

강형구 2015. 12. 22. 22:03

 

   아내의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하지만 수술 이후에도 아내는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나는 종종 휴가를 써서 일찍 퇴근한 후 집에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우리 둘이서 무엇인가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아내와 함께 앉아 있거나 누워 있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틈틈이 아내를 위해 설거지를 하거나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집 바닥을 닦는다. 아내는 나와 함께 있으면 마음의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오늘 오전 직장에서는 예전에 서울시 교육감으로 활동하셨던 문용린 선생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행복에 대한 강연을 했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고 용서하며 모든 일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나는 강연 내용에 많은 부분 공감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지금까지 삶을 몹시 전투적으로 살아온 것 같다. 시험을 치든 운동을 하든 다른 사람들에게 지고 싶지 않았고, 나 자신을 볼 때도 나의 잘난 부분보다는 못난 부분이 먼저 보여서 만족스럽기보다는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났다.

 

   그런데 요즘은 마음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조금씩 윗머리가 빠지고 있고, 반대로 입사 이후 조금씩 붙은 살은 운동을 해도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력도 아주 조금씩 나빠지고 있는 것 같고, 체력도 젊은 친구들에 비해서 조금씩 쳐져 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이런 사실들에 섭섭해 하거나 실망하지는 않는다. 회사 업무를 하면서도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일 잘하는 소수의 사람들 중에 반드시 내가 포함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어쩌면 나는 그렇고 그런 별 볼일 없는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좀 다른 방식으로 노력해보기로 했다. 나를 바꾸거나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대신, 나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미워하지 않도록 마음을 좀 더 느긋하고 편하게 먹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히 운동해서 건강을 유지하기로 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편하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해서 살을 빼거나 근육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 그리고 억지로 많은 일들을 하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자 애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두 가지 일들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보면, 다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간다. 나 역시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나를 위해서 매일을 열심히 살아간다. 내가 나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세심한 신경을 쓰지는 못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자신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기 때문에 나에 대해서까지 세심한 신경을 써주지는 못한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도 좀 더 느긋하게 대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도 좀 더 여유롭게 대하면 좀 더 삶이 편안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진 나의 단점들에 대해서 좀 더 너그러워지고, 내가 가진 장점들에 대해서도 너무 우쭐대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좀 더 나와 다른 사람들을 편하고 너그럽게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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